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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처벌법 3년] 신영철 경실련 국책사업감시단장 "원청업체 직접시공 늘려야"

중대재해처벌법, 현장 사망 감소에 일정 역할…"인허가권자에게 안전 감독 책임을 부여해야"

2025.06.12(Thu) 17:33:02

[비즈한국] 오늘도 건설 현장에 출근한 노동자가 집에 돌아오지 못했다. 건설업은 우리나라 전체 산업 가운데 사망 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현장이다. 우리 사회는 안전이나 보건 의무를 다하지 않아 노동자가 죽는 안타까운 사고를 막기 위해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을 만들어 2022년 1월 본격 시행했다. 하지만 한 해 건설 현장에서 목숨을 잃는 노동자는 여전히 세 자릿수에 머무르고 있다. ​우리 사회는 ​건설 현장 사망 사고를 줄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

 

비즈한국이 신영철 경실련 국책사업감시단장(사진) 만나 건설 현장 산업재해를 줄이는 방법을 물었다. 사진=이종현 기자

 

비즈한국은 신영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국책사업감시단장을 만나 건설 현장 산업재해를 줄이는 방법을 물었다. 신영철 단장은 토목시공 기술사이자 건축공학 박사로, 종합건설업체의 국내외 건설현장은 물론 법무법인과 지방자치단체, 전문건설업체 등에서 근무했다. 지금은 건설경제연구소 소장이자 경실련 국책사업감시단장으로서 우리나라 건설 현장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는 데 몰두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3년이 지난 지금, ​신 소장은 ​우리나라 건설 안전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건설 현장 사망자 수는 소폭이나마 감소했다. 시장 불황으로 건설 현장 자체가 줄어든 영향이 있지만 제도 시행의 효과도 분명히 있다. 안전 조치를 하지 않은 원도급업체 경영책임자까지 처벌하기 시작하면서, 건설업계가 현장 안전 관리에 시간과 비용을 쓰기 시작했다. 그간 건설 현장 관리 감독은 실질적으로 하도급업체들이 맡았는데, 최저가 낙찰 방식로 공사를 따내는 하도급업체는 안전 관리에 쓸 돈과 시간이 부족했다. 그렇게 그간 건설현장에서 많은 하도급업체 노동자가 죽었다. 하지만 중처법 도입 당시 기대한 재해 감소 효과가 제대로 나타났는지는 의문이다.”

신영철 단장은 중대재해처벌법이 건설 현장의 사망자 감소에 일정 부분 역할을 했다고 봤다. 실제 고용노동부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발생 현황 자료에 따르면 건설업종 사망자 수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첫해인 2022년 341명에서 2023년 303명, 2024년 276명으로 적게나마 감소했다. 신 단장은 그간 원도급업체가 사실상 최저가로 공사를 하도급하고, 하도급업체가 적은 비용으로 공사 현장 안전 관리를 도맡으면서 많은 재해가 발생했다고 짚었다. 여력이 있는 원청 사업주를 처벌하는 법이 생기면서 건설 현장 재해도 줄었다는 평가다.

“건설현장 중대재해를 획기적으로 줄이려면 하도급에 의존하는 생산 구조를 바꿔야 한다. 공사를 처음 수주한 원도급업체가 직접 시공하는 비중을 늘릴 필요가 있다. 수주한 공사를 100% 직접 수행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골조나 토목 등 안전과 품질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주요 공정에 대해서는 원도급업체가 도급공사비 50% 이상을 직접 시공하게끔 만들어야 한다. 원청이 직접 공사를 수행해야만 안전 관리 비용을 공사비에 적절하게 반영해 입찰할 수 있고, 실제 현장 안전을 통제할 수 있다.”

신영철 단장은 건설 현장 중대재해를 줄이기 위한 첫 번째 방안으로 원도급업체 직접 시공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적 자치가 존중되는 민간공사까지는 강제할 수 없지만, 공공공사 주요 공정에서만큼은 공사 금액과 무관하게 원도급업체 직접 시공 비중을 50%까지 늘려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라 건설사업자는 공사 금액이 100억 원 이하인 건설공사를 도급받은 경우 노무비 기준 10~50%만큼 공사를 직접 시공해야 한다. 하지만 직접 시공 의무 비율은 도급액이 3억 원 미만이면 50%, 30억 원 이상 70억 원 미만이면 10%로 공사비가 커질수록 낮아지는 구조다.​

 

신영철 단장(사진)은 건설 현장 중대재해를 줄이기 위한 첫 번째 방안으로 원도급업체 직접 시공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이종현 기자

 

“인허가권자에게도 건설 현장 안전을 감독하는 책임을 부여해야 한다. 공사 인허가 권한을 가진 지방자치단체는 인허가를 내는 순간 현장 관리 책임에서 벗어난다. 우리나라 공사 현장의 시공 품질과 안전을 감시하는 역할은 공사감리자가 맡고 있는데, 공사감리자를 고용하는 ‘갑’의 역할은 건축주가 맡는다. 공사감리가 건축주에게 예속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가장 강력한 인허가권을 가진 지자체는 인허가 이후 감리중간보고서와 완료보고서만 받아볼 뿐 자신이 허가한 현장 안전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는다. 인허가권자를 안전 책임의 테두리로 끌어들일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은, 인허가권자가 직접 공사 감리 계약을 체결토록 강제하는 것이다”

공사감리자는 건축물이나 건축설비 또는 공작물이 설계도서대로 시공되는지를 확인하고, 품질관리·공사관리·안전관리 등에 대해 지도·감독하는 사람을 말한다. 건축법에 따라 현재 주택으로 사용하는 건축물이나 소규모 건축물의 공사감리자를 지정하는 권한은 인허가권자가 가지고 있지만, 사실상 모든 공사 감리 계약 권한은 건축주가 가지고 있다. 신 소장은 공사 현장 안전과 시공 품질을 감시하는 공사감리자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이들을 감독하기 위해 감리 계약 권한을 인허가권자가 가져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감리 비용은 여전히 건축주가 부담하는 조건이다.

“인허가권자가 건설 현장 안전을 제대로 감독할 수 있도록 지역건축안전센터를 내실화해야 한다. 인허가권자가 공사감리자의 활동과 작성 서류를 수시로 들여다볼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이들이 공사 현장 안전과 감리 활동을 기술적으로 지도·감독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는 건축사나 건축구조기술사, 건축시공기술사 등 전문가가 지역 공사 현장 안전 관리 업무를 보좌하도록 지역건축안전센터를 도입했는데, 현재 우리나라 지역건축안전센터 절반은 인력 부족으로 유명무실하게 운영되고 있다. 만약 지역건축안전센터를 정상적으로 운영하지 못한다면 인허가권을 박탈시켜야만 한다.”  

지역건축안전센터는 지역 건축 안전을 점검하는 지자체 산하 전문 기관이다. 건축 전문 인력이 지역 인허가 관련 기술 검토와 공사 현장 안전 관리 업무 등을 수행한다. 국회는 행정기관 전문성 부족으로 발생하는 안전 관리 공백을 막고자 2017년 건축법을 개정해 지역건축안전센터를 도입했다. 광역지자체와 인구 50만 명 이상 기초지자체, 건축허가 면적이나 노후건축물 비율이 상위 30% 이내인 기초지자체는 관할 지역에 지역건축안전센터를 설치해야 한다. 비즈한국 취재 결과 우리나라 지역건축안전센터 127곳 가운데 61곳(48%)은 필수 전문 인력조차 갖추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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