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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NH투자증권, 옵티머스 피해자에 예탁결제원·하나은행 소송 유도 논란

피해자 "타 기관 소송 제기 종용"…NH증권 "다중 소송해야 배상 가능성 커져"

2020.11.18(Wed) 15:36:12

[비즈한국] 부실 옵티머스 펀드를 가장 많이 판매한 NH투자증권이 피해자들에게 자사를 포함해 사무관리회사와 수탁은행에 소송을 제기하도록 종용하는 문건을 작성한 것으로 확인돼 또 다른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고객(피해자)이 원치 않으면 해당 내용을 강요하지 말 것’을 단서로 달았지만 금융업계에서도 유례없는 지침이라는 말이 나온다. NH투자증권은 피해자에게 도움을 주기 위한 조언이라는 입장이지만, ​판매사의 책임론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책임을 관련 기관에 떠넘기려는 의도라는 해석도 나온다.

 

옵티머스 펀드 최대 판매사인 NH투자증권이 피해자들에게 관련 기관 모두에게 소송을 제기할 것을 종용한 정황이 드러났다. 서울 여의도 NH투자증권. 사진=비즈한국DB

  

#피해자들에게 ‘선지원금 신청서’ 받으면서 타 기관 소송 권유

 

이 같은 문건의 존재는 NH투자증권이 올해 9월 피해자에게 옵티머스 사태 관련 선지급 신청서를 받으면서 알려졌다. 당시 NH투자증권은 피해자들을 모아놓고 선지급금 신청서를 받으면서 자사를 포함해 수탁은행인 하나은행과 사무관리사인 예탁결제원에 소송을 걸 것을 종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NH투자증권을 통해 옵티머스 펀드를 가입한 피해자 A 씨는 “NH투자증권이 지급한 선지원금은 사실상 대출 성격에 가까웠다. 지급된 선지원금은 향후 결정되는 NH투자증권의 책임률에 따라 언제든지 회수할 수 있어 대출을 받지 않은 피해자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NH투자증권이 수탁은행 하나은행과 사무관리회사 예탁결제원을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할 것을 유도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하는 문건도 확인됐다. 이 문건은 NH투자증권이 PB(프라이빗 뱅커)들에게 제공한 것으로 파악된다. 비즈한국이 입수한 ‘옵티머스 유동성 선지원 관련 Q&A’ 문건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10번째 문답을 통해 고객(피해자)의 회수금(배상액)을 높이는 방법으로 NH투자증권을 포함해 관련 기관 모두를 피고로 소송을 제기할 것을 당부했다.

 

NH투자증권이 옵티머스 피해자들에게 제공한 유동성지원금 신청서. 사진=제보자 제공


NH투자증권은 이 문건에서 옵티머스 사태를 ‘자산운용사가 규제의 완화 및 수탁은행과 사무관리사의 업무 과실을 이용한 사기로 발생한 사건’이라고 정의했다. 그러면서 배상책임 대상자(소송 대상자)가 늘어날수록 피해자에게 유리하다고 봤다. 다만 이 같은 내용에 대해 원치 않는 피해자에게는 강요하지 말 것을 밝혀두기도 했다.

 

피해자는 피해를 끼친 기관에게 손해보상을 받기위해 ​△계약취소에 따른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는 소송 등을 제기할 수 있다. 만약 피해자가 불법행위에 따른 책임을 묻는 소송을 제기한다면 NH투자증권의 주장이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을 NH투자증권에 물을 경우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에서 제기할 수 있는 불법행위는 ‘불완전판매’ 정도다. 이때 수탁은행과 사무관리회사를 포함해 연대배상책임을 묻는 소송을 제기하면 배상 규모가 커질 수 있지만,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개별적으로 증명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불완전판매의 정도나 상황이 피해자마다 달라 NH투자증권에 배상책임을 물을 수 없는 피해자도 생길 수 있다.

