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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기술 줄게, 배터리 다오" EU가 보낸 청정에너지 러브콜

19일 청정에너지 포럼 개최…한국 첨단기술, EU 재생에너지 노하우 '윈윈' 모색

2026.05.20(Wed) 10:02:51

[비즈한국] 유럽연합(EU)과 한국의 기업이 청정에너지 전환을 매개로 산업 협력을 구축하고 있다. 단순한 기후위기 대응을 넘어, 글로벌 공급망 위기 속에서 상호 기술력과 인프라를 결합해 새로운 경제 안보의 축을 세우겠다는 구상이다.

 

5월 1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주한 유럽연합(EU) 대표부 주관으로 ‘EU-한 청정에너지 기술 포럼’이 열렸다. 사진=김민호 기자


5월 1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주한 유럽연합(EU) 대표부 주관으로 ‘EU-한 청정에너지 기술 포럼’이 열렸다. 이 행사는 ‘EU-한 그린 파트너십 프로그램(GPP)’과 ‘EU 비즈니스 허브’의 일환으로 마련됐으며, EU 집행위원회 관계자와 녹색산업 분야 EU 기업 약 40곳, 국내 산업계 관계자 등 100여 명이 참석해 기술 혁신과 투자 촉진 방안을 논의했다.

 

#한국 제조업 향한 구애 쏟아져

 

이번 포럼에서 두드러진 대목은 한국과 유럽이 서로의 강점을 바탕으로 제시한 협력 가능성이다. EU에서는 한국 기업의 첨단 제조업을 향한 적극적인 구애가 쏟아졌다. 아일랜드의 에너지 개발사인 럼클룬 에너지의 세르지우 알부 기술총괄 디렉터는 “한국은 성숙한 공급망을 갖춘 배터리 에너지 저장 시스템(BESS)의 글로벌 기술 리더”라고 평했다. 그는 한화와의 63MW 규모 BESS 결합 사업 등 한국 기업들과 협업한 사례를 언급하며, 한국 기업의 강점으로 압도적인 기술력과 기술, 시공, 금융까지 포괄하는 수직 계열화를 꼽았다.

 

동시에 EU 역시 자신들이 오랜 기간 축적한 재생에너지 선행 기술과 정책 노하우를 무기로 한국과의 협력에 의지를 드러냈다. 특히 유럽은 삼면이 바다인 한국의 거대한 해상풍력 잠재력에 주목했다. 필립 반 후프 주한 유럽상공회의소(ECCK) 회장은 “한국은 독일보다 해상풍력에 활용할 수 있는 바다 면적이 10배나 넓지만, 발전 단지는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며 “해상풍력 비용은 규제에 엄청난 영향을 받으며, 이 규제는 한국 당국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호세 루이스 가야르도 주한 스페인 상무관 역시 스페인이 축적한 대형 고정식 및 부유식 해상풍력 플랫폼 전문 기술을 언급하며 한국 해상풍력 시장에서의 강력한 협력 의지를 내비쳤다.

 

발전 설비를 넘어, 일상과 산업 전반의 ‘에너지 효율화’ 기술을 한국에 이식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했다. 데니스 블로흐 주한 독일대사관 참사관은 산업 생산 공정 및 스마트 난방 시스템 등에서 한국의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는 기술 협력을 제안했다. 나아가 네덜란드의 온실 농업 에너지 효율 기술이나, 혹한기를 견디는 북유럽의 주거용 건물 단열 기술 등 유럽 각국​이 강점을 가진 에너지 기술들이 한국의 빈틈을 채워줄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로 제시됐다. 한국의 ‘첨단 제조 및 배터리 기술’과 유럽의 ‘재생에너지 인프라 및 효율화 노하우’가 주요 협력 대상으로 언급된 것이다.

 

#“화학·기계 강국 한국, 공급망 위기 속 최적 파트너”

 

특히 이번 포럼에서는 배터리 공급망과 핵심 원자재 재활용 분야에서 한국의 역할이 집중 조명됐다. 기조연설에 나선 케르스틴 요르나 EU 집행위원회 시장·산업·기업가활동 및 중소기업 총국(DG GROW) 총국장은 한국 기업들이 유럽 내 배터리 셀 제조 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음을 언급하며, 원자재부터 시작하는 전체 배터리 공급망 구축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양극재 및 음극재와 같은 핵심 소재 분야에서 한국이 두드러진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나아가 요르나 총국장은 중국에 편중된 공급망 리스크를 지적하며, ‘희토류 재활용’을 양국의 새로운 비즈니스 돌파구로 제시했다. 그는 “현재 희토류를 비롯한 핵심 원자재의 대규모 공급망은 오직 중국에만 존재한다”며 “이는 역으로 양측이 협력해 특정 재활용 신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거대한 사업 기회를 의미한다”고 진단했다. 이어서 “희토류나 기타 원자재의 재활용은 결국 화학과 기계 공학의 융합인데, 한국과 유럽 모두 이 분야에 탁월한 강점이 있어 미래의 핵심 비즈니스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국 정부는 2050년 넷제로 달성을 위해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GW를 보급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에너지 전환 의지를 키우고 있다. 그러나 ​척박한 인프라와 비용 문제라는 현실적인 장벽에 부딪혀 있다. 조영준 대한상공회의소 지속가능경영원 원장은 전력망 부족 현상과 계통 연결 지연 문제를 짚으며 “수요가 집중되는 전력망 부족 문제로 발전 사업자들이 대기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고은 넥스트 부대표는 EU의 정책과 시장이 저탄소 투자를 유인하는 환경을 조성한 반면, 한국은 아직 그 기반이 부족해 기업들이 전환을 ‘비용 부담’으로 크게 느끼고 있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온실가스 배출 규제 흐름 속에서 비용을 넘어선 돌파구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규제 철폐와 정책 안정성, 한국이 배워야

 

이러한 난맥상 속에서 EU의 과감한 규제 혁신과 인프라 구축 경험은 한국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요르나 총국장은 EU가 옴니버스(Omnibus) 방식의 입법을 통해 여러 법안을 하나로 묶어 기업에 부담이 되는 규제를 신속하게 철폐하고 인허가 과정을 단축하는 이른바 ‘단순화(simplification)’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U 각국의 장기적인 정책 안정성도 돋보였다. 현재 재생에너지가 전체 전력의 약 60%를 차지하는 독일의 데니스 블로흐 주한 독일대사관 경제담당 참사관은 “​독일 재생에너지 분야 고용 인원만 28만 명에 달한다”​며 에너지 전환이 경제적 기회임을 강조했다. 더불어 “독일이 에너지 전환 경험에서 얻은 핵심 교훈은 신뢰할 수 있는 장기적인 정책의 중요성”이라며 “투자를 장려하고 혁신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방향성과 확실성이 필요하다. 정책 변화나 규제의 불확실성, 예측 불가능한 절차가 빈번하게 발생하면 투자와 성장에 많은 어려움을 초래한다”고 말했다. 가야르도 상무관 역시 명확한 타깃과 공공 정책의 결합을 ​스페인의 성공 비결로 꼽았다.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탄소 배출 관련 규제를 도입하는 EU의 행보는 환경 보전을 넘어 산업의 생존 문제와 직결됐다. 배터리 셀부터 희토류 재활용, 에너지까지 글로벌 공급망 위기 속 경제 주도권을 쥐기 위한 양측의 파트너십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

김민호 기자

goldmin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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