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12일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이양구 전 회장이 이사회에 다시 진입할지 주목된다. 임시 주총은 이 전 회장의 사외이사 선임 건을 포함해 경영진을 대폭 교체하는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다. 이 전 회장과 조카인 나윤권 현 대표의 경영권 분쟁은 지난 4월 이 전 회장이 보유 지분 14.12%를 브랜드리팩터링에 매각하며 불거졌다.

임시 주총을 하루 앞둔 가운데 양측은 서로가 회사와 주주에 피해를 안겼다고 주장하고 있다. 브랜드리팩터링 측은 “현 경영진이 기업 회생 절차를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 현 경영진을 교체해 회사의 정상화를 이끌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동성제약 측은 “기업 회생은 20여 년간 누적된 전임 경영진 실패를 바로잡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안건 전면 부결로 회생 계획을 이어가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 전 회장과 나 대표의 경영권 분쟁은 지난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해 말 동성제약은 직원 급여 지급 지연과 기업 신용등급 하락 등 심각한 재무 위기를 겪었고, 이 전 회장은 이에 대한 책임 차원에서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지난 4월 이 전 회장이 자신의 보유 지분 14.12%를 브랜드리팩터링에 매각했고, 거래가가 당시 주가보다 14.8% 낮은 데다 계약 조건에 경영 복귀를 시사하는 내용이 알려지며 논란이 됐다. 이후 양측은 소송전과 서로를 업무상 배임 혐의 등으로 맞고발을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동성제약 측은 기업 회생 절차 개시를 밟기 시작했다. 회생 절차 개시 직후 거래가 재개되자 반대매매 물량이 쏟아지며 주가는 급락했고, 소액주주의 피해는 커졌다. 상폐 리스크도 가시화됐었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8월 13일 동성제약에 개선기간을 부여했다. 기업이 제출한 개선계획 이행 내역,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 가능성, 경영 투명성, 주주 보호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내년 상반기 상장 유지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동성제약 측은 회생 계획안 인가 전 M&A를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최대주주인 브랜드리팩터링의 손실은 불가피하다. 신규 자금이 유입되면 브랜드리팩터링이 보유한 지분은 무상소각이나 무상감자될 가능성이 높다. 브랜드리팩터링 측은 해당 계획이 주주가치 희생을 강요하는 방안이라고 주장한다. 브랜드리팩터링은 주주서한에서 “현 경영진이 제출한 상장유지 개선계획은 인가 전 M&A를 통한 회생 추진이 핵심인데, 이는 구조적으로 무상감자가 필연적인 만큼 주주들의 권리를 근본적으로 침해한다. 이미 수차례 드러난 불법 행위 책임을 주주에게 전가하는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미 150억 원의 예비비와 우호 투자자 확약을 확보했다고 했다.
이번 임시 주총의 향방은 기타 주주에 달렸다. 6월 30일 기준 브랜드리팩터링은 11.16%의 지분율로 최대주주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나 대표는 2.88%, 자사주 7.33%, 기타 주주 77.65%로 집계된다. 온라인 소액주주연대 플랫폼 ‘액트(ACT)’를 통해 모인 소액주주 대표는 “모든 주주를 대변할 수는 없지만 누가 주주를 더 생각하는지가 결국 가장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액트에는 일반 주주 4.46%가 모여 있다.
신성환 동성제약 소액주주 대표는 “주주 보호 방안을 알려준 브랜드리팩터링에 마음이 기울고 있다”고 밝혔다. 신 대표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 6월 회생 절차 개시 결정을 받은 후 채권, 주식 등의 신고기간이 7월 8일부터 8월 4일까지였지만 회사 측은 공고를 하지 않았다. 일부 주주가 홈페이지에 공지 요청을 했고 회사가 약속도 했지만 조치는 없었다고 한다. 신 대표는 “처음에는 현 경영진을 지지하려고 했다. 회사에 연락을 해 ‘주주들이 현 경영진에 힘을 실어주고 싶어한다’라고까지 전달을 했었다. 그런데 회사가 말하는 게 계속 바뀌면서 완전히 돌아서게 됐다”고 했다.
신 대표는 인가 전 M&A를 추진하는 데 대해서도 “기존 주주들의 주식을 소각하고 새로운 자금을 투자하겠다는 것이 아닌가. 현 경영진에게 계속 이야기를 했던 것이 브랜드리팩터링 측과 만나 방법을 찾으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회사 측은 ‘저들은 기업 사냥꾼이다’라는 말만 하며 만날 필요가 없다고만 했다. 주주들의 손실을 담보로 기업을 회생하겠다는 데 여기에 찬성해줄 수는 없지 않나”라고 했다.
지난 9일 창업주 고 이선규 회장의 장녀 이경희 씨는 유튜브 채널 로코TV에 출연해 이 전 회장의 불법 경영 행위와 횡령 증거가 담긴 녹취록을 공개했다. 이와 관련해 신 대표는 “이 전 회장과 브랜드리팩터링을 동일시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다. 계약을 했다고 하더라도 개별의 주체이고, 우린 누가 주주를 더 생각하는지가 중요하다. 이 전 회장, 이경희 씨, 나 대표의 문제는 집안 문제이다. 집안 문제는 동성제약을 살리는지 죽이는지의 문제와 별개의 문제로 생각해야 한다는 게 주주 대부분의 생각인 것 같다. 본질적인 부분은 기존 주주들이 피해를 보지 않는 방향으로 진행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초영 기자
choyoung@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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