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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현모 떠나고 정치권 인사 탈락…KT 차기 대표 인선 '관전 포인트'

최종후보 4인 모두 KT 출신, 새노조 "합리적 인선" 평가…관치 논란 벗고 역량 경쟁 양상

2023.03.02(Thu) 10:35:26

[비즈한국] 구현모 KT 대표가 여권의 사퇴 압박 속에서 연임을 포기한 가운데 KT 차기 대표이사 후보가 압축됐다. 선정된 후보는 4명으로 KT 내부에서 잔뼈가 굵은 전·현직 임원으로 구성됐다. ‘여권 낙하산’ 논란을 낳았던 정치권 인사는 모두 탈락했다. KT는 심층 면접을 거쳐 3월 7일 후보 1인을 확정하고 같은 달 말 주주총회에서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앞서 두 차례나 최종 차기 대표 후보에 선정됐던 구 대표의 사퇴로 경선 과정에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CEO 외풍 리스크’가 주가를 위협하는 악재가 되었다. 하지만 기존 8명 내외로 예측됐던 후보군이 예상보다 적은 4명으로 좁혀지고, 관치 우려도 덜면서 혼란은 가라앉을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인사를 반대했던 KT 새노조도 “예상보다 합리적”이라고 평을 내놨다. KT 차기 대표 인선이 내부 인사 간의 ‘역량 경쟁’ 양상으로 전환되면서 최종 후보가 누가 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KT가 차기 대표 심사대상자 4명을 압축해 발표했다. 후보 모두 ‘KT맨’으로, 관치 우려는 털어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진=최준필 기자


#현역 임원부터 ‘재수생’까지…윤진식·김성태 등 정치권 인사는 탈락

 

KT는 2월 28일 차기 대표 최종 심사대상자 4명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후보자는 △박윤영 전 KT 기업부문장 △신수정 KT 엔터프라이즈부문장 △윤경림 KT 그룹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 △임헌문 전 KT 매스총괄 사장 등 4명이다. 2월 23일 구 대표의 연임 포기로 사내인사 15명과 사외인사 18명 등 33명이 후보자 선정 레이스에 뛰어들어 경쟁한 결과다.

 

최종 후보 선정까지는 현직 계열사 임원과 KT 출신 올드보이의 2파전 대결이 될 전망이다. 라인업을 살펴보면 후보군 선정 시 전문성 요건을 가장 중시한 것으로 보인다. KT 정관에 따른 CEO 지원 자격은 △경영·경제에 관한 지식과 경력이 풍부하고 △기업경영을 통한 성공 경험이 있으며 △최고경영자로서의 자질과 능력을 갖추고 △정보통신 분야의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보유한 자다. 앞서 발표된 지원자들 가운데 현업을 떠난 지 오래됐거나 정치권에 둥지를 튼 임원, KT 근무 경험이 없는 이들은 대체로 걸러졌다.

 

KT 차기 대표 최종 심사대상자로 선정된 박윤영 전 기업부문장(왼쪽)과 임헌문 전 매스총괄 사장. 사진=KT 제공


박윤영 전 ​​기업부문장(61·사장)과 임헌문 전 ​​매스총괄(63·​사장)은 사외 후보자다. 두 후보는 KT 대표 인선 경쟁 경험이 있는 ‘재수생’이다. 박윤영 전 사장의 경우 다른 후보에 비하면 현업을 떠난 지 비교적 오래됐지만 2019년 구현모 대표와 CEO 선임 과정에서 마지막까지 경쟁했다. 이에 이미 경영 능력은 검증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시 그룹 전반에서 기반을 다지며 주요 인수합병을 주도한 구 대표에게 밀렸지만, 다시 대표 자리에 도전한다. 1960년생인 박 전 사장은 KT 연구직으로 입사한 뒤 SK를 거쳐 2003년 KT로 복귀했고, 재직 당시 B2B 사업을 맡아 통신3사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성과를 이끌어 낸 인물로 알려져 있다. 

 

임헌문 전 사장은 마케팅전략부를 거쳐 KT 커스터머부문 부문장 등을 역임했다. KT에서만 26년간 일했는데, 충남대 경영학과 교수직을 뒤로하고 다시 KT로 복귀해 커스터머부문 부사장, 매스 총괄 사장으로 커리어를 이었다. ICT 관련 업무 경험이 없다는 약점이 있지만 통신 유통 부문에서는 전문가로 통한다. 

 

KT 차기 대표 최종 심사대상자로 선정된 신수정 KT 엔터프라이즈부문장과 윤경림 KT 그룹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 사진=KT 제공


신수정 엔터프라이즈부문장(58·​부사장)과 윤경림 그룹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60·​사장)은 인선 경쟁에 처음 뛰어들었다. 두 후보는 다양한 기업 경험이 눈에 띈다. 신수정 부사장은 한국HP에 입사해 삼성SDS, SK를 거쳤다. 2017년 KT IT기획실장 전무에서 시작해 IT부문장 부사장을 역임했다. 2002년 SK의 벤처회사였던 SK인포섹(현 SK쉴더스) 컨설팅 본부장으로 입사해 6위 사업을 1위로 발돋움시키는 데 기여했다. 현재는 연 4조 원 이상 매출을 내는 KT B2B의 총괄자다.   

