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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 노조가 '뭇매' 맞으며 파업하는 진짜 이유 2가지

비노조원 간부에만 성과급 1700만원 지급해 반발…군산공장 휴직자도 올해 전환배치 요구

2019.09.20(Fri) 17:11:16

[비즈한국] 2018년 극적인 노사 타협으로 법정관리를 피했던 한국GM이 다시 노사 갈등으로 앓고 있다. 지난 5월 30일부터 시작한 한국GM 노사의 임금협상 단체교섭이 9차에 이른 19일 또 결렬됐기 때문이다.

 

노조는 뭇매를 맞고 있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10일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산업은행과 GM이 투자해 존속하기로 어렵게 합의했는데, 이 와중에 파업하는 건 부정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대단히 유감스럽다”며 “평균 연봉 1억 원씩 받는 분들이 (임금을) 올려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내 상식으로 납득이 안 간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노조는 입장을 굽힐 생각이 없다. 9일부터 11일 전면파업에 돌입한 데 이어 20일엔 부분파업을 시작했다. 자사 신차인 콜로라도와 트래버스 불매운동도 진행하기로 했다. 여론의 숱한 질타에도 노조가 파업을 강행하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GM 노사 갈등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진=고성준 기자


# 팀장급 간부들에게 1700만 원 성과급 지급

 

한국GM 노조가 비판을 받는 이유는 간단하다. 5년간 누적적자가 4조 원에 달할 정도로 회사가 힘든 상황인데, 성과급 지급을 비롯한 각종 요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3월 한국GM 팀장급 이상 간부들이 1인당 성과급 약 1700만 원을 받은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이는 비노조원들이 글로벌 시스템에 따른 ​보상체계를 받아들이기로 수년 전​ 결정했기 때문이다. GM의 글로벌 시스템은 GM 본사가 이익을 낼 경우 성과금을 지급한다. 즉, GM 전체를 놓고 볼 때 2018년에 흑자를 냈기에 성과급을 받게 된 것이다. 노조는 이를 두고 회사 경영이 안정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해마다 열리는 임금협상 단체교섭에서 노조는 기본급 5.65% 인상, 통상 임금의 250%에 해당하는 성과급, 사기진작 격려금 지급을 회사에 요구했다.

 

그러나 한국GM은 “2018년 단체교섭 합의서에 따라 올해는 회사 사정이 좋지 않아 노조의 임금협상안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노조의 요구를 거부했다. 2018년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 합의서 전문 4조에 따르면, 노사는 한국GM이 흑자로 전환될 시 수익성 수준을 고려해 단체교섭을 통해 성과급·일시급 지급을 논의, 결정하기로 했다.

 

노조는 ‘흑자’와 관련된 정확한 기준에 대한 논의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지부 사무지회(GM노조) 관계자는 “흑자의 기준이 영업이익이냐 당기순이익이냐에 따라 판단이 달라진다. 심지어 두 지표에서 적자를 보여도 재정 건전성이 높아진 것을 흑자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실제로 2018년 GM은 회사 부채 3조 원을 출자 전환했고 산은이 8000억 원을 지원했기에 재정 건전성이 굉장히 높아졌다. 충분히 회사가 우리의 요구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그는 “회사가 힘든 걸 잘 안다. 어느 때보다 의기투합해야 할 시기다. 그런데 우리에겐 회사 재정이 불안정하다며 성과급 지급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하고, 팀장급 이상 간부들에겐 1700만 원이나 지급한 건 차별이다. 일반 직원들이 이를 가만히 보고만 있어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노조가 파업을 결심한 이유 중 하나다. 

 

이와 관련, 한국GM 관계자는 “글로벌 시스템에 따른 보상체계는 본사가 수익을 냈을 경우 성과급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본사가 이익을 내 팀장급 이상 간부들에게 성과급이 지급됐다”며 “당시 노조원들에게도 이 보상체계 수용을 건의했으나 노조에서 거부했다. 만약 당시 노조가 제안을 승낙했다면 올해 성과급을 지급받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더 중요한 이유 ‘군산공장 휴직자 전환 배치’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이 3월 28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KINTEX)에서  열린 ‘2019 서울모터쇼’에서 신차를 소개하는 모습. GM​ 노조는 단체교섭 협상 지연 시 국정감사에서 정무위원회 의원들에게 한국GM의 정부 지원금 활용처 질의를 요청할 계획이다. 사진=박정훈 기자


한국GM 노조가 가장 바라는 건 군산공장 폐쇄로 장기간 휴직 중인 잔여 인원의 전환 배치다. 2018년 단체교섭 합의서에 따르면 노사는 군산공장 직원들의 고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동 노력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노조는 이를 근거로 이번 단체교섭에서 ‘장기발전전망관련 특별요구’ 안을 사측에 전달했다. 노조는 △부평공장과 창원공장 신차 투입 계획, △부평 엔진공장의 중장기 사업계획, △창원공장 C.CUV(크로스오버 차량) 엔진 생산, △직영 정비사업소 발전 계획 등을 통해 비전을 제시하고, 여기에 필요한 인원을 군산공장 휴직자들로 배치할 것을 요구했다.

 

노조 관계자는 “2018년 단체교섭으로 군산공장 직원들이 희망 퇴직하거나 다른 공장으로 전환 배치됐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인원이 휴직 상태로 남아 있다. 산업은행에서 지원받은 돈으로 생산시설을 늘려 군산공장 잔여 인원을 전환 배치하면 된다. 그러나 사측은 올해 단체교섭에서 ‘추후에 논의하겠다’며 이를 미루려 한다. 정확한 계획을 밝혀 잔여 인원이 일할 환경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GM도 군산공장 휴직자 전환 배치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다만 노조는 이를 이번 단체교섭에서 결정 짓고 싶은 반면, 사측은 확약하기엔 상황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국GM 관계자는 “희망퇴직 이후 남은 직원들을 타 공장에 꾸준히 전환 배치하고 있다. 언젠간 회사 측이 해결해야 할 일”이라면서도 “지금은 남는 자리가 없다. 그렇다고 회사가 어려운 상황에서 마음대로 생산 라인을 늘리는 것도 쉽지 않다”고 밝혔다.

 

회사 측 반론에도 노조는 이 입장을 고수할 전망이다. 노조 관계자는 “다음주 중으로 국회 정무위원회 의원들에게 국정감사에서 한국GM이 산업은행으로부터 지원받은 8000억 원의 사용 출처를 확인해달라고 요청할 예정”이라며 “필요할 경우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의 출석을 요구해 지원금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고, 왜 지금 고용 정책이 무딘지 상세히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찬웅 기자 rooney@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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