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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 '먹튀' 수순, 그래도 아직 시간은 있다?

글로벌 GM 생산기지 재편 일환…"당장은 철수 못해, 새로운 산업생태계 조성해야"

2018.10.24(Wed) 12:52:44

[비즈한국] 제너럴모터스(GM)의 ‘먹튀’ 문제가 다시 불거졌다. 한국GM이 지난 19일 주주총회에서 연구·개발(R&D) 법인을 분리하기로 결정해서다.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도 KDB산업은행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일며 논란이 커졌다(관련기사 '군산공장 트라우마' 한국GM 법인 신설에 산은까지 발끈 까닭). 

 

한국GM이 지난 19일 주주총회에서 연구·개발(R&D) 법인을 분리하기로 결정, ‘먹튀’ 문제가 다시 불거졌다. 지난 5월 산업통상자원부-GM협력 MOU체결에서 배리 엥글(가운데) GMI 사장, 카허 카젬 한국지엠(GM) 사장이 체결식장으로 들어가는 중 불법파견 해결 등을 촉구하는 한국지엠비정규직 노조원들의 항의를 받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GM은 과연 한국 시장 철수 수순을 밟고 있는 걸까. 이는 글로벌 GM의 최근 동향을 살펴보면 쉽게 가늠할 수 있다. GM은 올 들어 글로벌 생산기지를 대대적으로 재편하고 나섰다. 생산성이 떨어지거나 판매가 부진한 차종을 생산하는 공장을 대거 정리하기 시작한 것. 올 초 중·소형차를 개발하는 유럽 법인을 오펠에 매각했다. 사실상 유럽에서의 생산·판매에서 손을 떼겠다는 뜻이다.

 

또 돈이 안 되는 세단 라인업을 대거 정리한다. 소형 세단 쉐보레 ‘소닉’의 생산을 이르면 연내 중단할 계획이며, ‘아베오’와 ‘임팔라’도 정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군산공장에서 생산하던 ‘크루즈’도 더 이상 만들지 않는다. 

 

GM은 이미 인도네시아·러시아·태국·인도 공장을 정리했다. GM은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는 픽업트럭과 스포츠세단인 ‘카마로’만을 남긴다는 계획이다. 대신 나머지 차종은 모두 전기차 등 친환경 자동차로 채울 계획이다.

 

세단 부문 정리는 비단 GM만의 일이 아니다. 포드도 2000년대 포드 세단의 트로이카로 불린 ‘포커스·토러스·피에스타’의 생산을 올해부터 내년에 걸쳐 전면 중단할 계획이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인기 상승과 박스카 형태로 제작되는 친환경차가 대두되면서 세단의 수요가 줄어든 점을 생산라인에 반영하는 것이다. 

 

GM과 포드는 2021년께 완전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한 로봇택시를 내놓고 모빌리티의 전환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110년 역사의 GM은 최근 대규모 사업 조정과 더불어 공유차 브랜드 ‘메이븐’을 출범시키고 공유차 업체 ‘리프트’를 인수하는 등 혁신 기업으로 거듭나려는 모습이다. 또 자율주행차 부문 자회사 크루즈홀딩스를 설립해 혼다로부터 27 억 5000만 달러(약 3조 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그렇지만 GM의 주가는 2013년부터 주당 30달러(약 3만 4000원)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연초 42달러까지 올랐지만 더 이상 탄력을 받지 못했다. GM의 혁신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시장의 반응이다. 

 

한국GM은 R&D 부분을 떼어내고 남은 내연기관 자동차 생산, 판매기지는 정리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지엠 부평공장 전경. 사진=박정훈 기자


2014년 GM의 최고경영자(CEO)를 역임하고 2016년 회장에 오른 메리 바라가 그룹 혁신을 이끄는데 최근 주주들로부터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레빈캐피털스트레티지스의 존 레빈 회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주가가 오르지 않으면 GM이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대대적인 행동에 맞닥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GM이 산업은행의 동의 없이 한국GM의 R&D 법인 분리를 추진하는 것은 결국 한국GM 정리 수순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국GM의 R&D 부분을 떼어내고 남은 내연기관 자동차 생산, 판매기지는 정리할 것으로 보인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예컨대 삼성전자가 중국·베트남 공장을 정리할 때는 사업 재편의 밑그림을 토대로 움직이지, 현지 일자리까지 고려해 경영 판단을 내리지는 않을 것”이라며 “글로벌 GM은 이미 픽업트럭과 친환경 자동차, 모빌리티로 나아갈 방향을 잡았다. 지속적인 적자를 내는 한국에 추가 투자를 하거나 공장을 유지할 이유가 없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정부와 노동조합의 저항이 있겠지만 시간의 문제일 뿐, 이미 정해진 방향대로 갈 것이라는 얘기다. 

 

한국 자동차 산업도 GM이 떠나가기를 기다릴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자율주행·공유 등으로 바뀌는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에 발맞춰 한국GM의 생산 노하우와 인력을 흡수하는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또 한국을 산업 변화에 예민하게 움직이는 R&D 전초기지로 만들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GM이 당장 한국에서 철수하려면 대출금과 투자 등 4조 원 이상의 손실이 발생한다. 당분간은 시간이 있다는 뜻”이라며 “정부 주도로 모빌리티를 이끄는 현대차·삼성전자·LG전자 등이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조성해야 하며 한국 시장을 매력적인 곳으로 살리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서광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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