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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AI 반도체 유니콘 리벨리온 "우리 경쟁 상대는 엔비디아"

"지더라도 싸우겠다" 추론 중심 재편되는 AI 인프라 시장 도전…NPU 중심 해외시장 진출 속도 낼 것

2025.12.16(Tue) 17:36:57

[비즈한국] 중국을 중심으로 ‘탈 엔비디아’ 전략이 대두되는 가운데 반도체 설계(팹리스) 스타트업 리벨리온이 국산 고성능 인공지능(AI) 추론 칩으로 글로벌 AI 인프라 시장 공략에 나선다. 한국에서 쌓은 성과와 글로벌 파트너십 등을 바탕으로 향후 5년은 해외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구상이다.​

 

4년 전 자사 첫 AI 반도체를 출시한 리벨리온은 현재 SK텔레콤 ‘에이닷’의 통화 요약 서비스와 KT 클라우드에 자체 개발한 NPU(신경망처리장치)를 제공하고 있다. 리벨리온은 업력 5년간 누적 투자금 6500억 원을 모았다.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는 “결과를 따지지 않고 글로벌에서 싸우겠다”며 “당장은 아니더라도 5년, 10년 내 엔비디아와 같은 사각 링에 올라가 치열하게 경쟁을 해보겠다는 게 우리의 비전”이라고 강조했다.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는 자사의 경쟁사를 엔비디아로 규정하고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겠다는 포부를 발혔다. 16일 경기 성남시 리벨리온 오피스에서 자사 성과와 전략을 공유하는 박 대표. 사진=강은경 기자


#에이닷·KT 사례 들고 해외로… 

 

리벨리온은 창사 5주년을 맞아 16일 오전 경기 성남시 정자동 리벨리온 오피스에서 미디어데이를 열고 현재까지의 성과와 글로벌 사업 방향성을 공개했다.

 

리벨리온은 AI 추론 연산에 특화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AI 반도체 스타트업이다. 지난해 12월 SK텔레콤 AI 반도체 자회사 사피온코리아와 합병하면서, 국내 최대 규모 반도체 AI 기업이자 이 분야에서 기업가치 1조 원 이상의 국내 최초 유니콘이 됐다.

 

박성현 대표는 리벨리온의 첫 5년을 기초 체력을 다진 시간으로 평가했다. 리벨리온은 현재까지 ‘​아이온(ION)’과 ‘아톰(ATOM)’ 시리즈 등 두 세대 NPU 라인업을 출시했다. 올 8월 선보인 ‘리벨 쿼드(REBEL Quad)’는 ‘빅 칩(Big Chip·고성능 대규모 칩)’급 AI 반도체다. 여러 개의 칩 조각인 ‘칩렛(반도체 칩들을 하나의 패키지로 결합)’을 연결하는 아키텍처를 적용해 다양한 연산 수요와 확장 요구에 유연한 대응이 가능하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NPU는 신경망 연산에 최적화된 구조를 갖춘 전용 가속기다. 리벨리온은 엔비디아 GPU(그래픽처리장치)에 대항할 대안으로 NPU를 띄우고 있다. 고정된 연산 패턴을 효율적으로 처리하도록 설계되는 NPU는 LLM(거대언어모델) 추론과 같이 연산 구조가 반복적이고 패턴화된 작업에서 높은 연산·전력 효율을 제공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리벨쿼드 반도체 실물. 사진=강은경 기자


박 대표는 무엇보다도 자사 칩이 최종 소비자(엔드 유저) 기반의 실사용 서비스에 제공되고 있다는 점을 가장 큰 성과로 꼽았다. 해외 시장에 뛰어드는 기업에게는 레퍼런스 프로젝트로 성능과 신뢰를 증명하는 게 필수적이다. AI 반도체처럼 아직 표준이 굳어지지 않은 신기술로 경쟁하는 데다 글로벌 기업에 비하면 규모나 기반이 작은 스타트업에게는 “어디서 어떻게 쓰이고 있다”는 실제 사례가 기술 구동 방식과 안정성을 한 번에 입증하는 지표가 되기 때문이다. 

