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hy가 선보인 배달앱 ‘노크’가 론칭 1년을 맞았다. 노크는 업계 최저 수수료율, 무료배송 등을 내걸고 시장에 진출해 높은 관심을 받았는데, 1년이 지나도록 사업은 이렇다 할 진척이 없는 상태다. hy는 시장 상황을 보다 신중하게 살피며 사업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들어갈까 말까, 서울 강서구에서만 시범운영
지난해 6월 배달업계의 관심은 hy에 쏠렸다. 배달대행 플랫폼 ‘부릉’을 인수하면서 2만여 명의 배달 기사를 확보하게 된 hy가 배달앱 ‘노크’를 출시하며 배달시장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배달시장의 후발주자라는 핸디캡이 있긴 했지만 업계 최저 수준의 수수료(5.8%)를 내세운 만큼,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란 예상도 나왔다.
노크는 이달 론칭 1주년을 맞았지만 배달시장에서 존재감을 거의 드러내지 못했다. 작년 6월 서울 강서구에서 시범운영을 시작한 뒤 서비스 지역을 확대하지 못했다. hy는 이미 배민, 쿠팡이츠, 요기요 등 대형 3사가 배달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는 만큼 배달 사업 확대에는 보다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는 태도다.
hy 관계자는 “기존 업체들과 같은 서비스를 하는 것은 경쟁력이 없다고 본다. 여러 서비스를 고객에게 선보이고 반응이 좋으면 그때 서비스 지역을 확장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여러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향후 지역 확대에 나설 가능성도 있지만,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강서구에서만 서비스를 하다 보니 성장세는 미미한 수준이다. 데이터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노크의 월간 이용자 숫자는 2만 명 수준으로 집계됐다. 노크 론칭 한 달 후인 지난해 7월 월간 이용자 숫자가 1만 2000명가량이던 것과 비교하면 더딘 성장세다. 노크를 운영하는 hy의 자회사 하이노크는 작년 매출이 8000만 원 수준에 머물렀다. 반면 당기순손실은 40억 원에 달했다.

최근 hy는 노크에 배달앱 장보기 서비스인 ‘동네장보기’ 기능을 더했다. 퀵커머스 기능을 더해 입점업체 수를 늘리고, 이용자 확대에도 나서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특히 hy는 동네장보기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무조건 무료배송’이라는 혜택을 내걸었다. 배송비 전액을 노크에서 지원해 사용자와 입점 업체는 무료로 배송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그만큼 사업 비용에 대한 부담도 커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지난 2월 hy는 하이노크에 25억 원을 수혈했다.
hy 관계자는 “스타트업과 같은 느낌이라 이익이 나오기 전까지 계속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동네장보기 역시 고객을 위한 차별화 서비스의 일종이다. 입점 업체 수는 현재 1500개 수준으로 늘었다. 다른 앱에는 없는 기능 등을 계속해서 테스트할 것”이라고 전했다.
#16개 종속기업 중 10개가 적자, 신사업 성과 언제쯤
hy가 배달업 진출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간 벌여 놓은 신사업에서 발생하는 적자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hy는 발효유 사업에 쏠린 집중도를 낮추기 위해 사업 다각화를 시도하며 여러 신사업을 전개 중인데, 수년째 안정적 수익모델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2024년 기준 hy의 종속기업은 총 16개인데 그중 10개 기업이 적자를 냈다. hy는 본업 경쟁력이 약화되는 상황에서 자회사 실적 부진까지 겹쳐 부담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hy의 연결기준 매출액은 1조 6826억 원으로 전년(1조 5191억 원)보다 10.8% 증가했지만, 영업손실은 645억 원으로 전년(274억 원)보다 2배 이상 늘었다.

가장 큰 손실은 의료 사업 부문에서 발생했다. hy는 2019년 해외 의료사업을 위해 싱가포르에 중간 지주사 ‘HYSG PTE LTD’를 설립했다. 자회사로는 해외 의료 기업인 싱크 서지컬(Think Surgical Inc.)이 있다. HYSG PTE LTD는 지난해 635억 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싱크서지컬의 당기순손실도 695억 원에 달했다.
흑자 자회사로 꼽히던 NE능률도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 시기 반짝 실적을 냈던 NE능률은 2023년 34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순손실액을 6억 원으로 줄이긴 했으나 여전히 적자를 기록 중이다.
2023년 800억 원을 들여 인수한 배달대행 플랫폼 부릉도 적자가 누적되고 있다. 부릉은 지난해 매출이 3401억 원으로 전년(3098억 원)보다 9.8% 증가했지만, 당기순손실이 264억 원이나 됐다. 전년(108억 원)보다 적자폭이 두 배 이상 늘어난 상황이다.
hy 관계자는 “의료 사업의 경우 지난해 시장 상황이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올해는 개선될 것이라고 본다”며 “하반기에는 발효유, 건강음료 구독 등의 메인 비즈니스에 힘을 줄 계획이다. 글로벌 수출도 이제 시작한 단계인 만큼 성과가 나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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