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진보 정부가 들어서면 부동산 가격이 상승한다’는 속설이 이재명 정부 출범 초기인 현재까지는 재확인되는 분위기다. 전체 소비지출 중 주거비 비중을 보여주는 ‘슈바베 지수’가 역대 최고치였던 지난해 수준을 넘어섰다. 서울 지역 아파트 매매가격 역시 올해 들어 7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주택 가격 상승으로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힘들어지는 것은 물론 주택 구매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가 지난 7일 두 번째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며 강남 3구와 용산구의 주택담보대출 담보인정비율(LTV)을 강화하는 등 부동산 규제의 끈을 다시 조이고 나선 것은 과열 추세를 더는 방치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정부는 6·27 대책 발표 두 달여 만인 지난 7일(일요일) 다시 한번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다. 이날 오후 열린 부동산 관계장관회의에서 정부는 가계부채 관리를 겨냥한 추가 수요 억제책과 수도권 134만 9000가구 착공을 목표로 한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발표했다.
구체적으로는 강남 3구와 용산구 등 규제지역의 LTV를 50%에서 40%로 낮추고, 향후 5년(2026~2030년)간 매년 27만 호씩 신규 주택을 착공하겠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다른 날도 아닌 일요일 오후, 기습적으로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것은 미리 대출을 받는 등의 상황을 막으려는 의도가 깔렸을 것으로 분석된다. 그만큼 마음이 급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정부가 출범 후 3개월 만에 부동산 대책을 두 차례나 발표한 것은 집값 오름세가 만만치 않은 흐름을 보이기 때문이다. 대선 당시부터 부동산 가격 안정을 약속했지만, 정작 집값은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2분기 전국 전체 가구의 슈바베 지수는 12.22로 조사됐다. 지난해 2분기 12.10과 비교하면 0.12p(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지난해 슈바베 지수는 조사가 시작된 2019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올해는 지난해를 넘어서는 수치를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 슈바베 지수가 높다는 것은 가계지출 중 주거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의미다. 슈바베 지수는 엥겔 지수(소비지출 중 식료품 비중)와 함께 대표적 빈곤 척도로 꼽힌다.
슈바베 지수는 2019년 11.26에서 2021년 11.95까지 올랐다가 2022년 11.45로 하락했다. 이후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며 지난해 12.16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특히 가구주 연령이 39세 이하인 경우 슈바베 지수가 가장 높았다. 올해 2분기 가구주 39세 이하 가구의 슈바베 지수는 13.26으로 1년 전(12.82)보다 0.44p 상승했다. 이는 40대 가구주(10.44), 50대 가구주(12.19)는 물론 60세 이상 가구주(13.02)의 슈바베 지수보다 높은 수준이다. 직장에서 받는 월급은 크게 늘지 않은 반면, 주택 가격은 오름세다 보니 39세 이하 가구주의 주거비 지출 부담이 가중된 것이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서울을 중심으로 주택, 특히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격 지수는 4.54% 올라 문재인 정부 초기였던 2018년(7월까지 상승률 누계) 4.73%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지수는 2019년 -1.72%를 기록하며 하락세를 보이는 듯했으나, 2020년 1.63%로 반등한 뒤 2021년 4.33%까지 뛰었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2022년에는 –0.47%로 떨어졌고, 2023년 –3.48%로 하락 폭을 키웠으나 지난해 1.75%로 오른 데 이어 올해 들어서는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서울 아파트 매매 신고가 흐름에서도 드러난다. 지난 8일 직방이 국토교통부 아파트 매매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7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 3946건 중 신고가 거래가 932건(23.6%)으로 집계됐다. 2022년 7월(27.9%)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처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급등하며 부동산 시장이 불안해지자 정부가 두 번째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고 나선 것이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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