 

그는 “암(Arm·영국 반도체 설계 기업) 투자 유치 시점에 시리즈 A 기준을 넘긴 팀이 이미 100개 이상 존재했다. 하지만 ‘엔드 유저가 누구냐’에 답을 할 수 있는 곳은 리벨리온뿐이었다”며 “하루 최대 5000만 건의 API 호출이 발생하는 에이닷에 아톰 칩을 넣는다. 실시간 대국민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구동하고 있다는 사실은 해외 고객에게 모두 통하는 근거”라고 자신했다. 

 

#NPU로 GPU 한계 넘을까, IPO·나스닥 상장도 시야에

 

리벨리온의 아톰 기반 제품은 에이닷 통화녹음 기능과 SK텔레콤의 반려동물 X-ray 진단 보조 서비스 ‘엑스칼리버’에 전면 도입(2025년)됐다. 이 밖에도 2023년 아톰 출시 약 3개월 만에 KT 클라우드와 함께 국내 최초 데이터센터 내 NPU 상용화를 이룬 협력 성과를 토대로 글로벌 영업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AI 학습의 다음 단계로 열리고 있는 추론 시장에 리벨리온이 제대로 올라탈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리벨리온 칩은 AI의 다양한 영역 중에서도 특히 추론에 특화됐다. AI 기술이 상용 단계에 접어들면서 실제 성능에 영향을 미치는 추론 기능이 중요해지면서 엔비디아 주도 GPU의 한계를 뛰어넘는 대안이 요구되고 있다.

 

엔비디아 GPU는 연산량이 많고 범용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애초에 AI 전용 반도체가 아닌 그래픽 처리를 위해 만들어진 만큼, 성능이 낭비되는 측면이 있고 이 때문에 전력 효율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게 단점이다. 생성형 AI 기술 경쟁 가열로 엔디비아 GPU 수요가 폭증하자 과도한 의존도, 공급 부족 현상 등 기업이 안고 가야 할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 전략을 소개하는 마셜 초이 CBO. 사진=강은경 기자


최근 리벨리온에 최고사업책임자(CBO)로 합류한 마셜 초이 전 샘바노바 최고고객책임자(CCO)는 “일본, 사우디아라비아, 미국에서 전략적으로 성장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일본은 제조업과 금융업 중심으로 한국과 유사한 시장으로 고령화 문제로 AI 채택 비율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국가 차원에서 AI에 대한 강렬한 열망을 드러내고 있는 사우디, 근본적으로 경쟁력을 입증할 수 있는 미국에 집중하는 것이 제한된 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하면서도 매출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이라고 말했다. 

 

초이 CBO는 미국 오라클 등을 거쳤다. 샘바노바는 2세대 리벨리온에 앞선 1세대 AI 반도체 기업으로 분류된다. 초이 CBO는 “1세대 기업들은 시장 개화 전인 챗GPT 등장 이전 등장해 억 단위 모델을 돌리는 하드웨어 개발에 몰두했고 추론 영역이 아닌 학습 영역에 집중했다. 하지만 지금 세상은 거의 조 단위의 LLM을 돌리는 시대가 됐다”며 “‘두 번째 생쥐가 치즈를 먹는다’는 비유처럼 앞세대의 패착을 보며 전략을 짤 수 있는 2세대가 시장이 더욱 명확해지는 시점에 가장 효율적이고 준비된 제품을 제시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날 리벨리온은 기업공개(IPO) 계획도 언급했다. 내년 중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할 예정이다. 추후 미국 나스닥 시장 진출도 열어뒀다. 

 

박 대표는 정부 AI 인프라 투자가 엔비디아 GPU 확보에 집중되는 것과 관련해 “AI 정책이 소프트웨어 쪽으로 흘러가고 GPU 확보, 대기업 등 기존 사업자 중심으로 가는 데 아쉬움이 없진 않지만 장기적으로는 생태계가 살아야 사업의 미래가 있다고 본다”며 “다만 GPU 도입 비용의 10분의 1이라도 대한민국 AI 반도체에 투자해 활로를 뚫어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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