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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 실리콘밸리] '인공지능'이 아니라 '집단지성 착취'다

인공지능은 사용자의 이용 패턴을 학습하는 것…빅데이터 제공자의 기여는 대가 못 받아

2019.12.26(Thu) 14:28:35

​[비즈한국] 이세돌 9단이 은퇴했습니다. 최후의 승부는 NHN에서 만든 인공지능(AI)​​ ‘한돌’과의 대국이었습니다. 두 집을 접어두고 한 접바둑에서는 이겼지만, 맞바둑에서는 패배했습니다. 국산 인공지능​도 벌써 전설의 기사를 이길 정도로 발전했음을 알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12월 19일 ‘바디프랜드 브레인마사지배 이세돌 대 AI 한돌 대국’​에 참석한 이세돌 9단 모습. 사진=고성준 기자

 

인공지능​에 대한 공포는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이 모든 직업을 빼앗을 수 있다는 겁니다. 라이스대학교 전산학과 교수 모셰 바르디는 최고경영자(CEO)의 업무 중 20%, 사무원의 일 중 80%가 지금의 기술로 자동화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지금의 자동화 기술만으로 전체 직업의 45%가 대체 가능하다고도 주장했지요. 정말 인공지능은 우리의 미래 직업을 빼앗고 있는 걸까요?​

 

최근 인공지능이 직업을 빼앗는 게 아니라 기술 기업이 우리의 정당한 대가를 빼앗고 있다는 주장이 부상했습니다. 시카고대학교 법대 교수 에릭 포즈너와 마이크로소프트 수석연구원 글렌 웨일이 그들입니다. 이들은 최근 시장을 근본적으로 개혁할 수 있다는 도발적인 주장을 담은 책 ‘래디컬 마켓’​을 내놓았습니다. 이 책은 인공지능이 인간의 직업을 빼앗는 문제의 도발적인 해결책을 제기합니다.​​

 

이세돌과 한돌의 대결을 다룬 뉴스 기사.

 

이들의 주장은 간단합니다. 인공 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은 잘못된 말입니다. 그보다는 집단 지성(Collaborative Intelligence)에 가깝습니다.

 

알파고는 처음에는 바둑 기사의 기보를 배웠지만, 이후에는 스스로 바둑을 두며 바둑 지식을 쌓았습니다. 하지만 대다수의 인공 지능은 초반의 알파고처럼 사람의 패턴을 학습합니다. 이를 배운 덕분에 특정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거지요.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페이스북이나 유튜브는 우리가 원하는 콘텐츠를 추천해줍니다. 고객들이 다양한 동영상을 보면서 ‘​시청 데이터’를 제공했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페이스북과 유튜브는 무엇을 추천해야 가장 오랫동안 유저가 머물러 있고, 영상이나 이미지, 글을 소비할지 예상할 수 있는 거지요.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경제학 교수 데이비드 오터(David Autor)의 영상. AI 시대에도 새로운 직업이 등장할 거라고 예상한다.

 

인공지능이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공포가 있는 생긴 이유는 ‘데이터 사용비’가 무료이기 때문이라고 저자들은 말합니다. 합당한 비용을 주면서 데이터를 모았다면 ‘데이터 생산자’라는 직업이 생겼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런 일이 없기에, 특별한 직업 없이 인터넷에서 게임, 유튜브 등 콘텐츠를 소비하며 플랫폼에 데이터를 제공하는 사람을 우리는 직업이 없는 사람이라 부릅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적은 금액이라도 돈을 버는 직업을 가지면서 자존감을 느낍니다. 그런 의미에서 데이터 사용료를 조금이라도 주면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부자가 될 수는 없어도, 자신의 가치는 얻을 수 있습니다.

 

이미 데이터로 큰 수익을 얻고 있는 페이스북, 구글 등의 회사는 이런 새로운 도전을 하기 어렵습니다. 추가 비용이 크게 불어나는 셈이니까요. 하지만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등 상대적으로 빅데이터 분야에서 후발주자는 리스크를 감당하고 도전해볼 만하다고 저자들은 이야기합니다.

 

‘래디컬 마켓’의 저자 글렌 웨일의 구글 강연 영상.

 

어쩌면 우리는 우리의 정당한 권리를 놓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자신이 남기는 데이터가 얼마나 가치 있는지를 잘 모르지요. 이를 통해 페이스북, 구글 등이 천문학적 매출을 전 세계에 남기는데 말입니다.

 

아직은 요원해 보이지만, 언젠가는 인터넷 사용자들에게 인터넷 업체가 앞다퉈 데이터 비용을 지불할지 모릅니다. 콘텐츠 제작자들에게 광고비를 나눠주어 거대한 콘텐츠산업을 만든 유튜브처럼 말이죠. AI의 공포에 대항하기 위한 또 하나의 제안, ‘데이터 노동비’였습니다.​ 

김은우 NHN에듀 콘텐츠 담당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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