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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방] 도라에몽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2016.06.09(Thu) 11:15:58

장담한다. 당신은 ‘도라에몽’을 보았다. 채널을 돌리다가, 편의점의 우유 패키지에서, 웹서핑하던 도중에, 혹은 같이 살고 있다고 해도 믿는다. 그만큼 도라에몽은 도처에 깔려 있고, 친숙한 존재다. 일본의 만화가 후지코 F. 후지오의 작품 제목이자, 주인공의 이름인 도라에몽은 올해로 무려 46년을 살았다. 생긴 건 이래도 삼촌뻘 되는 캐릭터다.

도라에몽의 매력은 다양하겠지만, 그의 배에 있는 ‘4차원 주머니’만 빼면 그저 이쁘장한 고양이 로봇에 불과하다. 누가 뭐래도 도라에몽의 장점은 그 주머니에 있다. 4차원 주머니에는 온갖 상상력이 들어 있다. 조그마한 생각을 꺼내어 커다란 무엇을 만들어낸다. ‘타임머신’이 나오기도 하고 ‘대나무 헬리콥터’나 ‘어디로든 문’이 꺼내어지기도 한다. 지난 세월 동안 도라에몽은 그의 주머니에서 수천 종류의 비밀도구를 선보였다.

   
▲ 일본에 있는 도라에몽 도구 테마카페.

이런 상황에 이런 도구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누구나 한다. 어둠이 불편해 석유램프가 탄생했고, 아르강 램프와 가스등, 전구로 진화했다. 물건을 쉽게 옮기고 싶어, 바퀴를 만들고 수레와 자동차 그리고 기차로 개선해 나갔다. 도라에몽에 나오는 비밀도구들도 마찬가지다. 등장인물들이 겪는 크고 작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작가는 수많은 도구를 상상했다. 그리고 상상할 수 있는 것은 언제나 현실이 될 가능성이 있다.

도라에몽의 비밀도구를 현실로 옮기는 프로젝트가 실제로 있다. 후지제록스를 주축으로 크고 작은 기업이 힘을 모은 ‘4차원 주머니 프로젝트’는 처음으로 ‘셀프장기’를, 두 번째로 ‘망원 메가폰’을 제작했다. 디자인도 만화 속 모습 그대로를 재현했다. 처음 이 도구를 보았을 때 독자들은 그저 만화 속에서나 가능한 거로 여겼을 테지만, 지금은 실현이 어렵지 않은 기술이 된 것이다.

이미 익숙한 도구도 많다. ‘거짓말 탐지기’는 사실 도라에몽보다 오래된 도구지만 현재는 뇌파나 눈동자를 분석할 정도로 개량됐다. 외발로 서 있던 이동수단 ‘말대나무’는 최근 길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셰그웨이’나 ‘전동휠’을 닮았다. 진구와 도라에몽이 방안에서 전 세계의 풍경을 즐기던 ‘관광 비전’은 ‘구글 어스’로 충분히 설명된다. ‘채점기능이 있는 노래 연주기’는 이미 일상화된 아이템이다. 조금 더 나아가 ‘우주탐험헬멧’이나 ‘그림책 속으로 신발’처럼 가상의 공간과 세계를 체험하고 싶다는 열망은 ‘VR’이라는 태그를 달고 곧 일상으로 들어올 예정이고, 머리카락이나 손톱을 가지고 그 인물의 복제를 만들어 내는 ‘질문기계’는 열심히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분야다. 얼마 뒤면 도라에몽이 과거에서 온 것처럼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사회 시스템에 대한 아이디어도 있다. 돌아다니며 진구와 친구들의 용돈에서 자동적으로 세금을 걷고 나누어 쓰게 하던 ‘세금 걷는 새’는 확대하면 복지국가의 개념이다. 서로의 마음을 취재해서 마음을 전달하던 ‘리포터 로봇’은 현재의 SNS와 매우 흡사한데, 세상의 일부가 된 지 오래다. 우리는 오늘도 SNS에 내 기분과 점심메뉴를 소개했다. 그 밖에 ‘인터넷’과 ‘휴대전화’는 <도라에몽>에서 다양한 비밀도구로 수없이 예상했는데, 이미 이것들 없이는 살 수가 없는 세상이다.

아직 생소하지만, 곧 익숙해질 비밀도구를 몇 가지 더 소개한다. 먹기만 하면 모르는 언어의 상대와 대화를 할 수 있는 ‘통역풀빵’이 목걸이나 이어폰의 모습으로 이미 만들어져 있거나 판매될 예정이다. 만화 속에서 호수나 강물을 청소하던 ‘물 정화기’는 좀 더 큰 사이즈로 바다를 청소하는 ‘시빈(Seabin)’이나 네덜란드의 ‘오션클린업’의 해류를 이용한 플라스틱 수거 시스템으로 대체할 수 있다. ‘애완펜’은 종이에 그림을 그려 애완동물로 키우는 도구인데 ‘스케치 아쿠아리움’이라는 전시의 모습이 이와 일치한다. 가까이는 스마트폰만 열어도 고양이를 키우는 앱을 받을 수 있다.

   
▲ ‘4차원 주머니 프로젝트’의 망원 메가폰. 출처=후지제록스

이렇듯 도라에몽의 상상은 이미 우리 주변에서 현실이 되어 활약 중이다. 삶을 조금 더 편리하고 재미있게 만드는 상상은 즐거운 일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는 이것이 대접받지 못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적어도 내가 겪은 한국의 교육은 상상보다는 암기를 원한다. 그것이 평가하기에 편리하기 때문일까. 현재 한국에는 과학자를 꿈꾸는 아이들이 없다. 1980년대와 90년대, 초등학생들의 장래희망 1순위는 과학자였다. 누구나 에디슨을 꿈꾸고, 노벨상을 희망했다. 하지만 지금의 아이 중 누구도 과학의 꿈을 꾸지 않는다.

게다가 남의 아이디어를 가져다 쓰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거리의 매장은 온통 닮아 있고, 신기한 제품이 나오면 곧 흉내 낸 상품들이 줄을 잇는다. 이것은 꿀과 버터 맛이 나는 음식이나 과일 맛이 나는 소주부터 각종 디자인과 가전제품 등 범위를 가리지 않는다. 상상의 가치가 이토록 가볍다면 누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려 고민하겠는가. 눈치만 보다가 남의 것을 탐하면 된다. 나는 이런 태도들이 모여 있는 대한민국에서는 도라에몽이 도저히 살아갈 수 없다고 생각한다. 상상력을, 상상력으로 만든 것을 존중하고 보호해야 한다.

도라에몽의 상상은 현실이 되었다. 우리의 상상도 현실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아무것도 상상하지 못하는 세상을 상상하는 것은 슬픈 일이다.

황순욱(피망과토마토 대표알바)

 

신촌에서 만화카페 피망과토마토를 꾸리고 있다. 한국에서 가장 작은 만화방을 운영하는 게 모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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