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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대보다 악랄한 사설 서버, 게임사가 박멸 못 시키는 이유

단속해도 실제 처벌 수위 낮아 근절 안 돼…"근본적 해결되려면 이용자 인식 개선이 우선"

2023.11.10(Fri) 17:15:34

[비즈한국] 불법 사설 서버는 게임 산업에 퍼져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독버섯과 같다. ‘프리서버’로도 불리는 사설 서버는 온라인 게임을 무단으로 변조·유출해 정식 서버를 통하지 않고 배포 및 서비스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게임사가 허용하지 않은 사설 서버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게임산업법)과 저작권법을 위반하는 엄연한 불법 행위다. 최근 게임사가 저작권 보호에 힘쓰면서 적극적으로 단속에 나섰지만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다. 문제는 불법 사설 서버가 게임사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게임 산업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넥슨은 불법 사설 서버를 향해 강한 법적 대응을 이어가고 있다. 저작권 및 지식재산권(IP) 침해 행위를 더는 두고 보지 않겠다는 의지다. 넥슨 메이플스토리 이벤트 이미지. 사진=넥슨 제공

 

#인터폴 수배까지 나선 게임사…적발시 징역 5년 이하·5000만 원 벌금

 

게임사가 불법 사설 서버와 전면전에 나서면서 사설 서버 운영진이 구속·처벌받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중국에서 엔씨소프트 ‘리니지’ 게임의 사설 서버를 운영한 일당이 지난 7일 징역 6개월~1년에 집행유예 2년, 범죄 수익 추징, 사회봉사형을 받았다. 이들이 2018~2020년 사이 리니지 사설 서버 운영으로 거둔 수익금은 12억 원에 달했다.

 

10월 27일에는 넥슨이 충북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와 공조해 ‘메이플스토리’의 사설 서버를 운영하던 주범 2명을 구속 송치하고, 1명은 해외로 도피해 인터폴 수배에 나섰다고 밝혔다. 서버를 직접 운영하지 않은 호스팅 업체 직원, 디자이너, 프로그래머 등 4인도 게임산업법 및 저작권법 위반 방조죄로 함께 검거했다. 

 

넥슨은 “불법 사설 서버에 민·형사상 법적 조치로 강경하게 대응한다”라고 강조했다. 지식재산권(IP), 저작권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만큼 침해 행위를 엄격하게 적발한다는 의지다. 앞서 검거한 이들에게 처벌과 더불어 부당이익 전액 추징, 손해배상 청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나아가 사설 서버를 홍보·후원하거나 이용하는 경우 사설 서버 개발자 및 가담자로 간주해, 게임 이용을 제한하고 법적 처벌에 나선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 8월에는 메이플스토리 사설 서버를 이용한 기록이 확인된 계정 400여 개를 차단했다. 

 

관련 기관도 매월 2000건 넘게 불법 사설 서버를 단속·조치하고 있다. 게임물관리위원회의 연도별 사설 서버 조치(시정 권고, 수사 의뢰·협조 합산) 통계에 따르면 2019년 5343건에서 2020년 2만 3721건으로 급증했다. 2021년에는 2만 9684건, 2022년에는 2만 9757건으로 계속 증가했고 올해 10월까지는 2만 923건으로 집계됐다. 월평균 단속 건수로 비교하면 2019년 445건에서 2021년 2473건으로, 2년 사이 월평균 건수가 2000건 이상 증가한 셈이다. 

 

게임위에선 게임법상 불법 행위를 △사설 서버 △대리게임 △환전 △핵(불법 프로그램) 4개 범주로 나눠 모니터링, 시정조치, 수사 의뢰 등 중점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사설 서버는 사회적으로 문제가 심각하다고 보고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항목 중 하나다. 게임위에선 직접 사이트를 방문하거나, 커뮤니티 등에 노출된 광고를 통해 불법 업체를 찾아 사후 조치를 한다. 이용자, 경쟁업체의 신고(민원 접수)로 적발하는 경우도 있다.

 

게임위 온라인대응팀 관계자는 “불법 사설 서버는 항상 많았다. 조치 건수가 늘어난 이유는 복합적이다. 사설 서버 업체가 웹사이트·소셜미디어 등 다양한 홍보 수단을 활용해 광고를 늘린 것도 있고, 위원회가 집중 단속에 나서면서 증가한 것도 이유”라며 “모니터링으로 광고 삭제, 서버·홈페이지 차단을 하며, 적발 끝에 운영진을 특정하면 수사 기관에 의뢰한다”라고 설명했다. 

