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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스타트업열전] 독일-아시아 잇는 여성 창업자 ③치카 야마모토 크로스비 대표

일본·독일 스타트업 선발해 멘토링과 매칭 진행…개별 기업 연결보단 커뮤니티 연결에 주력

2021.06.08(Tue) 10:05:03

[비즈한국] 독일에서 활동하다가 비슷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한국인을 보면 그렇게 반가울 수 없다. 어떤 일을 하는지, 이 분야에서 활동하는 데에 비슷한 어려움이 있지는 않은지, 어떤 비전을 가지고 일하고 있는지, 사소한 것에서부터 장기적인 계획까지 그 사람의 많은 것이 궁금하다. 비단 한국인뿐만이 아니다. 비슷한 외모를 가진 아시아인이라면 금세 친밀도가 높아진다. 재밌는 것은 아시아계의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훨씬 말이 잘 통하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영어나 독일어로 대화를 하더라도 그것을 모국어로 하는 사람들보다 서로의 말을 더 잘 이해한다. 표현 방식이나 사고 구조가 닮았기 때문이다. 치카 야마모토와의 만남도 그러했다. 

 

베를린에는 모빌리티 스타트업을 전문적으로 육성하는 액셀러레이터이자 코워킹 스페이스인 드라이버리(The Drivery)가 있다. 드라이버리는 130개의 스타트업을 비롯해 지멘스 모빌리티, 혼다 등 글로벌 대기업, 관련 연구자 등 700여 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베를린에서 미래 모빌리티 관련 가장 중요한 플랫폼 중 하나이다. 지금은 ‘유니콘’이 된 베를린의 공유 킥보드 스타트업 티어(Tier)도 드라이버리 출신이다. 현대자동차의 신사업 모델을 발굴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센터인 현대 크래들(Hyundai Cradle)과 드라이버리가 공동개최한 모빌리티 관련 행사에서 치카와 처음 만났다.

 

크로스비는 베를린의 액셀러레이터이자 코워킹 스페이스인 드라이버리와 협력한다. 크로스비 대표 치카 야마모토​(왼쪽)와 드라이버리 CEO 팀 럽. 사진=thedrivery.com

 

#1대1 매칭보다 커뮤니티와 커뮤니티를 연결

 

치카는 베를린에 기반을 둔 비즈니스 컨설팅 회사 ‘크로스비(Crossbie)’의 대표이다. 크로스비는 ‘국경을 넘는 혁신(Cross Border Innovation)’이라는 모토에서 따온 이름이다. 말 그대로 주로 베를린과 일본을 연결하는 일을 하는데, 치카는 이것이 “생태계를 구축”하는 일이라고 설명한다. 치카는 크로스비를 운영하며 동시에 앤젤 투자자, 프로덕트 크리에이터, 비즈니스 액셀러레이터이자 관련 업계에서 교육자로도 활동하고 있다. 

 

치카는 오사카외국어대학교를 졸업하고 도쿄에서 글로벌 광고 대행사인 JWT에서 일하다 헬싱키로 건너와 노키아에서 프로덕트 매니저로 근무했다. 이후 런던비즈니스스쿨에서 수학하고, 뉴욕, 베를린 등의 다양한 회사에서 근무하며, 자신의 커리어를 쌓아갔다. 치카는 “글로벌한 환경에서 일하면서 ‘내가 누구일까’ 하는 생각을 가장 많이 했다”고 한다. 

 

다소 철학적인 질문 같지만, 그보다도 일본인으로서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를 고민하는 시간이었다. 그러면서 일본 밖으로 가니 오히려 일본이 더 잘 보이는 경험을 하게 된 것이 크로스비 창업으로 이어졌다. 미국을 비롯한 유럽 시장을 경험하면서, 일본이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이 명확히 보였다. 이 관찰을 바탕으로 치카는 유럽 시장에 진출하고 싶은 스타트업들을 이끌어주고, 일본에 진출하고 싶은 독일 기업을 연결해주는 일을 하게 됐다. 

 

치카는 베를린에 기반을 둔 비즈니스 컨설팅 회사 크로스비(Crossbie)의 대표로, 베를린과 일본을 연결한다. 사진=crossbie.com

 

미국과 북유럽을 모두 경험한 치카에게 왜 베를린에서 창업했는지를 물었다. “여성으로서 삶에서 불리한 점이 꽤 있었다고 생각했다. 예를 들어, 고등학교 때 학생회장으로 일을 하고 싶었는데, 선생님이 ‘여학생이라 좀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때부터 무언가 다른 환경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래서 그때부터 어떤 환경을 만들어 나가는 것에 관심이 많았다.” 

 

물론 뉴욕도 비슷한 환경이지만, 이미 누구에게나 열려 있고 알려진 곳이었다. 하지만 베를린은 달랐다. “아직 일본에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스타트업 환경, 포용성과 다양성을 함께 가지고 있는 문화였기 때문에 최적의 조건이었다”고 한다. 

