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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랑] 과메기항 구룡포에 '동백꽃 필 무렵'

일본가옥거리 조성 후 드라마 방영되면서 '핫플레이스'로

2022.01.28(Fri) 18:42:04

[비즈한국] 과메기로 유명한 포항 구룡포에는 일본인 가옥거리가 있다. 일제강점기에 동해 최대의 어업전진기지로 구룡포항이 확장되면서 일본인들의 유입이 크게 늘어나면서 생겨났다. 병원과 백화상점, 요리점, 여관으로 붐비던 거리는 해방 이후 쇠락을 거듭하다, 포항시의 정비를 거쳐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촬영지로 유명세를 타면서 전국적인 ‘핫플레이스’로 다시 태어났다. 

 

과메기로 유명한 포항 구룡포는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촬영지로 유명세를 타면서 전국적인 ‘핫 플레이스’로 다시 태어났다. 마을 뒤편 언덕에서 내려다본 구룡포항 풍경. 사진=구완회 제공

 

#아홉 마리 용이 승천한 바다

 

구룡포란 이름은 ‘아홉 마리 용이 승천한 바닷가 포구’란 뜻이다. 구불구불한 이곳의 지형이 용들이 꿈틀거리는 듯하다고 붙은 이름이란다. 원래는 한적한 어촌이었는데, 일제강점기에 총길이 1km에 이르는 방파제를 쌓으면서 동해안 경상북도를 대표하는 항구로 자리 잡았다. 

 

여전히 고깃배들이 북적이는 항구에서 먼저 눈에 띄는 건 줄지어 늘어선 거대한 대게 모형들이다. ‘포항 구룡포’ 하면 보통 과메기를 떠올리지만 막상 포구를 가득 채운 건 대게 전문점들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영덕 대게’가 가장 유명하지만 포항도 영덕 못지않은 대게 산지다. 전국 수협 위판장 중에서 3위 안에 드는 구룡포항은 대게 생산량 1위를 자랑한다. 사실 영덕대게와 구룡포대게가 다른 건 아니다. 동해에서 사는 대게를 잡아 영덕이나 포항으로 가져오는 것일 뿐. 영덕과 포항뿐 아니라 가까운 울진도 대게 산지로 유명한 것은 이런 까닭이다. 

 

‘포항 구룡포’ 하면 보통 과메기를 떠올리지만 포구를 가득 채운 건 대게 전문점들이다. 사진=구완회 제공

 

줄줄이 이어지는 대게 전문점을 지나면 기와를 얹은 옛날 대문이 나타난다. 우리 눈에 익은 한옥과는 조금 다른 스타일. 암키와, 수키와로 나뉘지 않고 하나로 된 일본식 기와 지붕 아래 ‘구룡포 일본인 가옥거리’라는 간판이 보인다. 대문 안쪽은 북적이는 항구와 사뭇 다른 분위기다. 대략 100년쯤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느낌이랄까. 혹은 여전히 옛 정취가 남아 있는 일본의 시골마을에 들어선 것도 같다. 

 

지금은 이렇게 한적한 분위기지만 이곳은 일제강점기 내내 인파가 몰리는 지역 상권의 중심지였다고 한다. 1923년 구룡포항이 대규모로 개발되면서 유입된 일본인들이 이곳에 자리 잡은 덕분이다. 하지만 해방 이후 일본식 가옥들이 대부분 철거되거나 훼손되면서 작고 퇴락한 마을이 되었다. 그러다 2011년 포항시가 정비 사업을 통해 남아 있던 일본인 가옥을 보수해 ‘구룡포 일본인 가옥거리’를 만들었고, 이듬해 국토해양부가 주관하는 ‘제2회 대한민국 경관대상’에서 최우수상을 받으며 도심활성화 사업의 우수 사례가 되었다고 한다. 

 

대게 전문점을 지나면 일본식 기와 지붕을 얹은 ‘구룡포 일본인 가옥거리’가 나온다. 2011년 포항시가 정비 사업을 통해 남아 있던 일본인 가옥을 보수해 만들었다.  사진=구완회 제공

 

#드라마 촬영지 속 100년 전 시간 여행

 

조금씩 이름을 알리던 구룡포 일본인 가옥거리가 전국적인 유명세를 타게 된 것은 2019년 이곳에서 찍은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덕분이다. 드라마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촬영지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주인공 동백이가 운영하던 가게 카멜리아와 이웃의 게장골목집들은 모두 이곳에 남아 있는 옛 일본식 가옥들이다. 특히 남녀주인공이 등장하는 포스터 속 바다마을 풍경은 많은 이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 환상적인 풍경은 마을 뒤편 언덕 위에서 바다쪽을 내려다본 모습이다. 

 

드라마의 인기와 함께 이곳을 찾아오는 사람들이 늘면서 마을에는 예쁜 카페와 식당, 기념품점 등이 들어섰다. 일제강점기 구룡포 최고의 숙박 시설이었던 대등여관은 호호면옥으로, 최고의 요릿집 일심정은 카페 후루사토로 변신해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서 주인공 동백이가 운영하던 가게 카멜리아와 이웃의 게장골목집들은 모두 이곳에 남아 있는 옛 일본식 가옥들이다. 사진=구완회 제공

 

드라마 포스터 속 풍경을 보려면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야 한다. 계단 양쪽으로 줄지어선 돌기둥은 원래 일본인들이 세운 것이었다. 돌기둥마다 구룡포항을 조성하는데 기여한 일본인들의 이름을 새겼는데, 해방 이후 구룡포 주민들은 시멘트를 발라 이름을 지워버리고 뒤로 돌려 세웠단다. 언덕 위에 있던 일본 신사는 헐어버리고 순국선열 및 호국영령들의 위패를 봉안한 충혼각을 지었다. 지금 충혼각 주변에는 옛 신사의 흔적이 군데군데 남아 있다.

 

아이와 함께 구룡포 일본인 가옥거리의 역사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마을 중앙의 구룡포근대역사관을 찾는 것이 좋다. 일본식 2층 목조가옥에 들어선 구룡포근대역사관에는 당시의 역사뿐 아니라 생활 모습까지 다양한 전시자료를 통해 살펴볼 수 있다.

 

구룡포란 이름은 ‘아홉 마리 용이 승천한 바닷가 포구’란 뜻이다. 사진=구완회 제공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포스터 속 풍경을 보려면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야 한다. 사진=구완회 제공


<여행정보>


구룡포 일본인 가옥거리 

주소 경북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구룡포길 일대

문의 054-276-9605

이용시간 상시, 구룡포근대역사관은 11:00~17:00, 월요일 휴관

 

필자 구완회는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하고 ‘여성중앙’, ‘프라이데이’ 등에서 기자로 일했다. 랜덤하우스코리아 여행출판팀장으로 ‘세계를 간다’, ‘100배 즐기기’ 등의 여행 가이드북 시리즈를 총괄했다. 지금은 두 아이를 키우며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역사와 여행 이야기를 쓰고 있다.​​​​​​​

구완회 여행작가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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