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이재명 정부가 영농형 태양광 규제 완화 계획을 발표하며 본격 추진을 앞두고 있다. 영농형 태양광은 경작과 전기 생산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 발전 방식으로 주목받는다. 그러나 외부 자본 위주의 난개발과 수확량 감소로 인한 식량안보 문제 등의 우려도 제기된다. 전문가와 농민들은 영농형 태양광이 정의로운 전환과 농업의 지속가능성 확보, 주체적인 농민 참여 보장의 관점에서 정책이 추진돼야 한다고 말한다.

정부는 10월 1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주재로 ‘제2차 핵심규제 합리화 전략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영농형 태양광 규제 완화 계획이 발표됐다. 주요 내용은 △태양광 발전사업을 위한 농지사용기간 8년에서 23년으로 연장 △농업진흥지역도 재생에너지지구 지정 시 발전사업 허용 △마을협동조합도 발전사업주체로 허용 △태양광 이격거리 법제화 등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전략회의에 영농형 태양광의 상용화를 위한 핵심적인 규제 완화가 담긴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오선아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은 “투자 회수 기간과 패널 수명이 20~25년 것으로 고려해 허가기간을 최소 20년으로 연장할 필요성을 제기했는데 반영됐다”며 “지역마다 다른 이격거리 법제화도 긍정적인 요소다”라고 평했다.
앞서 13일 농림축산식품부는 규모화·집적화된 영농형 태양광 조성 시범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시범사업은 공모 후 12월 중에 대상마을을 선정할 계획이다. 이재명 정부 재생에너지 보급 정책의 주요 사업인 영농형 태양광이 본격 추진을 앞둔 것으로 보인다.
영농형 태양광은 농지에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해 태양 빛을 공유함으로써 하부에서는 농사를 짓고 상부에서는 태양광 발전을 하는 시스템이다. 제한된 토지를 활용해 에너지와 식량을 동시에 생산한다는 장점이 있다. 농민은 농업 소득 외 발전 소득까지 얻을 수 있다.
그러나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우선 농민들은 외부 자본 유입을 통한 난개발을 우려한다. 이번 규제 완화안에서는 마을협동조합도 사업주체가 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영농형 태양광의 초기 투자 비용이 크고 농민의 인식이 낮은 상황이어서, 기업이나 민간 개발자 등의 외부 자본이 영농형 태양광을 주도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황순진 전남 무안농민회 사무국장은 “외부 자본 유입 가능성이 큰 대규모 농지가 영농형 태양광의 주요 부지가 될 것”이라며 “난개발이 안 되게 명확한 규제와 구조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실제로 2024년 경기도의 영농형 태양광 시범 사업 ‘햇빛농장’에 신청한 양평군에서는 약 3800평 규모의 태양광 시설 설치를 두고 마을 주민 간에 갈등이 빚어졌다. 일부 주민들이 사업 결정 과정의 참여 보장 부족과 절차적 투명성 문제를 제기하며 소송을 제기했는데, 태양광 설치업체가 찬성 측 주민들의 소송 비용을 대면서 갈등이 깊어졌다. 결국 경기도는 이 사업 신청을 부결시켰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전 사례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다”며 “외부 사업자를 최대한 배제하고 마을협동조합 등 주민주도 중심으로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농작물 수확량 감소로 인한 식량안보 문제도 제기된다. 농지 위에 패널을 설치하는 영농형 태양광의 특성상 일조량 감소로 인해 농작물 수확량이 줄 수밖에 없다. 여러 연구에서 통상 10~20% 정도의 수확량이 감소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전북 군산시농업기술센터의 2023년 실증시험 결과 벼 수확량은 일반 논 대비 17.8% 감소했다. 태양광 설비로 인해 농기계가 닿지 못하는 구역이 생기는 불편도 감수해야 한다.
농민들은 수확량 감소로 인한 농업 소득 감소와 식량안보 불안을 지적한다. 강순종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은 “발전 소득이 생기겠지만 농산물 수확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식량도 국가의 유지 발전을 위해 대단히 중요한 요소이기에 식량과 에너지를 바꾼다는 등식은 성립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간담회와 토론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기술 발전으로 태양광 패널의 투과율이 점점 나아지고 있다”며 “발전 소득을 통해 농가 소득을 보장하는 것도 식량안보의 중요한 동력이다”라고 말했다.
임차농의 실질적 권리 보장도 중요한 과제다. 2024년 기준 국내 농가 가운데 임차농가 비율은 45%, 임차농지 비율은 47%에 달한다. 영농형 태양광이 임차농지에 설치되면 경제적 이익은 토지 소유자가 가져가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임차농이 짊어질 수 있다. 임차농의 권익 보장과 피해 방지를 위한 법적 안전장치 마련이 요구되는 이유다.
오선아 연구원은 “임차농도 사업 주체로 참여하게 해 발전 수익 배분이 필요하다”며 “농지 임대차 계약에서도 수확량 감소분을 고려하고 직불금 지급 대상에 임차농도 포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농민들은 재생에너지 보급 사업에서 왜 농지가 우선 대상이 되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전력 수요가 많은 도시가 아니라 농촌에 태양광 사업을 먼저 시작하는 것이 ‘정의로운 전환’의 관점에서 옳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농업진흥지역까지 사업을 허용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강순종 정책위원장은 “농지가 태양광에 유리한 평지란 이유로 우선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도시와 수도권, 산업 단지에 필요한 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해 농촌이 식민지로 수탈당하고 있다는 감정이 든다”고 비판했다.
김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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