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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용과 환경 사이, 배달음식 다회용기 사용은 아직 실험 중

다회용기 수거에 드는 비용이 관건…플랫폼 결단 이끌어내는 건 소비자 요구

2021.11.17(Wed) 14:14:50

[비즈한국] 배달 문화에 새로운 상상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코로나19로 인해 한시적으로 용인된 일회용기 사용에 다시 경각심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내에선 2018년 8월 카페 내 일회용 식기 사용을 금지했는데, 코로나19 확산 초기 다회용 식기 사용으로 인한 감염 우려로 규제를 지자체 재량에 맡기면서 대폭 완화됐다. 이후 전반적인 일회용품 사용에 대한 논의 자체가 퇴행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힌트는 과거에 있다. 배달이 지금만큼 보편화되지 않았던 불과 5~6년 전만 해도 동네 중국집에서는 배달원이 다회용기를 수거해 갔다. 식사 후 그릇을 물로 헹궈 문 앞에 두면 다시 배달원이 가져가는 시스템이다. 

 

코로나19로 배달 앱을 통한 배달 음식 주문이 늘면서 일회용품 사용도 폭발적으로 늘었다.  사진=이종현 기자

 

배달 문화 확산으로 인해 일회용기 사용이 보편화되면서 오히려 불편함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다. 한 끼 식사 후 남는 다수의 플라스틱 일회용기에 죄책감이 든다는 이야기다. 일일이 씻어 분리 수거하는 과정도 노동이다. 최근 배달 앱 요기요가 서울시, 스타트업과 손잡고 강남구에서 배달주문 다회용기 사용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다회용기 사용이 어려운 이유와 촉진할 방법을 짚어봤다. 하나씩 해결하다 보면 짧은 시간에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멀리하게 된 것처럼 의미 있는 변화가 찾아오지 않을까. 

 

#다회용기·재가공 등 여러 대안 나오지만, 아직 시범 단계 

 

배달 서비스 요기요는 지난달부터 서울 강남 일부 지역에서 다회용기를 이용한 배달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소비자는 이벤트 기간인 12월 7일까지 추가 비용(그릇 회수 및 세척 비용)​ 없이 다회용기를 선택해서 주문할 수 있다. 이벤트가 끝난 후에는 1000원을 부담해야 한다. 요기요는 서비스 중개 과정의 카테고리 신설, 이벤트를 통한 이용 독려를, 그릇 제작 및 회수·세척은 제로웨스트 용기 리턴 서비스 스타트업 ‘잇그린’이 맡는다. 

 

요기요 관계자는 “아직은 시범 서비스지만 서울 전역으로 확대할 계획도 있다. 시행 초기라 수치화된 자료는 없어도 카테고리를 선택해 배달 주문한 고객들은 마음의 짐을 덜었다거나 따로 분리수거를 하지 않아도 돼서 편리하다는 등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요기요의 다회용기 배달 시범 서비스는 지난달 새로운 카테고리 오픈과 함께 시작됐다. 요기요는 서비스 중개 과정의 카테고리 신설, 이벤트를 통한 이용 독려를, 그릇 제작 및 회수·세척은 제로웨스트 용기 리턴 서비스 스타트업 ‘잇그린’이 맡는다. 사진=그린잇 SNS

 

잇그린 관계자는 “여러 비용을 따져봤을 때 가장 큰 건 회수비다. 택배, 새벽배송 등과 연계해 한꺼번에 수거하는 방법 등 다양한 방안을 논의 중이다. 수요량이 어느 정도 규모의 경제에 도달하면 비용이 더욱 내려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배달의민족은 충남 아산시에서 폐플라스틱 배달용기 회수로봇을 이용하는 방식을 실험 중이다. 회수된 배달용기를 플레이크로 가공·팰릿화해 부가가치가 높은 소재로 가공하는 소재화공정을 연구, 개발하고 있다. 배달의민족 관계자는 “배달용기 회수로봇은 폐기물 재활용 스타트업 수퍼빈에서 제작과 운영을 담당하고, 우아한형제들은 회수로봇 연구·생산을 지원하며, 아산시는 PP 소재 폐플라스틱 회수로봇 설치 장소를 제공하고 운영비를 지원한다. 올해 12월까지 시범서비스를 하는 충남 아산시에 총 20대의 회수로봇을 설치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비용, 공감대, 플랫폼의 결단…세 가지 과제

 

녹색연합은 지난 9월 배달 앱 3사(배달의민족·요기요·쿠팡이츠)에 다회용기 사용 시스템 도입을 요구하는 1만 시민의 서명을 받아 전달했다. 허승은 녹색연합 전환사회팀 팀장은 당시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배달 앱의 역할을 강조하며 “배달 플랫폼이 적극적으로 다회용기 사용을 유도해야 한다. 모든 식당이 다회용기를 회수·세척하는 전문 업체를 이용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식당 규모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다회용기 사용이 가능할 것이다. 이미 영국 등 해외에선 배달음식 주문 시 일회용 식기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음식 배달에 당연하게 일회용품이 사용되는 문제는 왜 쉽게 바뀌지 않을까. 결국 비용 때문이다. 다회용기를 수거하고 세척해 다시 식당에 공급하는 모든 과정에 돈이 든다. ‘잇그린’ 관계자는 “식당에서 다회용기를 사용할 경우 비용이 일회용품 구매 가격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가장 비싼 일회용품과 저렴한 일회용품의 중간값 정도라고 보면 된다. 아직은 막연히 수거와 세척 과정에 따라 비용이 일회용품보다 높을 거라고 생각하는 식당 업주들이 많다. 이들을 설득해 나가는 게 우리 과제”라고 설명했다. 

 

또 하나 중요한 과제는 소비자의 공감대 형성이다. 여전히 일부 소비자는 코로나 전파 우려 때문에 배달 주문 시 다회용기 사용을  꺼려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배달 앱의 결단도 필수 조건이다. 실제 배달 앱 3사가 모두 ‘일회용 수저·포크 안 받기’ 선택지를 배달 주문 과정에 도입한 것이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에 큰 도움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업계 관계자는 “배달 앱 차원에서 배달 주문 과정에 ‘다회용기 사용’을 선택지로 넣거나, 아예 다회용기 사용이 가능한 식당을 추가 카테고리로 배치하는 과감한 시도가 필요하다. 아직은 대부분의 배달 앱이 관망하는 단계다. 특히 배달의민족은 식당에 배달용품(일회용품)을 판매하는 배민상회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여러 이해관계 속에서 결국 소비자의 요구가 커지는 게 가장 빠른 방법일 수 있다”고 전했다.

김보현 기자 kbh@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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