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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천문학계를 들었다놨다 '하룻밤의 중력파 소동'

중성자별 충돌로 인한 중력파로 추정 뒤 다중 메신저 관측으로 검증한 결과는…

2019.04.30(Tue) 18:33:04

[비즈한국] 지난 26일 새벽, 전 세계 천문학자들의 메일함과 SNS에 한동안 소동이 벌어졌다. 중성자별 두 개가 충돌하면서 주변 시공간에 남긴 중력파의 파문이 또 한 번 검출되었다는 소문이 퍼졌기 때문이다! [1] 

 

2017년 8월의 긴박했던 순간을 떠올리게 하는 긴장되는 소식이었다.

 

아인슈타인이 등장하기 이전까지 우리에게 우주의 시간과 공간은 그냥 그대로 변하지 않고 같은 모습으로 존재하는 절대적인 좌표 같은 것이었다. 무대와 배우는 서로 상호작용하지 않는다. 그저 무대 위에 배우가 올라가 있을 뿐. 마찬가지로 그저 우주의 시간과 공간이라는 단단한 무대 위에 별과 은하가 돌아다니고 있는 것으로 여겼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은 달랐다. 뛰어난 통찰력을 통해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관찰자에게는 시간과 공간이 전혀 다른 모습으로 관측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는 1905년 인류의 새로운 우주 패러다임의 시작을 알리는 역사적인 논문을 발표했다.

 

이후 시간과 공간은 더 이상 절대적인 무대가 아니다. 무대는 그 위에서 춤추는 배우들과 상호작용하면서 배우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는 역동적이고 상대적인 세상이다. 내가 어느 위치에서 어떤 강도로 뛰어다니는지에 따라 움푹 들어가는 위치와 떨림의 강도가 달라지는 ‘트램펄린’ 같은 것이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은 아주 다양한 예측을 내놓았다. 천체가 강한 중력으로 주변 시공간을 왜곡하면 멀리서 날아오던 배경의 별빛도 경로가 휘게 된다. 그리고 그 휘어진 별빛을 지구에서 보게 된다면, 마치 더운 여름날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서 아지랑이가 보이는 착시현상과 마찬가지로 원래와 살짝 다른 자리에 별이 관측되는 착시 현상이 벌어진다고.

 

말 그대로 중력이 빛의 경로를 휘게 하는 렌즈의 역할을 하는 이 현상을 ‘중력 렌즈 현상’이라고 부른다. 놀랍게도 얼마 지나지 않아 천문학자 아서 에딩턴은 태양이 달 뒤로 가려지는 개기일식이 진행되는 동안, 태양의 중력에 의해 그 주변에 만들어진 배경 별들의 아지랑이를 관측했다. 아인슈타인이 예견했듯, 시공간은 절대적이지 않았다. 그 위에서 춤을 추는 별과 은하의 중력에 의해 휘어지고 왜곡되는, 상호보완적인 무대였음이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이후 한 세기가 되도록 검증하지 못한 것도 많다. 그 정도가 너무 미미하고 관측이 현실적으로 까다로워서다. 

 

이런 아인슈타인의 미완성 교향곡 가운데에는 ‘중력파’가 있다. 중력파는 무거운 별과 같은 질량 덩어리가 우주 시공간을 움직이면서 그 주변 시공간에 일으키는 일종의 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바다 속에서 물고기가 헤엄을 치면 그 주변에 만들어지는 물결과 같다. 우주에서 퍼지는 중력파의 물결은 수억 광년 거리에서 날아오는 것들도 있다. 이렇게 먼 거리에서 퍼져나온 미미한 물결을 감지하기 위해서는 아주 거대하고 또 민감한 부표와 그물이 필요하다. 

 

미국 워싱턴주에 위치한 LIGO 핸포드 관측소. 사진=LIGO team

 

그래서 물리학자들은 수억 광년 거리에서 헤엄치는 블랙홀과 별들의 중력파 물결을 감지하기 위해 거대한 그물 라이고(LIGO: Laser Interferometer Gravitational-Wave Observatory)를 건설했다. 미국의 워싱턴과 루이지애나, 두 곳에는 길이 4km의 ㄴ 자 모양으로 생긴 기다란 중력파 그물 LIGO가 있다. LIGO는 긴 통로를 따라 오고가는 레이저 빛을 통해 지구 전역을 휩쓸고 지나가면서 시공간의 떨릴 때, 레이저가 여행하는 길이가 미세하게 변하는 것을 감지한다. 

