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수제맥주 돌풍을 일으켰던 ‘곰표 밀맥주’의 상표권을 두고 대한제분과 세븐브로이의 갈등이 장기화되고 있다. 최근 세븐브로이가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두 기업의 갈등에 또다시 시선이 쏠리는 분위기다. 세븐브로이는 대한제분의 계약 변경으로 인해 기업이 도산 위기에 처했다고 주장하는데, 그간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던 대한제분이 더 이상 상황을 좌시하지 않겠다며 강경대응을 예고했다.

#‘곰표’ 놓친 세븐브로이, 2년 만에 기업회생 신청
지난달 수제맥주업체 세븐브로이맥주가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2024년 1월 국내 중소·벤처기업 전용 주식시장인 코넥스에 상장한 지 1년여 만에 내려진 결정이다. 기업회생의 첫 절차인 심문기일은 6월 9일 진행됐다. 심문기일에는 회생신청을 한 기업 대표가 참석하고, 법원은 파산이 아닌 회생절차 돌입이 적절한지를 판단하기 위해 대표자를 심문한다. 9일 심문기일에는 김강삼 세븐브로이 대표가 참석했다.
세븐브로이의 기업회생 신청은 수익성 악화 탓이 크다. 세븐브로이는 지난해 실적이 크게 악화했다. 2024년 매출액은 84억 원으로 전년(120억 원) 대비 32%가량 감소했다. 영업손실액은 90억 원으로 전년(61억 원)보다 적자 폭이 48% 확대됐다. 세븐브로이 측은 “대한제분과의 갈등 이후 현금 유동성이 자유롭지 못한 면이 있었다. 몇 년간 이런 상황이 누적되면서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게 됐다”고 밝혔다.
세븐브로이의 실적 악화는 곰표맥주 재계약 실패로 인해 시작됐다. 2019년 대한제분은 맥주 사업을 준비했고, 제조사로 세븐브로이를 선정해 다음 해 ‘곰표 밀맥주’를 출시했다. 곰표 밀맥주의 기획, 개발, 생산은 모두 세븐브로이가 맡았다. 곰표 밀맥주는 누적 판매량이 6000만 캔에 육박할 정도로 높은 인기를 끌었다. 세븐브로이는 2022년 300억 원을 투자해 전북 익산에 국내 최대 규모의 맥주 공장을 신설하는 등 과감한 투자도 감행했다.

하지만 2023년 2월 라이선스 계약 종료 시기가 다가오자 대한제분은 세븐브로이와 계약 갱신을 하지 않고 제주맥주를 새로운 제조사로 선택했다. 대한제분 측은 “세븐브로이는 2023년 2월 상표권 사용 계약 입찰 과정에 참여했으나 최종 선발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세븐브로이는 당시 매출의 97%를 차지할 정도로 주력상품인 곰표 밀맥주 생산을 중단하게 됐다. 대한제분과의 갈등도 본격화됐다.
계약 만료 후 대한제분이 ‘곰표 밀맥주 시즌2’를 출시한다는 소식에 세븐브로이는 판매 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세븐브로이 관계자는 “계약 종료 후 6개월간은 계약서에 명시된 재고소진 기간으로 세븐브로이 제품을 판매할 권리가 있다. 하지만 대한제분이 곰표 밀맥주 시즌 2를 빨리 출시한다는 얘기가 있어 우리 제품을 판매하지 못하게 될까 봐 급히 가처분 신청을 했다. 하지만 대한제분이 법원 판결이 나기도 전에 제품을 출시했고, 가처분 신청 효력이 상실돼 소송을 취하했다”고 밝혔다.

