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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은행 채용 비리 그 후, '청년유니온'은 왜 거리로 나왔나

나현우 청년유니온 비대위원장 "성차별·채용 비리로 구직자 신뢰 배반, 책임있는 태도 보여야"

2022.06.24(Fri) 16:47:10

[비즈한국] KB국민은행은 2015~2016년 신입 행원 채용 전형에서 청탁지원자를 합격시키기 위해 지원자 수백 명의 채용 평가 결과를 임의로 조정한 혐의로 지난 1월 대법원으로부터 유죄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 판결 이후 KB국민은행이 후속 조치를 하지 않으면서 시민·청년단체와 구성원 등으로부터 비판이 이어졌다. 무엇보다 사태를 지켜본 청년층의 충격이 컸다. 

 

서울시 영등포구 KB국민은행 여의도 사옥. 사진=최준필 기자

 

2018년 드러난 금융권 채용 비리 사태는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KB국민은행도 비리가 일어난 은행 중 하나다. 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의 채용비리 관련 혐의는 업무방해와 남녀고용평등 및 일·가정양립지원에 관한 법률(남녀고용평등법) 위반, 두 가지다. 채용 전형 단계에서 합격자 정원을 늘리거나 등급을 조작해 부정 청탁자를 합격시키고, 여성 지원자를 임의로 탈락시키는 등 성차별을 했다는 점에서다. 

 

부정 채용은 2015년 상·하반기, 2016년 상반기 신입 행원 채용에서 이뤄졌다. 판결문을 보면 당시 채용팀장은 부행장 등 윗선으로부터 청탁지원자 명단을 받았다. 세 번의 신입채용 전형에서 채용 관계자들은 청탁지원자를 합격시키기 위해 서류 합격자 인원을 늘리고, 각 전형에서 청탁지원자들이 받은 불합격권 등급을 합격권에 들어가도록 임의로 상향시켰다. 그 결과 청탁지원자 20여 명을 포함해 지원자 500여 명의 평가 등급이 조작됐고, 부정 입사자가 생겼다.

 

성차별의 경우 남성 신입 행원을 더 많이 채용하고자 특별한 기준 없이 남성 지원자의 평가 등급은 높이고, 여성 지원자 등급은 낮췄다. 2015년 상반기 신입 행원 채용 전형에서 서류전형 합격권인 지원자 840명에서 여성 비율이 남성 비율보다 높자, 남성 113명을 포함한 지원자 117명의 자기소개서 평가 등급을 높이고 여성 112명을 포함한 지원자 119명의 평가 등급을 낮춰 불합격시킨 것이다.

 

이 사건을 두고 서울남부지방법원은 1심에서 채용 비리와 관계된 인사 담당자들에게 징역형 10개월~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KB국민은행은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으로 500만 원의 벌금형을 받는 데 그쳤다. 지난 1월 14일 대법원은 하급심 판단을 인정해 “법리 오해, 이유 모순의 잘못이 없다”며 하급심을 인정하고 은행과 관련자의 유죄를 확정했다.  

 

대법원 판결 이후 시민단체·노동조합 측은 KB국민은행에 부정 채용 취소를 요구했지만 은행 측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시민단체·노조 측은​ “국민은행이 대법원 판결이 확정되면 조치하겠다고 입장을 밝히더니 이제는 ‘부정 입사의 채용을 취소할 방안이 없다’고 말한다”며 “채용청탁으로 부당하게 입사한 경우 착오를 이유로 부정 입사와 근로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 현재 대법원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시중은행 중 부정 입사에 채용 취소 조치를 하지 않은 곳은 국민은행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22일 금융정의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등 시민단체와 청년유니온·민달팽이유니온·청년참여연대 등 청년단체, 금융노조 KB국민은행지부가 모여 금융감독원에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단체들은 이날 “검찰 출신의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온 만큼 어떻게 조치할지 기대하겠다”며 “금융권 비위를 바로잡아 달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6월 22일 시민단체와 청년단체, KB국민은행​ 노조가 ​금융감독원 앞에서 ​ KB국민은행 채용비리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금감원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사진= 금융노조 KB국민은행지부


그렇다면 청년층은 이 사건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금감원 진정서 제출에 동참한 곳이자 청년 노동권 향상, 고용안정 등을 목표로 활동하는 노동조합 ‘청년유니온’의 나현우 비상대책위원장을 인터뷰해 의견을 들었다. 나 비대위원장은 “사회적 영향력이 큰 대기업의 채용 비리와 대응에 답답함을 느껴 나섰다”고 답했다. 아래는 일문일답.

 

Q. 청년 취업 문제와 관련해 은행 부정채용 사태를 어떻게 보나.

A. 2015년 문제가 발생하고 올 초에야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는데, 판결 결과를 자세히 보고 충격을 받았다. 이렇게 조직적이고 규모가 큰 채용 비리가 일어난 기업에 고작 벌금 500만 원형이라니, 이해가 가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절대 가볍지 않은 사건이라고 생각했다. 

 

Q. 어떤 점에서 가볍지 않다고 보나.

A. 가장 큰 문제는 청년 구직자의 신뢰를 깼다는 점이다. 회사에 지원한 사람들은 채용 과정의 공정성을 믿고 절차에 응했을 것이다. ‘국민은행처럼 규모 있는 기업의 공개채용 시스템이라면 성별이나 배경에 상관없이 실력으로 합격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는데, 이를 배반한 셈이다.

 

Q. 실제로 전형 과정에서 성차별이 있었는데. 

A. 맞다. 여성 지원자의 좌절은 더욱 심했을 것이다. 여전히 사회에 질 좋은 일자리가 부족하고, 노동시장 내에 구조적 성차별이 만연한 상황에서 은행처럼 영향력이 큰 기업마저 조직적으로 여성 지원자를 배제하려 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문제다. 

 

Q. 국민은행이 어떻게 대응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A. 법적 책임뿐만 아니라 사회적 책임도 무겁게 져야 한다. 우리가 진정서 제출까지 나선 이유다. 양형이 최대 벌금 500만 원에 그치는 지금 상황에선 법적 책임에 한계가 있다. 설령 채용 비리 관련법을 개정하더라도 이미 발생한 사건에는 적용할 수 없지 않나. 그렇다면 은행 측에서 이 판결을 계기로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하는데, ‘나 몰라라’ 식의 태도를 보여 답답하다. 

 

Q. 어떤 사회적 책임을 말하나.

A. 공식적으로 사과하는 것, 피해자를 구제하고 부정입사자를 퇴사 조치하는 것 등이다. 은행이라는 기관은 일반 회사와 달리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크고 입지도 있지 않나.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이길 바란다. ​

 

한편 KB국민은행 측은 채용 비리 사태의 후속 조치에 관해 한 번도 공식적인 입장을 내지 않있다. 다만 “신입채용에서 ESG 동반성장 부문 채용 등을 통해 탈북민, 사회적 약자를 포함한 다양한 계층을 채용하며 공익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만 입장을 밝혔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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