 

그리고 놀랍게도 2015년 9월, 드디어 인류는 아인슈타인의 미완성 교향곡의 마지막 마디를 완성할 수 있었다. 꽤 긴 기간 세심하게 신호를 확인하고 여러번 검증한 끝에, 연구팀은 2016년 2월 “우리가 해냈습니다. We did it!” 이라는 말을 시작으로 인류 최초의 중력파 검출 소식을 발표했다.[2] 

 

LIGO가 처음 포착한 중력파의 신호를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두 블랙홀의 충돌 모습 시뮬레이션. 두 블랙홀이 중력으로 인해 서로 가까워지다가 결국 합체하는 순간 가장 강한 중력파 물결이 퍼져나간다.

 

처음 한 번은 어렵지만, 그 이후로는 훨씬 수월해진다. 100년 넘게 단 한 번도 검출할 수 없었던, 심지어 아인슈타인 본인조차 예측은 하면서도 절대 관측으로는 확인할 수 없을 것이라 부정적으로 예견했던 중력파 검출이 이제는 흔한 일이 되어버렸다.​

 

2015년 처음으로 두 블랙홀이 합체하면서 주변에 일으킨 중력파의 미미한 신호를 검출한 이후, LIGO는 이제 거의 해마다, 아니 거의 매주 중력파 신호로 의심되는 후보 신호들을 계속 검출하고 있다. 매주 새롭게 포착되는 중력파 후보 신호들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공간이 정말 쉬지 않고 떨리고 있음을 새삼 느낄 수 있다.

 

벌써 거의 10쌍에 가까운 블랙홀 커플들의 찐-한 스킨십 순간을 포착했고, 지금도 계속해서 커플로 의심되는 신호들이 검출되는 중이다. 자료=Teresita Ramirez/Geoffrey Lovelace/SXS Collaboration/LIGO-Virgo Collaboration


중력파는 이제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던 또 다른 우주의 모습을 보게 해주는 새로운 통로가 되었다. 

 

천문학자들은 가시광선 이외에 사람의 눈으로 볼 수 없는 적외선, 전파, 자외선 등 다양한 파장의 빛으로 동일한 천체를 관측해 더 자세하게 그 천체의 특성을 파악한다. 병원에서도 의사의 육안으로만 진찰하지 않고, 엑스선이나 MRI 등 다양한 파장의 빛으로 몸을 검사하는 것과 같다. 이렇게 다양한 파장의 빛으로 우주를 보는 것을 다중 파장 관측(Multi-Wavelength Observation)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 다중 파장 관측에는 전자기파에 해당하는 전파, 자외선, 적외선, 엑스선, 감마선 등의 빛만 포함된다. 중력파는 시공간 자체가 떨리는 현상이기 때문에 이런 고전적인 빛의 정의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제 시공간이 떨리고 있으며, 인류가 그것을 감지할 수 있다는 것이 확실해지면서 기존의 다중 파장 관측에 중력파를 더한 다중 메신저 관측(Multi-Messenger Observation)을 시작하고 있다. 

 

그리고 2017년 8월 역사상 가장 멋지고도 급박했던 인류 최초의 다중 메신저 관측이 벌어졌다.[3] 

 

당시 LIGO와 함께 이탈리아에 건설된 비르고(Virgo) 중력파 관측소에서도 아주 흥미로운 중력파 신호를 검출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지상의 중력파 검출기 두 곳에서 수상한 신호가 검출되던 바로 그 순간 지구 주변 궤도를 돌던 페르미(Fermi) 우주 망원경이 유의미한 감마선 폭발 신호도 함께 검출한 것이다!

