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과 부영주택이 약속한 근무와 처우를 보장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전직 부영주택 임원으로부터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당해 최근 일부 패소 판결을 받은 것으로 비즈한국 취재 결과 확인됐다. 소송을 제기한 전직 부영주택 임원은 이중근 회장과 3년간 부영그룹에서 전무로 일하기로 확약서를 작성하고 실제 1년간 부영주택 전무로 근무했는데, 이 회장과 부영주택이 약속된 조건으로 3년간 근무하도록 할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재판장 정회일)은 지난 4월 24일 부영주택 전직 임원 A 씨가 이중근 회장과 부영주택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이중근 회장이 3억 310만 원, 부영주택이 5282만 원을 A 씨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앞서 A 씨는 확약서에 따라 이 회장과 부영주택이 자신을 3년간 연 보수 1억 8000만 원으로 부영주택에서 일하게 할 의무가 있는데도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양측이 미지급 보수와 퇴직금에 해당하는 5억 1424만 원을 공동으로 배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은 2023년 2월 A 씨와 근무조건 확약서를 썼다. A 씨가 같은 해 3월부터 3년간 부영을 포함한 관계사에서 연간 1억 8000만 원의 보수를 받고 전무로 근무하는 내용이었다. 이 회장은 토목 공사와 관련한 경험과 지식을 갖춘 사람을 찾던 중 지인을 통해 A 씨를 소개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A 씨는 2023년 3월 부영주택과 계약기간을 1년으로 하는 위촉계약을 맺고 같은 달부터 지난해 2월까지 부영주택 전무로 근무했다. 이 위촉계약에서 정한 A 씨 보수 역시 급여와 상여를 포함해 연간 1억 8000만 원 규모였다.
하지만 이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부영주택은 임원 위촉 두 달 만인 2023년 5월 A 씨에게 재택근무를 명하는 인사명령을 내고 보수를 줄였다. A 씨가 위촉된 2023년 3월부터 같은 해 5월까지는 위촉계약에서 정한 보수를 지급했지만, 이후 위촉계약이 만료된 지난해 2월까지 상여금(6월 일부 지급)과 판공비를 제외한 급여(기본급)만 줬다. 위촉계약이 종료된 후에는 A 씨와 계약을 연장하지 않았다. 다른 부영 관계사 역시 A 씨와 새로운 위촉계약을 맺지 않았다.
A 씨는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과 부영주택이 약속한 근무와 처우를 보장하지 않았다며 2023년 10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양측이 자신을 3년간 연 보수 1억 8000만 원으로 부영주택에서 근무하게 할 의무가 있는데도 이를 이행하지 않았고, 인사명령을 통보한 이후에는 보수도 일부만 지급해 손해가 발생했다는 취지다. A 씨는 이중근 회장과 부영주택이 미지급 보수와 퇴직금에 해당하는 5억 1424만 원을 손해배상금으로 연대해 지급하라고 청구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근무조건 확약서상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중근 회장은 확약서에 따라 A 씨가 부영주택 등 부영 관계사에서 3년 동안 근무할 수 있도록 하기로 했음에도 위촉계약이 종료된 후 A 씨가 부영주택과 위촉계약을 연장하거나 부영 등 다른 관계사와 위촉계약을 체결하도록 하는 등 A 씨에게 나머지 2년의 기간을 보장해주지 않아 확약서상 채무를 불이행했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이 회장의 확약서상 의무 위반으로 A 씨는 2년간 부영주택 등 부영 관계사에서 근무했다면 받을 수 있었을 보수 상당액의 손해를 입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부영주택이 위촉계약상 보수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부영주택은 이번 소송에서 A 씨가 아파트 건설 관련 부서를 이끌 역량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위촉계약 부대 조항에 따라 인사 명령했고, 이후 A 씨가 업무수행을 하지 않아 급여 중 판공비와 상여를 지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를 인정할 근거가 없다며 부영주택 주장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부영주택이 위촉계약에 반해 인사명령을 하고 임의로 보수를 삭감해 A 씨는 위촉계약에 따라 A 씨에게 위임사무를 계속 제공했다면 얻을 수 있었던 보수 상당액의 손해를 입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봤다.
다만 재판부는 부영주택이 이중근 회장과 A 씨가 맺은 근무조건 확약서상 의무를 이행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 이번 소송에서 A 씨는 이중근 회장과 함께 부영주택이 근무조건 확약서상 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부영주택이 앞선 확약서의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채무불이행이 성립할 수 없고, A 씨가 부영주택의 불법행위에 대한 구체적인 주장과 증명도 안 내놨기 때문에 이 청구가 이유 없다고 봤다. 부영주택의 의무 위반은 A 씨와 직접 체결한 1년짜리 위촉계약에 한정해 판단한 셈이다.
한편 피고인 이중근 회장과 부영주택, 원고인 A 씨는 이번 판결에 불복해 지난달 각각 항소했다.
부영그룹은 건설업을 중심으로 하는 우리나라 28위 기업집단이다. 그룹 매출 80%가량을 차지하는 부영주택을 포함해 21개 회사를 계열사로 거느리고 있다. 올해 5월 기준 그룹 공정자산총액은 21조 4520억 원. 창업주인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은 1983년 회사를 설립해 임대주택 사업으로 사세를 키웠다. 지주사 부영의 2020년 연결 기준 매출은 2조 4877억, 영업이익은 3628억 원에 달했지만, 지난해에는 매출 6325억, 영업손실 1277억 원을 기록하며 3년 연속 영업 적자를 면치 못했다.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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