 

윤경림 사장은 하나로통신, CJ, 현대자동차 등을 거친 인물로 현재 그룹트랜스포메이션부문을 이끌고 있다. 이 조직은 그룹의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고 계열사 간 시너지를 높이기 위한 사업전략을 수립하는 업무를 담당하는데, 사실상 KT그룹 총괄 전략 컨트롤타워로 알려져 있다. 비상장 계열사 기업공개(IPO)와 계열사 투자유치를 지원하는 등 그룹 전반의 역학 관계에 능통하다는 강점이 있다. LG유플러스의 전신 LG데이콤과 SK브로드밴드의 전신 하나로통신을 거쳐 통신3사를 모두 경험했다는 점도 유리한 이력이다. 

 

#반전 라인업에 긍정 평가…새노조 “사법리스크 여지 남기지 말아야” 

 

최종 심사대상자로 뽑힌 라인업을 두고 업계 안팎에서는 ‘의외의 인선’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발표 직전까지 사외 인사로 정치권 출신이 선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압도적이었기 때문이다. 

 

앞서 윤 대통령이 직접 통신사 과점체계 및 폭리를 지적한 만큼 관련 정책을 반영할 정치권 인사가 다음 대표로 유력하다는 관측이 있었다. 구 대표 사퇴 배경에 사실상 여권의 압박이 있었기에 현 정부와 코드가 잘 맞는 외부인사 선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 것. 이에 윤진식 전 산업자원부 장관과 김성태 전 의원, 김종훈 전 통상교섭본부장 등의 이름이 오르내렸다. 특히 이명박 정부에서 초대 경제수석과 청와대 정책실장 등을 지낸 윤 전 장관은 대선 당시 윤석열 캠프에서 고문 역할을 맡아 가장 유력한 후보로 언급됐다.

 

구현모 대표 연임에 강력 반대하다가 최근 낙하산 논란이 불거지자 ‘정치 외압 반대’를 주장해온 KT 새노조는 이번 결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미영 KT 새노조 부위원장은 “낙하산이나 횡령, 정치자금법 등의 사안에 연루된 자는 안 된다, KT 업무 경험이 있는 통신 전문가여야 한다는 요구가 어느 정도는 반영된 합리적인 인선”이라며 “최종 후보 선정까지 많은 숙제가 남아 있지만 고민을 많이 한 흔적이 엿보인다”고 말했다. 

 

KT 이사회는 차기 CEO 선임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외부 전문가 5인으로 자문단을 구성했다. 사외 후보자의 경우 인선자문단의 후보 압축 결과가 그대로 반영됐고, 사내 후보자는 인선자문단의 판단 이후 KT사외이사로 구성된 KT지배구조위원회가 확정했다. 로비 등을 사전 차단하기 위해 자문단의 명단은 후보자 인선 발표와 함께 공개됐다.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빌딩 전경. 사진=최준필 기자​


일단 관치 논란에서 비껴나면서 KT를 둘러싼 혼란은 가라앉을 것으로 보인다. 구 대표가 사퇴 의사를 밝힌 2월 23일 이후 하락세였던 주가도 다시 회복될지 주목된다. 27일 주가는 2만 9950원을 기록하며 21개월여 만에 처음 3만 원선을 밑돌았고 28일에는 소폭 반등해 3만 450원으로 마감했다. 증권가는 경영진 교체 리스크를 주가가 정체된 핵심 원인으로 꼽는다. 김홍식 하나증권 연구원은 “과거 사례를 감안할 때 경영진 교체 시 성장 전략과 주주이익환원 정책 측면에서 큰 변화가 나타날 수 있고 차기 CEO가 결정돼 본인의 경영 비전을 선포하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더 소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충구 KT 이사회 의장은 “공정성·투명성·객관성 강화를 위해 공개경쟁 방식으로 대표이사 선임프로세스를 재추진하겠다고 밝힌 이후 사내·외 후보자군뿐만 아니라 인선자문단 명단, 면접심사 대상자 등 단계별 진행상황을 투명하게 공개해왔다”고 밝혔다. 면접 심사를 거쳐 7일 최종 선정되는 후보 1인은 3월 말 주총에서 추대된다. 

 

지배구조위원회가 내세운 심사기준은 △디지털전환(DX) 역량에 기반한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 마련 △변화와 혁신 추구 △기업가치 제고 △ESG 경영 강화 등이다. 구 대표의 아킬레스건이 됐던 ‘정치권 불법 후원’ 관련 사법리스크에 대한 판단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구 대표의 연임 반대에 앞장선 1대 주주 국민연금은 지난해 박종욱 사장의 사내이사 등재 안건에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며 자진 사퇴를 이끌어낸 바 있다. 

 

김미영 부위원장은 “임헌문 부사장의 경우 불법 후원 문제와 연관된 인물로, 후보군에 포함돼 우려된다”며 “정치자금, SEC 과징금 문제에 대해 관련인에게 책임을 물어 수습해 리스크를 최소화해야 한다. 그런 우려를 종식하는 것도 신임 대표의 과제”라고 짚었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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