 

무언가가 멀리서 터졌다! 그 순간 중력파 물결이 퍼져나왔고 지구까지 날아와 우리 행성을 휩쓸었다. 시공간과 함께 행성이 떨리면서 중력파 검출기 두 곳이 신호를 검출했다. 그리고 놀랍게도 바로 그 순간 밝은 감마선 폭발의 섬광이 지구로 날아왔다. 

 

전 세계 천문학자들은 당시 포착된 신호가 이전과는 약간 다른 양상을 띤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동안 LIGO가 포착한 중력파는 주로 서로의 곁을 맴도는 블랙홀 커플의 스킨십 때문이었다면, 이번에는 블랙홀이 아닌 더 가벼운 중성자별 커플의 스킨십으로 나타난 신호의 양상을 갖고 있었다. 

 

 

2017년 포착된 두 중성자별의 충돌 순간을 보여주는 시뮬레이션 영상. 처음으로 블랙홀 커플이 아닌 중성자별 커플의 충돌 순간에 나온 중력파의 흔적을 포착했다. 뒤이어 다양한 망원경의 후속 관측을 통해 그 모습을 다른 파장의 빛으로도 확인하는 데 성공했다.

 

LIGO와 함께 Virgo가 함께 신호를 포착한 덕분에, 이번에는 더 정확하게 신호가 날아온 발원지의 좌표를 찍을 수 있었다. 

 

뒤이어 천문학자들은 예정된 임무를 수행하던 망원경을 잠깐 멈추고, 일제히 그 좌표를 바라봤다. 지구 전역에 설치된 크고 작은 가시광 망원경뿐 아니라 거대한 전파 안테나, 우주를 돌고 있는 자외선, 전파 등 다양한 파장 대역의 망원경이 총동원되었다.

 

‘드래곤볼’의 주인공 손오공이 원기옥을 모을 때 외치는 말처럼, 말 그대로 ‘모든 지구인들이 힘을 모아’ 우주 한 곳을 바라봤다. 

 

2017년 포착한 중력파가 날아왔던 곳은 사진 속의 은하 NGC 4993. LIGO에서 중력파를 검출한 후 약 6일 이 지나고 이 곳의 두 중성자별이 충돌하면서 만든 킬로노바 (kilonova) 현상을 관측했다. 자료=NASA, ESA; acknowledgment: A. Levan (U. Warwick), N. Tanvir (U. Leicester), and A. Fruchter and O. Fox (STScI)

 

그렇게 인류 역사상 최초로 다중 메신저 관측의 역사가 쓰여졌다. 긴박했던 대규모 작전을 통해 인류는 중력파를 일으킨 두 중성자별의 충돌의 여운을 모니터링할 수 있었다. 그리고 바로 이 중성자별들이 부딪히는 순간, 금과 같은 아주 무거운 원소들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확인했다. 목걸이, 반지, 귀걸이 등 모든 귀금속은 바로 이 중성자별들의 충돌이 있었기에 만들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며칠 전인 2019년 4월 26일 LIGO과 Virgo는 또 한 번 중성자별들의 충돌 양상으로 보이는 중력파 후보 신호를 포착했다고 천문학자들에게 비밀리에 발표했다. 

 

중력파 연구팀의 다급한 메일과 소식을 받은 천문학자들은 기존 일정을 잠시 중단하고 중력파 후속 관측에 도움을 진행해야할지 논의했다. 운이 따라준다면 어쩌면 이번 시도는 두 번째 다중 메신저 관측이 될지도 모르는 정말 흥분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몇 시간이 지난 후, 아쉬운 소식이 전해졌다. 정밀 분석해보니 중성자별의 충돌이 일으킨 중력파의 신호가 아닌 것 같다는 내용이었다. 

 

중력파 후보 신호가 포착되면 그 신호가 정확히 어떤 종류의 현상에서 비롯된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 굉장히 수학적이고 기술적인 방식이 동원된다. 천문학자들은 블랙홀들이 충돌하는 경우, 중성자별들이 충돌하는 경우, 또는 무거운 별이 폭발하는 경우 등 다양한 경우에 중력파가 어떤 양상으로 관측되어야 하는지를 계산해놓은 일종의 예시, 탬플릿을 갖고 있다. 

