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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더힐' 급 부촌 지으려던 부영, 조용한 까닭

부지 두고 서울시 "임대주택 검토" 용산구 "보상금 부담" 환경단체 "공원 조성"…부영 "서울시 결정 기다려"

2020.04.24(Fri) 11:40:55

[비즈한국] 7월 1일 도시공원 일몰제 시행을 앞두고 한남근린공원 부지를 둘러싼 서울시, 용산구, 서울주택도시(SH)공사, 부영주택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지난달 서울시가 SH공사에 임대주택 건설을 검토하라고 지시했지만 시민단체가 ‘공원을 조성하라’며 반대하고 나섰고, 용산구는 공원 조성 시 부영주택에 지급해야 할 보상금액이 부족하다고 맞서고 있다. 반면 부영주택은 한남근린공원 부지가 도시계획시설 공원에서 해제되면 인근의 ‘한남더힐’이나 ‘나인원한남’과 같은 고급주택을 지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한국이 자세한 내용을 취재했다. 

 

#한남근린공원 부지는?

 

부영주택이 2014년 6월에 매입한 한남근린공원 부지.  사진=유시혁 기자

 

한남근린공원은 1940년 3월 조선총독부 고시에 의해 지정된 국내 최초 도시공원이다. 해방 후 국방부가 정부(국)로부터 소유권을 귀속 받아 1948년부터 2015년까지 미군기지 부대시설로 활용했다. 미군이 철수한 2015년부터 공원 부지(2만 2976㎡​, 6950.24평)는 공터로 방치됐다. 

 

용산구청에 따르면 국토교통부가 한남근린공원을 도시계획시설 공원으로 지정한 건 1979년 4월이다. 지난 40년간 매매, 상속, 신탁 등의 방식으로 토지의 소유권이 여러 차례 변경됐으나,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토지의 소유주가 공원 이외에는 다른 목적으로 활용할 수 없었다. 2006년 5월에는 미래한남PFV가 한남근린공원 부지를 매입했고, 2014년 6월에는 부영주택이 미래한남PFV로부터 한남근린공원 부지를 841억 8200만 원에 매입해 6년째 소유하고 있다.

 

한남근린공원 앞쪽에는 국내 최대 부촌으로 꼽히는 유엔빌리지(용산구 한남동)와 국내 최고가 아파트인 한남더힐이 자리한다. 최근에는 바로 옆에 롯데건설이 시공한 나인원한남이 들어섰고, 반대쪽에는 순천향대학병원이 위치한다. 한강과 가까워 ‘강세권’, 남산과 인접해 ‘숲세권’에도 속하며, 한남대교 및 경부고속도로에 바로 진입할 수 있는 지리적 조건을 갖춰 강북 최고의 금싸라기 땅으로 꼽힌다. 

 

#서울시 vs 용산구 vs 서울주택도시공사

 

‘시사저널이코노미’ 보도에 따르면 지난 3월, 서울시가 한남근린공원에 임대주택 건설을 검토하라고 SH공사에 지시했다. 용산구에는 관련 조례 내 자치구 관리공원 지침에 따라 토지 보상금의 절반을 지급하라고 전한 것으로 알려진다. 한남근린공원 부지(한남동 672-1번지 외 16필지)의 2019년 1월 기준 합산 공시지가는 1012억 6939만 2000원이며, 보상금의 규모만 34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일반적으로 부동산 시세는 공시지가의 2~3배 수준에서 책정된다.  

 

용산구는 연간 예산(5100억 원)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을 보상금으로 지급할 수 없다고 서울시에 맞섰다. 부영주택에 지급해야 할 보상금을 둘러싼 서울시와 용산구의 이견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자, 건설업계에서는 임대주택 건설 계획이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서울환경운동연합 등 시민단체와 서울시의회의 반발도 거세다. 서울시가 일몰제 시행을 앞두고 지난해부터 사유지 공원을 매입하고 나섰는데, ‘서울 내 모든 도시공원을 지키겠다’는 약속대로 부영주택으로부터 한남근린공원 부지를 매입하라는 것이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한남더힐, 나인원한남 등 고급주택 단지에 둘러싸인 한남근린공원 부지에 임대주택이 들어서는 건 어울리지 않다”, “국내 최대 부촌인 한남동의 땅값이 비싼 만큼 임대주택의 임대료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부영주택의 선택은?

 

부영주택이 한남근린공원 부지(붉은 선 안쪽 부분)에 고급주택을 지을 지 건설·부동산 업계의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사진=카카오맵 화면 캡처

 

부영주택은 7월 1일 일몰제 시행으로 한남근린공원이 도시계획시설 공원에서 해제되면 차후 활용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부영주택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정해진 게 없다”면서 “지금은 서울시 결정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부영주택이 한남근린공원 부지를 매입하면서 공동주택 건설 사업을 추진하려 했음이 비즈한국 취재 결과 확인됐다. 부영주택이 한남근린공원 부지를 매입한 지 6일 만에 하나자산신탁에 부지 소유권을 신탁하면서 우선수익자로 부동산PF 시공사인 ‘비와이한남 유한회사’를 지정한 후 1300억 원을 대출받았는데, 법인등기부를 확인해보니 비와이한남의 사업 목적에 ‘한남빌리지 개발 사업과 관련해 주식회사 부영주택과 체결하는 금전소비대차약정에 따른 금전채권 및 이에 부수하는 제반 권리(대상자산)의 취득’이 포함돼 있었다. 부영주택이 건설하려 했던 공동주택의 이름이 ‘한남빌리지’였음을 짐작해볼 수 있다. 

 

2016년 7월에는 하나자산신탁과의 신탁 계약을 해지했고, 두 달 후 비와이한남을 청산종결했다. 신탁재산을 귀속받던 날, 이번에는 KB부동산신탁에 한남근린공원 부지의 소유권을 신탁 맡기면서 부동산PF 시공사인 에이블한남제일차 주식회사를 우선수익자로 지정하고, 910억 원을 대출받았다. 에이블한남제일차의 법인등기부에는 공동주택과 관련된 이름이 명시되지 않았으나, 부동산 업계에서는 부영주택이 한남근린공원 부지에 ‘에이블한남’이라는 이름의 아파트단지를 건설하려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부동산등기부에 따르면 부영주택과 KB부동산신탁의 신탁 계약은 아직 해지되지 않았으나, 2017년 11월 에이블한남제일차의 주주 전원의 서면 결의로 해산이 결정되면서 2018년 2월 청산 종결됐다. 

 

부영주택 측은 일몰제 시행으로 도시계획시설 공원의 해제 여부가 결정될 때까지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기 곤란하다고 비즈한국에 전했다. 부영주택 관계자는 “국내 최대 부촌인 데다 국내 최고가 아파트인 한남더힐과 나인원한남과 인접해 그에 버금가는 고급주택을 지을 거라 전망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앞서 얘기했듯 검토 단계라 결정된 게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 

유시혁 기자 evernuri@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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