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예금 보호 한도가 24년 만에 상향된다. 금융위원회는 5월 16일 예금 보호 한도 상향을 위한 6개 법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그동안 자산 규모에 비해 보호 한도가 너무 낮다는 지적이 이어진 만큼 금융 소비자 사이에서도 기대감이 높다. 시장에서는 상호금융과 저축은행으로 자금이 몰릴 것으로 예상하는 가운데, 이들 업권의 예금 보호 여력에 눈길이 쏠린다.

#저축은행 예보 기금 적자 폭 3년 연속 늘어나
2001년 이후 5000만 원으로 유지됐던 예금보험금의 지급 한도액이 1억 원으로 오른다. 일반 예금뿐만 아니라 별도로 보호 한도를 적용하는 퇴직연금(확정기여·개인형, 중소기업 퇴직연금), 연금저축, 사고보험금의 보호 한도도 50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상향된다.
금융위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예금 보호 한도 상향을 위한 6개 법령의 일부 개정에 관한 대통령령안’을 6월 25일까지 입법 예고한다. 개정 대상인 6개 법령은 모두 시행령으로 크게 예금보험공사(예금자보호법)와 상호금융권(신협, 농협, 수협, 산림조합, 새마을금고)을 위한 것으로 구성됐다. 시행 시기는 9월 1일부터다.
시장에서는 저축은행과 상호금융으로 자금이 쏠릴지 주목하고 있다. 소비자가 제1금융권보다 비교적 수신 금리가 높은 제2금융권을 찾을 것이라는 추측에서다.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 금융사 간 수신 금리 경쟁이 활발해질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저축은행과 상호금융이 주목받는 이유는 또 있다. 한도 상향 후 발생할 사고에 대비할 수 있냐는 우려에서다. 저축은행은 예금보험공사의 보험에 가입한 금융사(부보금융회사)로, 파산이나 보험사고가 발생하면 공사가 대신 보상한다. 부보금융회사는 업권에 따라 표준 보험료율이 다른데, 저축은행의 경우 0.4%로 가장 높다. 은행이 0.08%로 가장 낮으며 금융투자, 생명·손해보험, 종합금융은 모두 0.15%다. 여기에 차등보험율 제도를 도입해 경영과 재무 상황에 따라 요율을 다르게 산정한다.
문제는 예금보험기금에서 저축은행 계정이 내내 적자라는 점이다. 저축은행 계정의 적자 폭은 3년 연속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예금보험공사 통계에 따르면 예금보험기금 적립액 중 저축은행 계정 적자액은 2022년 1조 7896억 원에서 2023년 1조 8424억 원, 2024년 1조 8979억 원으로 늘었다.
저축은행을 제외한 기금 적립액은 꾸준히 불어나는 추세다. 은행, 금융투자사, 생명보험사, 손해보험사, 종합금융사가 적립한 기금의 총합은 2022년 19조 7019억 원, 2023년 20조 7356억 원, 2024년 22조 6711억 원을 기록했다.
저축은행 계정이 적자인 이유는 2003년부터 지속적인 보험 사고가 발생한 탓이다. 저축은행 계정의 누적 적자는 2010년 2조 8282억 원까지 치솟았다. 정부는 2011년 예금보험기금 내에 저축은행 건전화에만 사용하는 특별계정(상호저축은행 구조조정 특별계정)을 만들고 부보금융회사의 보험료 일부, 차입금, 회수금 등으로 정리 자금을 마련했다. 부실저축은행 31개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27조 원이 넘는 자금이 투입됐고, 특별계정의 부채도 5조 7000억 원까지 늘었다.

#금융당국, 상호금융권 리스크 관리 나서
이처럼 저축은행 계정의 적자를 해소하지 못한 가운데 보호 한도가 높아지면서 다른 업권으로 부담이 전가된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저축은행의 금리 매력도가 떨어져 자금이 몰리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 3월 기준 저축은행 수신 잔액은 100조 원 아래(99조 9873억 원)로 내려간 상태다. 시중의 예·적금 상품을 살펴봐도 제1금융권과 제2금융권의 수신 금리는 최고 3% 대로 비슷하다.
상호금융의 보호 기금 적립 현황도 주목된다. 농협, 신협, 수협, 산림조합, 새마을금고의 경우 예금보험공사가 아닌 개별 중앙회에서 기금보호위원회 등을 꾸려 적립금을 운영·관리하고 있다. 적립금을 살펴본 결과 적자는 한 곳도 없었으며 대부분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2024년 말 기준 농협의 예금자 보호 기금 적립금은 6조 1026억 원, 신협은 2조 1418억 원을 기록했다. 수협의 경우 예·적금(신용 사업)과 보험(공제 사업)으로 나눠 보호하는데, 예·적금 보장을 위한 기금 잔액은 5552억 원(2024년 기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새마을금고는 중앙회 결산보고서에 예금자 보호 준비금을 2조 6691억 원으로 명시했다. 산림조합은 2024년 기금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은 상태로, 2023년 기금 잔액은 1445억 원이었다.
한편 금융당국에서도 자금 이동으로 발생할 위험에 대비하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예금보험공사 등 관련 기관과 업계 상황을 점검하는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고 5월 중 상호금융권의 리스크관리 방안을 검토하기 위한 5월 중 ‘상호금융 정책협의회’를 개최한다. 저축은행·상호금융으로 유입된 자금이 무분별한 대출로 이어지지 않도록 제2금융권의 건전성 관리 방안도 검토한다. 또한 보호할 예금 규모가 늘어나는 만큼 2028년 납입분부터 새로운 보험료율을 적용할 예정이다.
금융기관 관계자는 “사전에 쌓은 보험료로 보험 사고를 처리하는 건데, 계정이 적자라면 사고를 처리할 여력이 부족하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보호 한도 상향 후 저축은행 업계에서 대규모 부실이 발생한다면, 다른 업권의 적립금이 비교적 넉넉하기 때문에 우선 이를 가져다 쓰고 외부 차입이나 채권 발행 등 자금 조달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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