 

어떤 후보 신호가 검출되면 그것이 진짜 이런 현상으로 만들어진 신호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미리 준비된 템플릿에 맞추어보면서 수학적·통계적으로 얼마나 유의미한 신호인지를 검증한다. 하지만 이런 수학적이고 기술적인 방식은 우리가 바라는 쪽으로 치우친, 다소 작위적인(arbitrary) 결과를 얻게 되는 위험도 존재한다.

 

순수하게 신호 그 자체를 분석해서 신호가 유의한지를 가리지 않고, 이미 만들어놓은 샘플에 맞춰보면서 가장 가까운 양상을 띠는 것을 골라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부 회의적인 물리학자들은 지금까지 LIGO가 발표한 중력파 검출의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LIGO 연구팀에서 사용하는 통계적·수학적 기법을 쓰지 않고 다른 방식으로 분석하면 현저하게 신호의 유의성이 떨어진다는 것. 과학에서 중요한 ‘독립된 실험의 재현을 통한 검증’이 되지 않는다고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다.[4]

 

이런 신중한 비판에도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워낙 미세한 세기의 신호를 검출하는 것이므로, 연구자 개인의 편견과 사욕이 조금이라도 들어가면 우주의 모습을 왜곡해서 보게 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한바탕 천문학자들을 들었다 놨다 했던 후보 신호 역시 처음에는 약 99%라는 놀라운 확률로 중성자별 충돌로 벌어진 신호로 의심된다는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이후 추가 분석을 진행하면서 그 확률적 유의성은 점점 낮아졌고, 결국 하룻밤의 소동은 마무리되었다.[5]

 

하지만 중력파 연구팀의 아쉬운 소식이 날아온 이후에도, 일부 천문학자들은 각자의 수학적·통계적인 방법을 동원해 후보 신호를 분석한 결과를 SNS에 공유하면서 정말 유의미한 신호가 아닌지를 두고 긴 토론을 이어갔다. 지금도 그 신호를 두고 토론 중인 다양한 국적의 천문학자들의 글을 SNS에서 찾아볼 수 있다. 

 

아쉽지만 이번에 우리 행성을 휩쓸고 지나간 것은 진짜 중성자별 커플이 남긴 중력파 신호는 아니었던 것 같다. 천문학자들은 우주의 시공간처럼 심장이 떨리는 경험을 해야 했다. 

 

다행히 2017년 다중 메신저 관측을 통해 LIGO가 제대로 중력파 신호를 검출했으며, 동일한 현상을 중력파 검출기가 아닌 기존의 다른 광학 망원경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 공식적으로 검증되었다. 이처럼 다중 메신저 관측은 단순히 중력파 신호를 뒤따라 관측하는 후속 관측뿐 아니라, 그 중력파가 정말 중력파 신호가 맞는지를 검증해주는 차원에서도 아주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따라서 중력파가 함께 더해진 다중 메신저 관측은 단순히 단발성 이벤트가 아니라, 더 정확하고 믿을 수 있게 우주를 보는 데 꼭 필요한 연구 검증 과정이 되어야 할 것이다. 

 

지난 26일 벌어졌던 중력파 소동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과학은 정말 철저한 검증을 통해 완성된다는 것이다. 

 

과학자는 쉽게 말하지 않는다. 신중에 신중을 더해 철저한 검증을 통해 완성이 되었을 때, 그것을 과학이라고 부르며 세상에 공개한다. 

 

[1]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19-01377-2

[2] https://journals.aps.org/prl/abstract/10.1103/PhysRevLett.116.061102

[3] https://science.sciencemag.org/content/358/6370/1565 

[4] https://iopscience.iop.org/article/10.1088/1475-7516/2016/08/029/meta 

[5] https://twitter.com/LIGO/status/1121351752626909184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연세대학교 은하진화연구센터 및 근우주론연구실에서 은하들의 상호작용을 통한 진화를 연구하며,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하고 있다. ‘썸 타는 천문대’, ‘하루 종일 우주 생각’, ‘별, 빛의 과학’ 등의 책을 썼다. 

지웅배 과학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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