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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정 끝난 걸 어떻게 알았지?' 인터넷 가입 권유전화의 비밀

영업점·대리점서 개인정보 공유·매매…방통위, 2018년부터 약정 경품 한도 축소

2017.12.29(Fri) 16:47:07

[비즈한국] “고객님, 예전에 가입을 도와드린 인터넷 가입센터인데요. 인터넷 약정이 만료가 돼서 연락드렸습니다.”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가입은 대출, 휴대전화 변경과 함께 하루에도 수차례 걸려오는 광고 전화의 단골 레퍼토리다. 통신사를 옮겨 3년 약정을 맺기만 해도 수십 만원의 경품을 지급한다며 가입을 유도한다.

 

직장인 A 씨는 최근 초고속 인터넷 가입 영업 전화를 ​부쩍 많이 ​받았다. 업무에 방해가 될 정도로 전화가 온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가장 의아했던 부분은 실제로 A 씨가 사용 중인 유선 인터넷 약정 기간이 한 달 후 만료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전화가 걸려온다는 점이다.

 

A 씨가 약정을 포함한 개인정보를 어떻게 알았냐고 되묻자 해당 가입센터에서는 3년 전 가입을 도와드린 적이 있다는 말로 대충 얼버무렸다. A 씨는 3년 전 자신이 인터넷을 가입한 곳에 전화를 걸어 따졌지만, 개인정보는 가입 직후 전부 파기하며 자신들은 전화를 건 사실이 없다는 답변만 들을 수 있었다. 과연 어떻게 된 영문일까. 유선 인터넷 영업부터 가입에 이르는 구조를 파헤쳐 봤다.

 

방송통신위원회가 2018년 상반기 보조금 축소를 예고한 가운데, 인터넷 가입 전화 영업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그래픽=이세윤 디자이너

 

# 본사, 대리점, 영업점​인터넷 가입센터도 등급이 있다

 

현재 인터넷 가입영업 업무를 하는 다수의 관계자들에 따르면 인터넷 가입 영업 주체는 크게 세 곳으로 나뉜다. 가장 먼저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통신 3사가 있다. 이곳은 가입 정보를 바탕으로 재약정 연장 안내 및 해지방어를 주로 한다. 이때 가입자를 설득하기 위해 법으로 정해진 지원금을 상품권으로 지급하고, 보다 많은 TV 채널, VOD 서비스 제공 등을 내세운다. 현재 법적으로 정해진 지원금은 인터넷 단품은 최대 19만 원, 2종 결합상품은 22만 원까지다.

 

본사 아래에는 정식 대리점이 있다. 이곳은 통신 3사로부터 전산 코드를 부여받아 실제로 가입 업무가 진행되는 곳이다. 대리점에서는 자체 가입자 모집 영업도 하지만, 수많은 영업점을 거느리고 주로 이들을 관리한다. 전화로 가입 조건 안내 및 구두 약관 동의를 진행하며, 모든 가입 절차가 완료되면 본사에 연락해 실제 설치가 이뤄지도록 하는 업무를 맡는다.

 

마지막으로 영업점이 있다. 이곳은 통신 3사와 직접 계약을 맺은 곳이 아니라, 가입자를 모아 대리점에 넘기는 역할을 한다. 전화 및 문자메시지를 통한 아웃바운드 영업, 블로그 및 홈페이지 개설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인터넷 가입자를 모집하고 대리점으로부터 수당을 받는다. 영업점은 대리점과 달리 본사와 직접 계약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통신 3사 상품을 모두 취급할 수 있다. 각 사 대리점과 계약을 맺는 구조다.

 

이러한 구조로 인해 인터넷에 신규 가입할 경우 가입자는 보통 통화를 세 번 정도 해야 한다. 가입자가 다양한 경로로 영업점과 접촉해 가입 의사를 밝히면, 대리점에서 개인정보를 포함한 가입 정보 및 구두 약관 동의가 이뤄지고, 본사 고객센터에서 최종적으로 설치 일정을 조율한다.

 

# 가입 경품은 반드시 현금과 상품권으로 나누어 지급

 

최근 50만~60만 원대의 경품 지급을 광고하는 영업점을 통해 유선 인터넷에 신규 가입하면, 가입자에게 일률적으로 현금을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현금과 상품권으로 액수가 나뉜다. 이때 상품권은 대부분 10만~15만 원으로 액수가 정해져 있고, 현금은 영업점마다 천차만별이다.

 

여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상품권은 본사에서 지급하는 공식 사은품이며, 현금은 대리점과 영업점이 가입자 유치를 위해 자신들이 가져가는 마진에서 지급하는 불법 보조금 성격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조금은 본사 마진 정책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 이동통신도 이와 비슷하다.

 

영업점은 통신 3사 대리점과 모두 계약을 맺고 통신사와 상관없이 가입자를 모집한 다음 정식 대리점에 인계한다. 사진=봉성창 기자

 

​대부분 ​영업점은 가입자에게 본사와 통화할 때 현금 지급 사실을 말하지 말아 달라고 입단속을 한다. 전화 상담 전 가입자에게 녹취 사실을 알리는데, 이때 이러한 지원금을 언급할 경우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현재 인터넷 가입센터에 근무하는 정 아무개 씨는 “현금의 경우 대리점에서 가입 마진을 쪼개서 지급하는 것이기 때문”이라며 “본사 설치팀에서 전화가 오면 상품권 이외에 따로 받기로 한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 없다고 답해 달라고 부탁하면 대부분 가입자들이 따르는 편”이라고 말했다.


# 가입 시 날짜와 전화번호 기록…영업점끼리 개인정보 공유

 

원칙적으로 영업점이나 대리점에서 받은 개인정보는 가입이 완료된 이후 파기하도록 되어 있다. 특히 약정 정보의 경우는 해당 통신사 이외에는 알기 어렵다. 그렇다면 일선 영업점은 어떻게 이런 약정 만료 정보를 알고 전화를 하는 것일까.

 

현재 인터넷 가입센터에서 영업점 아웃바운드 업무를 담당하는 몇몇 직원들로부터 결정적인 이유를 들을 수 있었다. 김 아무개 상담원은 “다른 개인정보는 원칙적으로 파기하지만 휴대전화번호와 가입 날짜만 따로 기록해서 리스트를 만들어 둔다”고 귀띔했다. 정식 대리점 직원 오 아무개 씨 역시 “아웃바운드를 전문으로 하는 영업점끼리 약정 정보가 담긴 가입자 리스트를 사고팔거나 교환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018년 상반기부터 초고속인터넷과 유료방송의 경품 제공 가능액을 각각 15만 원과 4만 원으로 하향 고시할 방침이다. 따라서 두 상품을 결합해도 최대 19만 원까지만 경품 제공이 가능해진다.

 

대부분 소비자들은 이 같은 방통위의 경품 축소 방침이 못마땅하다는 반응이다. 해당 보도를 접한 한 누리꾼은 댓글을 통해 “무작정 소비자 혜택만 줄일 것이 아니라, 과도한 광고 영업을 근절할 수 있도록 개인정보 관리 감독에 좀 더 신경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봉성창 기자 b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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