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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랑] 건축물로 남은 광주 근대 역사의 현장, 양림동역사문화마을

윌슨·유진 벨 등 일제강점기 선교사 사택과 교회 그대로 남아

2022.01.11(Tue) 17:35:55

[비즈한국] 광주 망월동이 우리 현대사의 상징이라면, 양림동은 광주 지역 근대사의 현장이다. 20세기 초 대한제국기에 광주로 들어온 미국 선교사들이 자리 잡은 곳이 바로 양림동이었다. 그들은 이곳에 교회와 병원을 세웠고, 양림동은 ‘광주의 예루살렘’, ‘서양촌’이란 별명을 얻었다. 10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당시의 건물과 유적들이 남아서 우리 근대사를 증언하고 있다.

 

‘광주의 예루살렘’, ‘서양촌’으로 불리는 양림동의  근대 역사 여행은 양림교회에서 시작한다. 1954년에 지어진 붉은 벽돌 건물은 지역의 랜드마크 역할을 하고 있다. 사진=구완회 제공

 

#선교사들이 모여 살던 광주 ‘서양촌’

 

미국 장로회 선교사들이 광주에 첫발을 디딘 것은 대한제국기인 1904년이었다. 그들은 광주 지역 선교를 위해 읍성에서 가까운 양림동에 자리 잡았다. 버드나무숲이 울창했던 양림은 숨진 아이를 짚으로 싸서 풍장을 하던 곳. 그 덕분에 땅값이 싸서 정착이 용이했단다. 선교사들은 양림동 일대에 10여 채의 건물을 세웠다. 

 

일제강점기와 전쟁을 겪으면서 일부 건물은 사라졌으나, 지금도 다수의 건물이 남아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광주광역시에서는 이 지역을 양림동역사문화마을로 조성하고 다양한 테마여행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양림동 근대 역사 여행은 양림교회에서 시작한다. 1954년에 지어진 붉은 벽돌 건물은 지역의 랜드마크 역할을 하고 있다. 

 

순교한 오웬 선교사와 그의 할아버지를 기념하는 오웬기념관은 신문화운동의 요람이 되었다고 한다. 드라마 ‘각시탈’의 촬영 장소이기도 하다. 사진=구완회 제공

 

양림교회 바로 옆 오웬기념관은 광주에서 순교한 오웬 선교사와 그의 할아버지를 기념하는 공간이다. 1914년에 세워진 회색 벽돌 건물은 네덜란드 스타일의 2층 건물로 중앙의 넓은 홀을 중심으로 좌우 대칭 모양이다. 15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중앙홀에선 광주 최초의 근대 음악회를 시작으로 오페라, 연극, 무용 등이 공연되며 신문화운동의 요람이 되었다고 한다. 서양식 건물이지만 유교 문화를 반영해 남녀 출입구가 따로 만들어진 점도 이채롭다. 이곳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 ‘각시탈’의 촬영 장소이기도 하다. 

 

양림동을 대표하는 군대문화유산은 우일선선교사사택이다. 이곳은 광주에서 가장 오래된 서양식 주택으로 광주제중원(현 광주기독병원) 원장을 역임한 우일선(R. M. Wilson) 선교사의 사택이다. 

 

우일선선교사사택은 광주에서 가장 오래된 서양식 주택으로 1910년쯤 지은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구완회 제공


우일선선교사사택 앞 길 끝에 있는 호랑가시나무. 예수의 탄생과 부활을 상징해 선교사들이 아끼던 나무였다고 한다. 사진=구완회 제공


1910년쯤 지은 것으로 추정되는데, 1921년 증축한 모습 그대로 지금까지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건물 주위를 둘러싼 고목들은 선교사들이 고향에서 가져온 나무를 심은 것이다. 사택 앞 길 끝에 있는 호랑가시나무는 잎의 가시와 빨간 열매가 예수의 탄생과 부활을 상징해 선교사들이 아끼던 나무였다고 한다. 사택은 고급 사교장으로 이용되기도 했으며, 한국전쟁 이후에는 고아원으로 사용되었다. 

 

#유진벨 선교기념관에서 만나는 광주 기독교 근대사

 

광주 지역의 기독교 근대사를 좀더 알고 싶다면 유진벨 선교기념관을 둘러보는 것이 좋다. 이곳은 ‘광주전남 지역 선교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유진 벨 목사와 동역자들을 기념하기 위한 기념관이다. 

 

유진 벨 목사는 역시 선교사였던 부인과 함께 1896년 한반도에 들어와 광주선교부를 창설하고 광주, 전남 지역에 수많은 교회를 설립했다. 양림동에 숭일학교와 수피아여학교를 세우고, 광주 최초의 종합병원인 광주제중원을 열었다. 

 

유진벨 선교기념관. 유진 벨 목사는 광주, 전남 지역에 수많은 교회를 설립했다. 양림동에 숭일학교와 수피아여학교를 세우고, 광주 최초의 종합병원인 광주제중원을 열었다. 사진=구완회 제공


유진벨 선교기념관 내부. 사진=구완회 제공


광주 지역 선교와 교육, 의료에 헌신하던 유진 벨 목사는 1925년 광주에서 눈을 감고 양림동 선교사 묘원에 묻혔다. 그러면서 ‘배유지’라는 한국 이름도 받았다. 그의 자손들은 유진벨 기념재단을 설립하고 현재까지 한국 관련 봉사 활동을 하고 있단다. 유진 벨의 선교 활동과 광주 지역 기독교 역사를 보여주는 전시물 중에는 오래된 흑백 사진뿐 아니라 당시 선교사들이 사용하던 의료기구와 한글 교과서들도 보인다. 

 

유진 벨 목사가 세운 수피아여학교에도 근대 건축물이 여럿 남아 있다. 1911년 기숙사로 지은 수피아홀과 유진 벨 목사를 기념하기 위해 세운 커티스 메모리얼홀, 현재 수피아여자중학교 건물로 쓰이고 있는 윈스브로우홀 등이다. 수피아여학교는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의 거점으로 휴교와 폐교를 거듭하는 수난을 겪었다. 일제말 신사참배를 거부해 학교 문을 닫았다가, 해방 후에야 다시 문을 열 수 있었다. 

 

양림동의 옛 건물들은 거미줄 같은 골목길로 연결되어 있다. 길 곳곳엔 예쁜 벽화와 멋진 설치 작품, 분위기 있는 카페들이 자리해 양림동 근대 역사 산책에 재미를 더해준다. 

 

양림동 골목길 곳곳엔 예쁜 벽화와 멋진 설치 작품, 분위기 있는 카페들이 자리해 재미를 더해준다. 사진=구완회 제공

 

<여행정보>


양림동역사문화마을

△주소: 광주시 남구 양림동 일대

△문의: 062-676-4486(양림동 관광안내소)

△관람시간: 상시(유진벨 선교기념관은 09:00~18:00, 월요일 휴관, 수피아여학교 내 건물은 관람 불가)

 

필자 구완회는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하고 ‘여성중앙’, ‘프라이데이’ 등에서 기자로 일했다. 랜덤하우스코리아 여행출판팀장으로 ‘세계를 간다’, ‘100배 즐기기’ 등의 여행 가이드북 시리즈를 총괄했다. 지금은 두 아이를 키우며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역사와 여행 이야기를 쓰고 있다.​​​​

구완회 여행작가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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