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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로펌들 '경찰대 출신 급구' 까닭

경찰의 기업 수사 확대 따른 전략…끈끈한 경찰대 동문 문화도 한몫

2018.11.28(Wed) 12:59:59

[비즈한국] “어느 대학 로스쿨 출신을 선호하냐고요? 로스쿨이 중요한 게 아닙니다. 저희는 경대(경찰대) 출신을 찾고 있어요.”(대형 로펌 관계자) 

 

대형 로펌들이 ‘경찰대 출신 변호사’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어린 연차 변호사에서 그렇다. 3~5년 차 변호사 채용의 경우, 검찰 출신보다는 경찰 출신을 선호하기까지 한다. 여기서 경찰 출신은 정확히는 ‘경찰대 출신’인데, 이는 최근 경찰이 기업 수사를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대형 로펌들이 경찰대 출신 변호사를 중용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경찰대학생들의 분투기를 다룬 영화 ‘청년경찰’의 한 장면.


최근 4대 로펌 중 한 곳은 어쏘 변호사(Associate Lawyer, 보통 경력 10년 미만의 변호사를 지칭) 채용 인원 4명 모두를 경찰대 출신으로 채웠다. 사법고시 출신이냐, 로스쿨 출신이냐는 엇갈렸지만, 경찰대 출신 변호사의 만족도가 높았다는 것이 해당 로펌 관계자의 설명. 이는 최근 경찰의 기업 수사 확대 흐름에서 비롯된 로펌 시장 채용 트렌드이기도 하다.

 

올해 여름, 논란이 됐던 BMW 차량 화재 사건은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지수대)가 수사 중이다. 고발장은 서울 남대문경찰서에 접수됐지만, 서울지방경찰청은 “BMW 차량 화재로 인한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중요하게 논의됐고, 향후 피해자들의 추가 고소가 예상되는 점 등을 고려해 지수대에서 직접 수사하기로 했다”고 설명하고 수사팀 전력을 강화했다.

 

올해 초에는 ‘물컵 갑질’에서 시작된 대한항공, 한진그룹 관련 의혹을 서울 강서경찰서 등이 수사했고, 지난 10월 26일에는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부실 발행 의혹과 관련해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가 한화투자증권을 압수수색 하는 등 기업 수사에 경찰이 잇따라 등장했다. 

 

통상 검찰이 나설 만한 ‘인지 사건’의 대표적인 케이스인 서울 강남 재개발조합 비리의 경우, 서울지방경찰청 지수대가 수사를 맡았다. 지난 1월에는 대우건설, 4월에는 현대건설을 압수수색했고 최근에는 롯데건설에도 들이닥쳤다.

 

이는 모두 검경 수사권 조정을 앞두고 경찰의 입지 강화를 위한 포석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게 경찰 내 중론이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부터, 검경 수사권 조정을 앞두고 경찰 내에서 ‘기업 수사 등 검찰의 고유 수사 영역에서 경찰도 할 수 있다는 역량을 보여줘야 한다’는 분위기가 조성됐다”며 “범죄 첩보에서 비롯된 기업 비리 수사는 경찰이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풀이했다. 

 

대형 로펌들이 경찰대 출신 변호사를 선호하는 이유는 최근 경찰의 기업 수사 확대 흐름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8월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수사관들이 서울 중구 BMW코리아에서 압수수색 한 물품을 차량으로 옮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자연스레 로펌들도 경찰 수사 대응 강화에 나섰다. 통상 검찰 출신을 채용해, 검찰의 기업 수사 대응 네트워크만 가지고 있었던 데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인지한 것. 지난해부터 경찰대 출신 변호사들을 대거 채용하기 시작했다.

 

앞서의 대형 로펌 관계자는 “경찰의 대기업 수사 케이스가 늘고 있는 데 반해, 평소 네트워크가 없는 탓에 수사 흐름을 확인하는 게 쉽지 않았다”며 “김앤장 등 국내 굴지의 대형 로펌들이 대부분 경찰대 출신들을 채용했거나 채용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경찰대 출신들 사이의 끈끈한 분위기는 로펌이 채용을 더 선호하는 이유다. 경찰대의 한 학년 정원은 100명 안팎. 학교 전체를 통틀어도 수백 명 규모에 불과하고 훈련 과정에서 선후배가 어울리는 경우가 많다. 동고동락하며 지낸 시간이 많은 덕에, 선후배 사이가 끈끈하다는 얘기다.

 

다른 대형 로펌 직원은 “경찰대 출신들은 후배가 사법고시나 변호사시험을 먼저 패스해도 경찰대 때 선배가 후배를 편하게 반말로 부르고, 업무도 지시할 만큼 경찰대 때 인연을 중시한다”며 “규모가 크지 않다 보니 서로 챙겨주는 문화가 남다르다”고 설명했다. 로펌 안에서 경찰대 출신끼리만 모임을 갖는 것도 대형 로펌들 사이에서 속속 생겨나는 문화다.

 

경찰로 근무하면서 생긴, 강한 상명하복 태도도 로펌들이 중용하는 배경이다. 검찰 출신의 대형 로펌 파트너급 변호사는 “경찰 출신 변호사들은 업무 지시를 잘 따르고 결과물도 어떻게든 만들어 온다”며 “이왕이면 경찰대 출신을 뽑자는 분위기가 로펌들 사이에서 더 확산되고 있다”고 풀이했다. ​ 

차해인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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