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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음악일기] '앨범'으로 음악 구매 사라져…빌보드가 '톱 200' 바꾸는 이유

굿즈 번들 판매, 유튜브 조회수, 콘서트 티켓 앨범 등 반영키로

2019.12.30(Mon) 11:04:25

[비즈한국] 이제 누구도 CD로 음악을 듣지 않습니다. MP3 파일조차도 흘러간 유행이 됐죠. 미국에서는 LP(Long-Playing record)가 CD보다 더 인기 있는 매체가 돼버렸습니다. 이런 시대에 ‘앨범 차트’라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매주 싱글 및 앨범 판매량을 집계해 차트로 보여주는 미국의 음악 잡지사 ‘빌보드(Billboard)’​ 사진=빌보드 페이스북

 

빌보드 인기 차트는 ‘핫(hot) 100’이라 불리는 싱글 차트와 ‘톱(Top​) 200’이라 불리는 앨범 차트로 나뉩니다. 그 중에서도 긴 호흡의 작품인 앨범 차트의 의미는 각별합니다. 케이팝 그룹인 방탄소년단과 슈퍼엠이 1위를 했던 메인 차트이기도 합니다.

 

이 앨범 차트가 2020년 크게 바뀝니다. 앨범 소비 방법이 크게 달라졌다는 의견을 반영한 겁니다. 어떻게 바뀌는 걸까요?

 

디제이 칼리드(DJ Khaled)의 ‘하이어(Higher)’. 번들 판매로 화제가 된 앨범 ‘파더 오브 아사드(Father of Asahd)’의 싱글이다.

 

우선 ‘번들’이 바뀝니다. 해외에서도 이미 앨범이 ‘음악을 듣는 매체’에서 ‘기념품’으로 바뀌면서 다양한 번들이 등장했습니다. MP3 앨범 다운로드는 스트리밍보다 앨범차트에서 더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MP3 파일은 디지털 파일이기에 복수로 구매할 수 있는데요. 이를 이용해 MP3 앨범과 다양한 상품이 결합된 기상천외한 번들이 등장했습니다.

 

테일러 스위프트는 40달러(4만 6000원)짜리 티셔츠와 MP3 앨범 다운로드를 같이 팔았습니다. 이미 2012년에 테일러 스위프트는 파파존스와 협업해 피자 한 판과 앨범을 22달러(2만 5000원)에 팔았던 전력이 있습니다. 기상천외한 번들 덕분인지 테일러 스위프트는 항상 압도적인 앨범 성적을 얻었습니다.

 

최근에는 디제이 칼리드(DJ Khaled)의 앨범이 문제가 됐습니다. 최근 앨범에서 디제이 칼리드는 에너지 드링크와 MP3 앨범 다운로드를 함께 팔았는데요. 문제는 특정 커머스 사이트에서 디제이 칼리드의 앨범을 ‘한정판 에너지 드링크’ 팔듯 장사했다는 겁니다. 이상한 점을 느낀 빌보드는 이 특정 커머스 사이트의 기록을 줄였고, 디제이 칼리드는 앨범 차트 1위를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Tyler The Creator)에게 놓쳤습니다.

 

음료수 캔 5~6개들이 팩과 MP3 앨범을 함께 파는 행위는 누가 봐도 이상합니다. 빌보드가 이런 번들 판매에 제동을 걸었습니다. 번들 판매를 할 때는 앨범 빼고, 번들만 가지고 판매할 수 있어야 합니다. 또한 앨범이 있는 번들이 앨범이 없는 번들보다 최소 3.49달러(4000원) 비싸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번들은 커머스 사이트가 아닌, 아티스트의 공식 홈페이지에서만 판매해야 합니다. 콘서트 티켓과 앨범 번들은 사용 가능하나, 앨범 티켓을 산 팬들은 티켓 구매 후 앨범 다운로드를 거절할 수 있습니다.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Tyler The Creator)의 어프퀘이크(EARFQUAKE). 이 곡이 포함된 ‘이고르(IGOR)’는 디제이 칼리드(DJ Khaled)의 앨범을 누르고 앨범차트 1위를 차지했다.

 

빌보드의 번들 기준은 번들 판매 자체를 인정하되, 최소한의 음악적 가치는 인정하라는 의도로 보입니다. 앨범의 효과가 고작 3.49달러라는 게 우스울 수 있지만, 크게 비합리적인 기준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번들 판매는 앞으로도 미국 앨범 차트의 핵이 될 듯합니다.

 

다음으로 유튜브 등 ‘영상 콘텐츠’ 뷰가 앨범 차트에 기록됩니다. 영상으로 더 많이 소비되는 힙합, 일렉트로닉, 케이팝 등의 장르가 더 유리해질 거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영상도 앨범 콘텐츠의 일부라고 인정한 셈입니다.

 

슈퍼엠이 앨범과 함께 발표한 번들 증강현실(AR) 티셔츠. 티셔츠를 핸드폰 앱으로 보면 아티스트의 움직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런 굿즈조차 ‘앨범의 일부’라고 빌보드는 인정했다.

 

이번 빌보드의 앨범 차트 개편은 한마디로 ‘앨범의 확장’을 인정했다고 보여집니다. 굿즈도, 영상도, 심지어 콘서트도 앨범의 일부라는 거지요. 굿즈 판매, 영상 판매, 심지어 콘서트의 수익까지 모두 앨범 판매에 들어가야 한다고 인정한 셈입니다.

 

한때 앨범은 ‘음악’이었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아닙니다. 뮤직비디오도. 무대도. 심지어 아티스트가 제작한 굿즈마저 앨범의 일부입니다. 이런 때야말로 단순 음악이 아니라 캐릭터를 파는 ‘케이팝’이 강세가 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가수 티셔츠는 물론, 파파존스 피자가 앨범의 일부가 돼버린 시대의 단면. 빌보드 앨범 차트 개편이었습니다.​ 

김은우 NHN에듀 콘텐츠 담당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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