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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인사이트] 논리적으로 완벽한 분양가상한제의 현실

분양가 잡아도 수요 그대로면 프리미엄 올라…집값 외 일자리, 기반시설에 집중해야

2019.04.15(Mon) 10:57:15

[비즈한국] 최근 전국 부동산 시장의 청약 결과를 보면 재미있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투기지역, 투기과열지구의 신규 분양은 대부분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며 계약 완료됐지만, 비조정대상지역의 신규 청약은 미분양이 상당수다. 왜 이런 결과가 나타나는 걸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분양가 문제’도 포함된다. 

 

현재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 통제하는 분양가 정책은 분양가 상한제와 유사하다. 부동산 시장은 지역별로 극심한 차이를 보인다. 소위 양극화 시장이다. 시장에서 원하든 원하지 않든 지난 40년간 부동산 역사, 특히 아파트 역사를 정리해 보면 지역별 양극화 과정이었다.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은 서울 이외 지역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타 16개 광역 지자체 중 어느 곳과 비교해도 2~4배 이상이다. 광역지자체 2위권 지역이라 할 수 있는 부산에서 시세가 가장 높은 수영구, 해운대구도 3.3㎡(약 1평)당 가격이 2000만 원이 안 된다. 서울 강남구 평균 가격은 5000만 원을 넘어섰다. 

 

서울 강남 일대 아파트 전경. 사진=고성준 기자

 

가격 차이를 줄이기 위한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시세가 높은 지역의 가격을 하락시키는 방법과 시세가 낮은 지역의 가격을 상승시키는 방법이다. 두 가지 방법을 동시에 쓸 수 있다면 이상적이겠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어떤 방법이든 인위적으로 조정할 경우 특혜나 비리가 발생할 수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분양가 상한제는 급등하는 부동산 가격을 진정시키기 위한 하향평준화 방법이다. 이전 분양가 기준 10% 전후로 분양가를 책정해 급격한 상승을 막는 효과를 노린다. 단기적으로는 분양가 하락 효과를 볼 수 있다. 신규 아파트 가격이 싸게 공급돼 기존 아파트 가격에도 영향을 줄 수도 있다. 논리적으로는 완벽하다.

 

하지만 시장에는 우리가 통제하지 못하는 요소가 너무 많다. 예를 들면 수요의 이동이다. 강남구 수요를 강남구 인구로만 한정할 수 있다면 분양가 상한제든, 투기지역 선정이든, 세금 규제든 어떤 규제 정책을 펼쳐도 효과를 볼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강남에 대한 수요를 강남구민만으로 정할 순 없다. 

 

강남구에 대한 수요는 그곳 아파트를 ​3.3㎡​당 5237만 원(KB부동산 시세, 2019년 3월 기준)이라고 평가하는 사람의 숫자만큼이다. 인구로는 53만 명, 세대수로는 23만 5000세대다. 인위적으로 강남구 평균 시세를 ​3.3㎡​당 1000만 원 정도 내렸다고 가정해 보자. 수요층은 지금보다 늘 것이다. 얼마나 늘어날까? 이 역시 추정할 수 없다.  

 

서초구, 송파구, 용산구, 동작구, 광진구, 강동구, 성동구, 분당구 등 강남구를 에워싼 지역은 1차적으로 강남구의 적극 수요층으로 참여할 것이다. 2차적으로 서울 전체와 경기도 인천이, 3차적으로 전국까지 수요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 여기서 가격을 더 내리면 수요층도 커진다. 이렇게 되면 현재 강남구에서 수용할 수 있는 총 세대수인 23만여 세대보다 수요량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다시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 시장 가격의 형성 원리다. 

 

분양가 상한제 이야기로 다시 돌아오자. 수요가 많은 지역은 분양가를 고정시켜도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프리미엄으로 분양가와 시장가의 갭을 메울 수밖에 없다. 그게 자본주의 시장 논리다. 수요가 없는 지역은 분양가 상한 제한을 할 필요가 없다. 굳이 분양가를 붙잡아도 실익이 없기 때문이다. 해당 지역 내 수요가 어느 정도 존재하는지에 대한 문제가 핵심이다.

 

강남처럼 대기 수요가 몰린 지역에 대한 해결 방법은 하나뿐이다. 수요층이 자발적으로 타 지역을 선택할 수 있도록 대안을 마련해 주는 것. 지금의 강남구에 몰려있는 양질의 일자리와 인프라를 일부라도 타 지역으로 옮길 수 있다면 그만큼 수요층은 줄어든다. 

 

서울시에서는 서울시 생활권 계획을 통해 다양한 수요 분산 시도를 하고 있다. 일자리가 부족한 동북권에 상업지역을 확대해 업무지역으로 활성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좋은 시도다. 강남에 몰린 수요층을 효과적으로 분산시킬 실질적인 방법일 테니 말이다.

 

하지만 동북권 개발 계획 및 발전 방향에서는 강남의 수요를 분산시킬 만한 확실한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강남구를 포함한 동남권의 개발 계획이 더 많아 보인다. 강남구 삼성동에 몰려있는 개발 이슈 하나가 서울시 전체 개발 계획보다 훨씬 강력하게 느껴진다. 

 

분양가 상한제는 수요가 고정된 상태라면 시도해 볼 만한 정책이다. 하지만 수요층이 많은 지역, 수요층이 계속해서 증가할 수밖에 없는 지역이라면 효과가 있을까. 투기지역의 집값을 잡고 싶으면 투기지역이 아닌 곳을 활성화해야 한다. 투기과열지구의 집값을 잡고 싶으면 다른 지역을 개발해야 한다. 그래야 수요가 분산될 수 있다. 

 

집값이 오른다고 집값만 잡으면 되는 게 아니다. 집값이 크게 오르지 못하도록 다른 대책이 함께 펼쳐져야 한다. 주택 공급 조절만으로는 절대 효과가 없다. 일자리와 기반시설 유무가 더 중요하다. 그래야만 효과적인 부동산 정책이 될 수 있다. ​ 

 

필명 ‘빠숑’으로 유명한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한국갤럽조사연구소 부동산조사본부 팀장을 역임했다. 네이버 블로그 ‘빠숑의 세상 답사기’와 팟캐스트 ‘세상 답사기’를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는 ‘부자의 지도, 다시 쓰는 택리지’(2016) ‘흔들리지 마라 집 살 기회 온다’(2015) ‘수도권 알짜 부동산 답사기’(2014) ‘대한민국 부동산 투자’(2017) ‘서울 부동산의 미래’(2017) ‘서울이 아니어도 오를 곳은 오른다’(2018), ‘지금도 사야할 아파트는 있다’(2019)가 있다.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장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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