#합의 과정, 액수 두고 말 엇갈려
현재 대한제분과 세븐브로이는 합의 과정을 밟고 있다. 송인석 대한제분 대표는 국정감사에 두 번이나 증인으로 출석하며 세븐브로이와의 갈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합의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이후 대한제분은 국회의장실에서 세븐브로이와의 합의 의사를 밝혔고, 이에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를 통해 합의 조정 테이블이 마련됐다.
대한제분과 세븐브로이는 약 5개월의 합의 조정 과정을 거쳤다. 정확한 손해액을 측정하기 위해 회계 검증을 진행했고, 그 결과 68억 원의 손해액이 확정됐다. 을지로위원회 관계자는 “세븐브로이 측에서는 손해액이 생각보다 작다는 입장이었지만 그래도 받아들이겠다고 했으나 대한제분은 과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전했다.
세븐브로이 측은 “마치 우리가 68억 원을 요구한 것처럼 보도되고 있지만, 그 금액은 세븐브로이가 제시한 금액이 아니다. 대한제분이 직접 3000만 원을 지급하며 회계 검증을 했고, 그렇게 나온 보고서를 갖고 함께 회의도 했다”며 “국회에서 어느 정도 배상할 수 있을지 (대한제분에) 답을 달라고 했고, 대한제분은 유선으로 30억 원을 지급할 것 같다고 얘기했다더라. 하지만 이틀 뒤 다시 연락해 ‘보상 안 하는 것으로 결정했다’며 입장을 번복했다고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대한제분 측은 68억 원은 손해액이라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한제분 관계자는 "계약 기간 동안 발생한 모든 개발 비용 등을 손해액으로 측정한 것으로 실제 손해액이 아니다. 3년간 (세븐브로이의) 영업이익이 300억 원이기 때문에 계약 종료로 인한 손해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을지로위원회 관계자는 “세븐브로이가 최근 기업회생에 들어갈 만큼, 대한제분과의 갈등으로 타격이 큰 상황이다. 만들어 놓은 재고 물량이 매우 많았는데 그걸 다 폐기하게 되면서 상당한 손해가 발생했다”며 “대한제분은 처음 분쟁이 발생했을 때 배상에 대해 거의 생각하지 않았다. 당시 보상액이라며 제시한 금액이 1억 원이었다. 세븐브로이가 제품 개발에 들인 노력만 치더라도 말도 안 되는 액수였다. 정확한 손해액을 책정해 보상하자고 해서 회계 검증까지 거쳤지만, 현재 대한제분이 이를 받아들이지 못해 합의는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세븐브로이와 대한제분은 합의 과정이 재개될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종각 대한제분 명예회장과 친분이 있는 한 인사가 두 회사의 합의 조정을 위해 중간 역할을 하며 구체적인 합의 내용을 전달했다는 이야기도 들려왔기 때문이다.
세븐브로이 측은 “대한제분 고위직이 30억 원 배상, 곰표 밀맥주 시즌 3 계약을 제시하고 대신 세븐브로이가 대한제분에 사과할 것을 요청했다고 들었다”며 “그간 국회를 통한 합의를 진행해온 만큼 만약 대한제분이 국회 중재를 통해 합의를 제시한다면 받아들일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대한제분은 손해배상 조건을 제시한 적이 없다고 맞서며 합의 의사가 없음을 강조했다. 대한제분 관계자는 “적법한 계약 종료에 따른 손해배상 주장이 억지임을 알면서도 대화를 통해 풀어보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세븐브로이는 대한제분의 ‘선의’를 배상 책임을 인정한 것으로 호도하고 있다”며 “30억 원을 제안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대한제분은 법적인 해결이 클리어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 기업의 갈등은 좀처럼 해소되기 어려운 분위기다. 대한제분은 세븐브로이로 인해 브랜드 이미지 훼손이 심각해졌다며 강경 대응까지 예고했다.
대한제분 측은 “세븐브로이는 ‘피해자’임을 부각해, 당사는 졸지에 가해 기업으로 몰려 큰 피해를 입고 있다. 누가 피해자인가. 지난 3년간 막대한 이익을 거둔 건 세븐브로이지 대한제분이 아니다”라며 “현재 브랜드 이미지 훼손과 손실이 막대해 사실관계를 바로잡는 것이 급선무라고 본다. 그 후 (합의) 논의가 다시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 더 이상 브랜드 이미지 훼손과 손실을 좌시할 수 없다. 회사의 입장을 언론 등에 성실히 설명하며 총력 대응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핫클릭]
·
[AI 생존법 찾아라] 'AI 3대 강국' 내세운 이재명 정부, '100조 투자'보다 중요한 것
·
[단독] 강호찬 넥센그룹 부회장, OTP 제조사 오티피멀티솔루션 지분 매각
·
"시진핑 축전은 한한령 해제 전조" 사드 이후 한중 '잃어버린 10년' 회복하나
·
[단독] 조양래 한국앤컴퍼니 명예회장, 딸 상대로 333억 원 '승소'
·
'팀프레시' 멈춘 사이 대형 고객사 잡았다…카카오모빌리티 '새벽배송' 시장으로 눈 돌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