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전체메뉴
HOME > Story↑Up > 덕후

[밀덕텔링] KF-21 무장 국산화, 왜 '복사-붙여넣기' 수준인가

과도하게 보수적 설계와 수입 무기 단순 복제 수준…'수입 대체' ROC가 원인

2025.07.24(Thu) 09:35:20

[비즈한국] 국산 전투기 KF-21의 개발이 완료 단계에 접어들면서, 그 무장 역시 국산화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적 항공기를 격추하기 위한 ‘공대공 미사일’(Air to Air Missile)은 공중전의 핵심 무장으로, 제공권(Air Supremacy) 확보의 핵심 요소다. 그러나 공대공 미사일의 국산화가 막 시작된 지금, 몇 가지 우려스러운 징후가 보이고 있다. ‘진화적 개발 전략’이라는 명분 아래 필수 기능이 생략되거나, 중요한 요소가 빠지는 일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KF-21 전투기의 무장 국산화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단거리 및 장거리 공대공 미사일 개발이 과도하게 보수적인 설계와 수입 무기의 단순 복제로 진행되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LRAAM 장거리 공대공 미사일. 사진=김민석 제공

 

먼저 ‘단거리 공대공 유도탄-II(단거리-II)’를 보자. 이 미사일은 KF-21에 장착할 독일제 AIM-2000을 대체하기 위해 약 6600억 원의 예산으로 2032년까지 개발될 예정이다. 크기와 외형, 기동성, 사거리 등은 AIM-2000과 유사하며, 적외선 영상 탐색기의 해상도 개선이 주요 차별점이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현대 단거리 미사일에 필수적인 무장 데이터링크(WDL) 기능이 단거리-II에서는 생략됐다는 점이다.

 

데이터링크는 이미 미국의 AIM-9X 블록 2+에 탑재돼 있고, 이 미사일은 한국이 이미 구매를 해서 F-15K에 장착될 예정이다. 반면 우리가 2032년부터 생산할 미사일에는 해당 기능이 빠져 있다. 기술 부족이나 예산 문제도 아닌데 말이다. 실제로 항공기용 무장 데이터링크는 현재 기초연구 과제로 진행 중이지만, 정작 실전 배치될 미사일엔 적용되지 않는다.

 

이 기능이 빠질 경우 문제는 두 가지다. 첫째, 미사일의 최대 사거리를 제대로 활용하기 어렵다. 최신 적외선 단거리 미사일은 20km 이상의 원거리 사격이 가능하며, WDL로 얻은 표적 정보를 활용해 적에게 탐지되지 않고 기습 공격이 가능하다. 둘째, 스텔스 항공기와의 호환성 문제가 생긴다. 스텔스 전투기는 무장을 내부 무장창에 탑재하고 있다가, 발사 직전 무장창을 열어 발사한다. 데이터링크가 없으면 미사일의 탐색기가 적을 포착할 때까지 무장창을 열고 기다려야 하며, 이는 스텔스 성능을 약화시킨다. F-22나 J-20 같은 세계적인 스텔스기들도 겪는 문제다.

 

또 다른 문제는 이른바 ‘한국형 미티어’로 불리는 장거리 공대공 유도탄(LRAAM)에서도 나타난다. 2026년부터 2033년까지 개발 예정인 LRAAM은 현재 KF-21의 핵심 무장인 유럽 MBDA의 ‘미티어(Meteor)’를 대체할 국산 미사일이다. 초음속 대함·대지 미사일 개발 과정에서 축적된 기술을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LRAAM의 형상과 중량, 구성 등이 기존 미티어와 지나치게 유사하게 계획되어 있다는 점이 문제다.

 

LRAAM이 미티어보다 나은 점은 있다. 능동위상배열(AESA) 레이더를 탑재해서 미티어보다 탐지능력이 좋다. 하지만 이 외에 필요한 경량화와 형상 최적화가 생략되어 있고, 현재 개발안은 2006년 첫 시험발사한 무기의 스펙을 거의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 이는 과도하게 보수적인 설계이며, 특히 KF-21EX나 향후 무인 전투기의 내부 무장창에 맞추기 위해서는 꼬리날개를 접이식으로 바꾸는 등 설계 개선도 필요하다.

 

이러한 일이 반복되는 핵심 원인은 수요자인 공군의 작전요구조건(ROC)에 있다. 단순히 외산 무기 복제 수준의 ROC를 설정하면서 기술적 진보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관련 연구과제를 수행한 기술도 생략되고 있다. 미티어나 AIM-2000의 성능을 그대로 베끼는 ROC로는 우리 무기체계가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 우리가 가진 기술력을 바탕으로 적보다 나은 무기를 만들기 위한 진취적인 ROC가 필요하다.

 

지금처럼 개발 위험을 최소화한다는 명분으로 10년 전 무기를 10년 뒤에 만들게 되면, 우리는 실질적으로 ‘20년 격차’를 스스로 자초하게 된다. 이후 KF-21EX나 미래 항공기에 다시 개량을 해야 하는 비효율적인 상황도 불가피해진다.

 

방위산업체와 국방과학연구소의 기술개발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무엇을 만들어야 하는가’에 대한 수요자의 목표 의식이 명확해야 한다. ‘K-방산’의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기술 개발을 주문하는 군의 태도부터 변화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한국형 공대공 미사일’을 완성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writer@bizhankook.com

[핫클릭]

· [밀덕텔링] LIG넥스원, 신형 미사일 2종 공개 '수출시장 정조준'
· [밀덕텔링] [단독] KAI, 해군용 '드론 함재기' 개발 나선다
· LH, 전세사기 피해주택 매입 1000호 돌파에도 '원성' 줄지 않는 까닭
· [밀덕텔링] 대한민국 국방력, '가짜 5위' 아닌 '진짜 5위'가 되려면
· [밀덕텔링] 이스라엘의 무너진 '4중 방패'가 우리에게 던진 숙제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