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으로 정비사업장 곳곳이 시공사와 공사비 인상 문제를 두고 갈등을 빚는 가운데, 올해 세 번째로 정비사업 수주전을 성사시킨 용산정비창1구역이 향후 공사비 분쟁을 방지하는 내용을 입찰 지침에 담은 것으로 나타났다. 착공 전 물가 상승에 따른 공사비 인상 여부와 분양 시기, 공사비 지급 방법 등을 입찰 단계에서 명확하게 짚어 분쟁을 막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용산구 정비창전면 제1구역(용산정비창1구역) 조합은 최근 재개발사업 시공자 선정 입찰에 참여한 포스코이앤씨와 HDC현대산업개발 입찰 조건 비교표를 공개했다. 앞서 지난달 15일 마감된 용산정비창1구역 시공자 선정 입찰에는 양사가 입찰보증금 500억 원씩을 납부하며 입찰에 참여해 수주전이 성사됐다. 포스코이앤씨는 ‘오티에르 용산’을 HDC현대산업개발은 ‘더 라인 330’을 단지명으로 제시했다.
용산정비창1구역에 제안한 공사비는 포스코이앤씨가, 공사 기간은 HDC현대산업개발이 우세하다. 포스코이앤씨 원안설계 공사비는 8614억 원(3.3㎡당 865만 원)으로 HDC현대산업개발 9244억 원(3.3㎡당 929만 원)보다 631억 원(3.3㎡당 63만 원)가량 저렴하다. 시공사가 제안한 대안설계를 기준으로 했을 때는 포스코이앤씨가 9099억 원(3.3㎡당 894만 원), HDC현대산업개발이 9244억(3.3㎡당 859만 원)으로 총공사비와 3.3㎡당 공사비에서 우열이 갈린다. 반면 공사 기간은 포스코이앤씨가 47개월, HDC현대산업개발이 5개월 더 짧은 42개월이다.
용산정비창1구역 재개발사업 수주전에서 눈에 띄는 점은 공사비 분쟁을 방지하는 입찰 내용이다. 조합은 이번 재개발사업 시공자 선정 입찰에서 물가 상승에 따른 공사비 조정 여부, 분양 시기와 공사비 지급 시기, 미분양 시 대물변제 여부, 지질 여건 변동 시 설계변경 여부 등 공사 도급 조건을 입찰 참여 건설사들이 상세하게 제안하도록 했다. 추후 공사비 증액이나 정산 과정에서 시공사와 분쟁이 발생할 수 있는 지점을 입찰 단계에서 짚고 넘어가겠다는 의도다.
물가 상승에 따른 공사비 조정 문제는 최근 정비사업장이 시공사와 마찰을 빚는 가장 빈번한 이유다. 그간 다수 정비사업장은 실착공 이후 물가 상승에 따른 공사비 인상을 금지하는 내용을 도급계약서에 담았지만, 인허가 지연이나 기타 불가항력으로 실착공이 미뤄지는 경우 물가 상승분을 어떻게 공사비에 반영할지 정하지 않아 시공사와 마찰을 빚었다. 양측이 물가 상승에 따른 공사비 인상에 합의하더라도, 인상액을 가늠하는 물가 기준(지수)을 정하지 않아 갈등을 빚는 경우도 허다했다.
용산정비창1구역 시공자 선정 입찰에서 포스코이앤씨는 입찰 마감일로부터 20개월, HDC현대산업개발은 입찰 마감일로부터 18개월까지 물가 상승에 따른 공사비 인상 적용을 유예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실착공까지 물가 상승에 따른 공사비 인상은 소비자물가지수와 건설공사비지수 중 낮은 지수(포스코이앤씨), 건설공사비지수와 소비자물가지수, 국가계약법에 따른 조정 지수 중 낮은 지수(HDC현대산업개발)를 적용하겠다고 각각 제안했다.
분양 시기와 공사비 지급 시기도 정비사업장 분쟁의 실마리가 되기도 한다. 우리나라 정비사업 조합의 수입은 사실상 일반 분양 수익뿐이다. 분양 전까지 조합은 상당 기간 금융기관 대출에 의존해 사업을 수행한다. 분양 시기와 공사비 지급 시기에 따라 조합은 정비사업에서 가장 큰 규모를 차지하는 공사비를 외부에서 차입해 충당해야 한다. 공사대금 지급 방식은 분양 수익이 발생할 때마다 일정 비율을 지급하는 분양불, 분양 여부와 관계없이 공사 진행률에 따라 지급하는 기성불, 분양 수익이 발생할 때 공사 진행률에 따라 지급하는 분양수입금 내 기성불로 나뉜다.
용산정비창1구역 정비사업 수주전에 참여한 두 회사는 모두 조합이 원하는 시기에 선분양(골든타임 분양)하거나 후분양하겠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공사비 지급방법에서는 포스코이앤씨가 ‘분양 수익금 내 기성불’을, HDC현대산업개발이 ‘기성불’을 내세우며 차이를 보였다. 여기에 포스코이앤씨는 착공 후 18개월간 공사비 지급을 유예하고 자체 자금으로 공사를 진행하겠다고 나섰고, HDC현대산업개발은 품질 보장을 위해 공사비 10%를 준공 2개월 후에 지급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용산정비창1구역 조합 관계자는 “현재 정비사업장에서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분쟁은 공사비 인상 문제다. 현재 정비사업장 다수는 여러 요인으로 계약 이후 시공사의 공사비 증액 요구를 받고 있고 정부나 지자체에서도 중재에 나설 만큼 증액 문제를 둘러싼 갈등은 해결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공사비 분쟁 요소가 될 수 있는 내용을 입찰 단계에서 짚고 분쟁을 방지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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