 

일본과 베를린을 연결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한 일은 좋은 커뮤니티와 생태계를 가진 파트너를 찾는 것이었다. 단순히 기업과 기업을 1 대 1 매칭하는 것이 아니라, 커뮤니티와 커뮤니티의 연결이 치카가 주력하는 분야이기 때문에 베를린 생태계 전체를 먼저 알아가고 관계 맺는 일이 중요했다. 그렇게 해서 베를린의 응용재료 혁신 네트워크인 INAM, 베를린 스마트 시티 프로젝트를 위한 교통·난방·수도 등의 기반 시설 제공 기관들의 컨소시엄인 InfraLab, 모빌리티 커뮤니티인 드라이버리와 파트너십을 맺게 되었다. 이 파트너들과 지속해서 협력하면서 일본의 스타트업, 기업에서 지자체와 연구기관까지 다양한 기관들과 공동 프로젝트를 만들어 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크로스비는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기관들과 공동으로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기획한다. 또 일본 정부의 스타트업 지원사업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하면서 수익을 창출한다. 최근에는 드라이버리 재팬이 설립되면서, 베를린의 드라이버리와 함께 독일과 일본의 모빌리티 스타트업을 위한 양방향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이 프로그램은 일본에서 3개, 독일에서 3개 스타트업을 선발해 멘토링을 진행하고, 각국의 투자자 및 비즈니스 파트너와 만나게 된다. “베를린시는 스타트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기 때문에 일본 스타트업에 좋은 기회가 될 것이고, 일본은 딥테크 스타트업의 본거지이므로 독일 스타트업이 진출하여 기술력을 배우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문화 중재자로서의 비즈니스

 

독일과 일본 사이에서 일하면서, 치카는 비즈니스의 창출에는 많은 마법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특히 지리적으로 떨어져 있는 만큼 문화적 차이도 매우 크기 때문에 ‘문화 중재자’로서 본인의 역할도 중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한다. “예를 들어 미팅을 하나 해도 독일과 일본은 그 스타일이 다르다. 독일은 아젠다를 미리 정하고 계획적으로 접근하는 반면, 일본 사람들은 ‘일단 한번 만나보자’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 서로 오해가 없도록 중간에서 커뮤니케이션을 잘 해내는 것도 나의 중요한 역할이다.” 

 

대부분 원격으로 미팅을 하기 때문에 첫 만남에서 거리감이 느껴지지 않도록 양측의 신뢰 형성을 돕는 것이 치카가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다. 특히 일본인들에게 영어가 큰 장벽이기 때문에 언어적으로 편안함을 주는 것도 치카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이다.

 

아시아 베를린 서밋에서 일본 앰버서더로 활동 중인 치카(뒷줄 가운데). 사진=asia.berlin

 

이를 위해 크로스비를 ‘글로벌 생태계’ 안에서 위치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서 치카는 매년 베를린에서 열리는 아시아 베를린 서밋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2018년에 처음 서밋에 참여한 것을 계기로 2019년에는 아시아 베를린 서밋의 일본 관련 행사를 직접 기획하고 진행했다. 2020년부터는 아시아 베를린 서밋의 공식 앰버서더로 선정되어 베를린에서 일본을 대표하는 플레이어로 활동하고 있다. ​

 

특히 요즘 일본 스타트업들도 세계 시장 진출에 관심을 많이 갖고 있어 치카에게는 매우 중요한 시기다. 기존 일본 기업은 대부분 뒤셀도르프를 중심으로 한 독일 서쪽 지역에 진출해 있다. 이곳에 집중된 일본-독일 관계를 베를린으로 중심을 옮기는 것이 최근 치카의 가장 중요한 목표 중 하나이다. 이를 위해 ‘스마트 시티’ 분야에 가장 큰 공을 들이고 있다. 서쪽은 전통적인 산업영역이 강세를 보이지만, 베를린은 스타트업 붐과 함께 지멘스 등의 대기업이 ‘스마트 시티’ 구축을 위한 초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관련 산업이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도 도쿄, 요코하마, 오사카, 나고야 4대 도시를 중심으로 도시 기반 AI 솔루션, 스타트업 생태계가 성장하고 있다. 

 

커뮤니티 중심으로 독일과 일본을 바라보며 “이를 하나의 우주(universe)로 만드는 것이 꿈”이라는 치카는 그 꿈의 크기가 남다르다. 일본과 독일의 사이에서 그녀의 우주가 어떻게 만들어질까. 

 

필자 이은서는 베를린에서 공부하고 한국에 돌아왔다가 향수병에 못 이겨 다시 베를린에 와 살고 있다. 다양한 스타트업과 함께 일하며, 독일 시장에 진출하려는 한국 기업, 한국 시장을 공략하려는 독일 기업을 안내하는 역할을 주로 하고 있다.​​ ​​​​

이은서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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