 

불법 사설 서버의 집중 타깃이 되는 게임은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넥슨의 ‘바람의나라’ ‘메이플스토리’, 웹젠의 ‘뮤’ 등 MMORPG 장르다. 이들 게임사에서는 내부 담당팀·법무팀, 외부 법무법인과 손잡고 자체 단속을 하고 있다. 넥슨의 경우 법무법인과 협업해 모니터링하며, 사설 서버에 운영 중단을 요구하는 경고장을 발송한다. 경고가 통하지 않으면 민·형사상 조치에 나선다. 이 과정에서 직접 사설 서버에 접속해 채증하기도 한다.

 

#“게임 이용자 보안 위협, 규제 강화로 이어질 수 있어”

 

업계와 기관의 단속에도 불법 사설 서버가 쉽게 사라지지 않는 것은 부당 이익이 적지 않아서다. 사설 서버는 게임사의 허가 없이 게임을 무단으로 변조해 게임의 난이도를 임의로 조정하거나 시즌제로 운영한다. 사설 서버 내에서 아이템을 저렴하게 사거나 캐릭터를 빠르게 성장시킬 수도 있다. 정식 게임이 유료여도 사설 서버 게임은 무료로 배포한다. 그 대신 운영진은 아이템 판매 수익을 얻거나 이용자에게 ‘후원금’ 명목의 돈을 받는다. 불법 사이트 광고 수익도 있다. 적발 사례를 보면 이렇게 거둬들인 이익은 수천만 원에서 수십억 원에 달한다.

 

실제 처벌의 수위가 높지 않다는 점도 근절이 어려운 이유로 꼽힌다. 게임산업법에선 ‘게임물 관련 사업자가 제공 또는 승인하지 않은 게임물을 제작, 배급, 제공 또는 알선하는 행위’를 금지하는데, 위반 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이 부과된다. 그러나 실제 판결을 보면 범죄수익은 전부 추징해도 징역형은 1~2년에 집행유예를 받는 사례가 다수다. 여기에 사회봉사와 보호관찰이 추가되는 정도다.

 


그렇다면 게임 이용자가 사설 서버를 찾는 뭘까. 먼저 이용자가 정식 게임의 운영 방식에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다. 서버에 이용자가 많아 쾌적한 게임을 즐기고자 찾는 이들도 있다. 위정현 중앙대 가상융합대학 학장은 “정식 게임에선 확률형 아이템을 구매해야 하고, 등급이 높아질수록 성장 속도도 더디지만 사설 서버는 그렇지 않다. 적은 비용으로 단기간에 캐릭터 등급을 올리는 데서 즐거움을 느낄 것”이라며 “불법으로 운영한다거나 서버가 폐쇄될 수 있다는 걸 알아도 빠른 진행에 만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 기존에 하던 게임이 서버 운영을 종료했을 때 아쉬움에 사설 서버를 찾는 이용자도 있다. 사설 서버 내에서 미니 게임으로 사행성 게임을 함께 운영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용자가 이를 노리기도 한다. 물론 사행성 게임까지 접목하면 형법상 도박 공간을 개설한 죄가 추가돼 처벌 수위가 더 올라간다. 

 

하지만 사설 서버가 이용자에게 재미만 주는 건 아니다. 심각한 피해도 입을 수 있다. 게임위 관계자는 “공인된 프로그램이 아니기 때문에 다운받아 실행하는 과정에서 어떤 보안상의 위험이 있을지 알 수 없다”라며 “운영자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이용자의 개인정보나 보안을 위협할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사설 서버 운영자의 연령대가 낮은 경우도 많다.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부 교수는 “간혹 10대 운영자가 있다. 처음엔 호기심으로 만들었는데 돈도 벌고 영웅 심리도 느끼면서 빠져든다”라며 “범죄수익은 유흥비에 쓰고, 불법 도박에 손을 대는 등 탈선으로 이어지는 사례를 보면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김정태 교수는 불법 사설 서버가 장기적으로는 게임산업을 저해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설 서버는 음지에서 시장을 키우기 때문에 없애기가 쉽지 않다. 자칫 도박, 사기 등 사회적인 문제로 퍼지면 새로운 규제가 생길 수 있다”라며 “이용자의 권리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강하게 규제해 산업이 위축될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우선 게임사가 책임지고 이용자와 소통해야 하고, 동시에 이용자의 인식 개선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게임 문화가 과거에 비해 성숙했기 때문에 불법 사설 서버를 이용하지 말자는 자발적인 캠페인을 일으키는 것도 가능하다고 본다. 게임사도 나서 자정 작용을 일으키는 것이 근본적인 처방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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