 

또 불완전판매에서는 피해자에게도 과실이 있다고 보는 경우가 많아 배상액이 기대에 못 미치는 일도 많다. 피해사실 증명의무가 피해자에게 있는 만큼 모든 피해자가 ​개별적으로 ​이를 입증해 NH투자증권에 배상을 받기란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책임기관별로 보상을 받는 구조에서는 책임을 지는 기관이 많을수록 배상액이 커질 가능성이 있지만 피해자가 수탁은행이나 사무관리회사를 상대로 피해사실을 입증하기가 어렵다.

 

결국 계약서의 내용과 실제 투자 내역이 다른 점을 강조해,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를 요구하고 이에 따른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을 NH투자증권을 상대로 제기하는 것이 피해자에겐 가장 강력한 소송 전략이다.

 

그러나 이 경우엔 소송 대상자가 한 곳이든 세 곳이든 배상 규모 자체는 늘어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계약서 당사자이자 투자금을 투입한 곳이 NH투자증권이므로 부당이득금 반환 의무가 NH투자증권에만 발생하기 때문이다. 수탁은행이나 사무관리회사를 대상으로 소송을 동시에 진행할 수도 있지만 소송기간과 소송비용이 증가할 수도 있다. 또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에 따른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은 공동소송이 가능하지만, 불법행위에 관한 책임을 묻는 소송은 피해자마다 각기 다른 피해사실을 입증해야하므로 개별 소송이 불가피하다.

 

NH투자증권을 통해 옵티머스 펀드에 가입해 피해를 본 피해자들의 시위현장. 사진=피해자 제공

 

이 때문에 NH투자증권이 옵티머스 관련 책임을 다른 기관에 떠넘기기 위해 피해자들에게 소송을 종용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A 변호사는 “계약 당사자인 NH투자증권이 피해자가 제기한 법정 소송을 통해 책임을 지고, 여기에서 발생한 배상금을 책임이 있는 기관에 구상권을 청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피해자에게 소송을 제기하라고 종용하는 것은 NH투자증권의 책임을 다른 기관에 떠넘기려는 의도로 보인다”면서 “소송 비용과 기간이 늘어나는 부담은 피해자가 지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반론도 있다. B 변호사는 “피해자 입장에서 NH투자증권의 권유가 도움이 될 만한 부분이 있다”면서 “두 가지 소송을 동시에 진행하면 소송기간이 길어지겠지만 배상 가능성을 높인다는 측면으로 보면 NH투자증권의 주장이 설득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 민원 시에도 예탁결제원·하나은행​ 포함 유도

 

한편 ‘옵티머스 유동성 선지원 관련 Q&A’​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PB들에게 소송비용이 없는 피해자들에게는 금감원에 민원을 제기할 때 NH투자증권뿐 아니라 관련 기관 모두에 민원을 걸도록 권유했다. 피해자가 NH투자증권을 상대로 ‘계약취소’나 ‘배상’을 주장할 경우 민원이 모두 인정되기 어려운 만큼 옵티머스 펀드 관계사 전부를 상대로 민원을 넣는 것이 방법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NH투자증권이 주장하는 ‘다자 배상안’은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에서 도출된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수 기관의 배상 비율을 정하기 어려워서다. 오히려 다자 배상안이 결정되면 배상 조정안을 받은 기관의 반발로 법원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은 피해자로선 부담이다.

 

이에 대해 NH투자증권 관계자는 “관련 자료는 PB들에게 배포한 자료로 여러 버전이 있다. 실질적으로 고객들이 투자원금을 최대로 회수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려 한 것이지 고객들을 이용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밝혔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하나은행은 옵티머스 사태와 관련해 피해자들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면서 “NH투자증권이 소송을 제기하라고 종용했다는 사실은 납득할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예탁결제원 관계자는 “현재 금융당국의 분조위 진행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면서 “NH투자증권의 대응에는 따로 드릴 말이 없다”고 설명했다.

박호민 기자 donkyi@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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