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미국 현지 법인으로부터 외화를 수령하고도 이를 외국환은행장에게 신고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된 핀테크 기업 주식회사 트래블월렛이 벌금 200만 원의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다. 선고유예는 피고인의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지만 그 정도가 가볍다고 판단되는 경우, 2년간의 유예기간이 특정한 사고 없이 경과하면 형을 면제해 주는 제도다. 당시 거래 은행의 미흡한 안내로 인한 신고 누락인 점 등이 참작됐다. 트래블월렛 측은 “거래 전 은행에 거듭 문의해 절차를 검토했으며, 고의성이 없었다”고 밝혔다.

#외화결제 특화 트래블월렛 ‘외국환거래 위반’
서울중앙지방법원(재판장 이종우)은 지난달 25일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트래블월렛과 김형우 대표에 대해 각각 벌금 200만 원의 선고를 유예한다고 판결했다.
트래블월렛은 2023년 12월 자회사인 미국 소재 현지 법인으로부터 JP모건체이스에 개설된 트래블월렛 명의 계좌에 211만 8460달러(한화 약 28억 원 상당)를 송금받으면서 외국환거래법상 지정거래외국환 은행장에게 해당 거래를 신고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외국환거래법과 관련 규정에 따르면 거주자가 해외에서 비거주자와 외화예금거래를 할 경우 반드시 지정거래외국환의 은행장에게 신고해야 한다.
이 사건은 앞서 금융감독원이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를 확인해 과태료를 부과한 후, 경찰에 송치되면서 형사 사건으로 전환됐다. 이후 검찰이 약식기소 처분을 내렸으나, 회사가 정식재판을 청구해 법정에 서게 됐다. 거래하던 은행의 안내부족으로 인한 고의성 없는 사안임에도 벌금형이 부과된 것은 부당하다는 게 회사의 입장이었다.
재판부는 트래블월렛 측 주장을 받아들이면서도 유죄로 판단했다. 업무 착오, 초범 등 양형 참작 사유가 반영됐다. 재판부는 “범행에 이른 경위, 범행 내용 및 규모, 범행 후의 정황 등 제반 양형조건을 종합해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고 판시했다.

트래블월렛은 해외결제 서비스 및 해외송금 서비스를 주요 사업으로 영위하는 외화결제 특화 핀테크 기업이다. 대표 사업으로는 여행자를 위한 모바일 앱 기반의 외화선불식 충전카드 ‘트래블페이’와 해외송금 서비스 등이 있다.
은행환전·신용카드보다 유리하다는 점을 앞세운 트래블페이는 모든 통화에 대해 해외결제 수수료를 받지 않는 게 특징이다. 비자(VISA)와 같은 국제 카드 브랜드와 직접 연결하고 자체 외화 관리 시스템을 운영, 불필요한 중간 비용을 줄여 효율성을 높였다. 송금 서비스는 미국·영국·싱가포르·호주·태국·베트남 등 총 22개국에서 수수료 없이 제공한다. 간편한 해외 결제와 현지 ATM 출금의 용이성 등으로 주목받으면서 매출에서도 △2024년 592억 원 △2023년 227억 원 △2022년 26억 원 등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트래블월렛 “내부통제 역량 강화 조치”
신고 의무 위반은 트래블월렛의 결제 시스템 전환 과정에서 절차 이행이 누락되며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상황에서 회사는 거래하던 국내 외국환 지정은행의 고지 미흡으로 회사가 예금거래 신고 없이 28억 원 상당의 외화를 수령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외국환거래법 및 관련 규정 등에 따르면 거주자와 비거주자 사이에 외화 지급 및 채권·채무 관계가 얽혀 있고 단순 송금이 아니라 상계(채권·채무 맞대응 결제)가 포함될 때 상계신고와 송금신고가 각각 필요하다.
조정희 법무법인 디코드 대표변호사는 “외환거래 관련 신고 등은 거래의 목적과 중요도에 따라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거래 은행 등 각기 다른 기관에 신고하도록 세분화돼 있어 실무적으로 복잡한 편이다. 이 때문에 별도의 법률 자문이 활용되는 영역이기도 하다”며 “특히 해외 송금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트래블월렛 등은 비즈니스 구조상 외국환거래법 이슈에 상시 노출될 수밖에 없어 다른 업종에 비해 관련 법적 리스크가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
트래블월렛 측은 “당사는 외환 송금 및 결제 서비스를 주력 사업으로 하는 스타트업으로서 외국환거래법령을 준수하고자 노력해왔고, 의도적으로 신고를 회피할 이유가 없다”며 “지난해 이를 인지하고 과태료를 자진 납부했고 해당 사건 이후 국내 외국환 지정은행을 변경했다”고 밝혔다.
트래블월렛은 내부통제 역량 강화에 나섰다. 향후 발생할 위험 요소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외국환업무 전반에 대한 직원 교육 강화 △컴플라이언스(준법감시조직) 신설 △준법 감시 전문 인력 투입 등을 통해 법령 위반 소지 여부에 대해 면밀히 검토했다고 밝혔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부회장은 “처벌이 능사는 아니지만, 외환 거래를 수반하는 핀테크 서비스의 특성상 은행뿐 아니라 사업자 측의 절차 이해와 이행 체계도 함께 보완될 필요가 있다. 유사 사례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합리적이고 체계적인 관리 조치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강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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