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동국제강그룹을 둘러싼 분위기가 좋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철강 제품에 부과하는 관세를 높이면서 국내 철강업계 전망이 어두워졌다. 현대제철과 포스코는 미국 현지 공장 설립에 나섰지만 동국제강은 현지 공장 계획이 없는 상태다.
동국제강그룹의 이번 위기 극복 여부는 장세주 동국제강그룹 회장에 대한 평가에도 주요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장세주 회장은 2015년 횡령 등의 혐의로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 받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취업제한 규정으로 출소 후에도 한동안 경영에 복귀하지 못했다. 장 회장은 2022년 광복절 특별사면을 받은 뒤 2023년 동국홀딩스 사내이사로 취임하며 경영에 복귀했다.

장세주 회장의 경영 복귀가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동국홀딩스의 매출은 △2022년 2조 989억 원 △2023년 1조 8411억 원 △2024년 1조 9994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2022년 868억 원 △2023년 601억 원 △2024년 580억 원으로 매년 하락하고 있다.
최근 분위기는 좋지 않다. 동국제강은 공급 과잉 해소를 위해 오는 7월 22일부터 8월 15일까지 인천공장 공정을 모두 중단한다고 밝혔다. 인천공장은 매출에서 약 40%를 차지하는 핵심 거점이다. 인천공장이 생산을 멈춘 것은 동국제강 창사 이래 처음이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8월 시장 변화를 지켜보고, 만약 공급 과잉이 개선되지 않으면 중단 기간 연장을 검토해야 할 상황”이라며 “과잉재고 및 수급 불균형 해소를 위해 더 이상 결정을 미룰 수 없는 시점”이라고 전했다.

향후 전망도 밝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관세를 25%에서 50%로 상향 조정했다. 박성봉 하나증권 연구원은 “국내 철강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미국 업체 대비 하락하기 때문에 미국 수출에 차질이 발생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미국의 철강 수입 규제 강화로 유럽연합(EU) 또한 수입 규제 강화 조치를 발표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유럽 수출도 차질이 우려된다”고 분석했다.
동국제강그룹도 미국 시장의 변화를 의식하고 있다. 동국제강은 올해 초 수출 확대를 위한 전담조직인 특별수출본부를 신설했다. 다만 미국 현지 공장을 건설하려는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장세주 회장 동생인 장세욱 동국제강그룹 부회장은 지난 3월 동국홀딩스 주주총회에서 기자들에게 “현재 미국 등 구체적인 해외 투자계획은 없다”며 “폴란드와 멕시코 등 해외에 있는 공장을 중심으로 사업능력을 강화하는 전략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경쟁 업체와 비교되는 부분이다. 현대자동차그룹과 포스코그룹은 지난 4월 철강 및 2차전지 분야의 상호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그리고 약 8조 5000억 원을 합작으로 투자해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제철소를 건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동국제강그룹은 장세주 회장 복귀 후 철강보다는 비철강 부문 투자가 눈에 띈다. 동국홀딩스는 지난해 자회사 동국인베스트먼트를 설립했다. 동국인베스트먼트는 올해 3월 ‘동국 미래성장 벤처펀드 1호’를 조성했다. 총 675억 원 규모다. 동국인베스트먼트는 펀드를 통해 반도체, 디스플레이, 2차전지, 바이오, 미래 모빌리티 핵심소재, 에너지 신사업 등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동국제강그룹의 신사업을 염두에 둔 행보로 보인다. 배창호 동국인베스트먼트 대표는 펀드 조성 당시 “동국인베스트먼트는 동국제강그룹이 미래 신수종 사업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투자 인프라’의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며 “동국제강그룹과 투자기업의 협력을 통해 동반성장 모델을 만들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동국제강그룹은 현재 철강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다. 동국제강그룹 계열사 인터지스가 운송 사업을 영위하고 있지만 동국제강에 비하면 그 비중이 크지 않다. 더구나 인터지스는 동국제강의 철강 원재료 등을 해상 운송하고 있어 동국제강에 의존도가 높다. 다르게 말하면 철강업이 불황에 빠질 경우 동국제강그룹에 이를 대체할 만한 수익원이 부족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동국제강그룹의 신사업 추진은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신사업이 궤도에 오르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되고, 성공 여부도 장담할 수 없다. 그러는 사이 동국제강의 수익이 악화되면 동국제강그룹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신사업 투자도 중요하지만 기존 철강 사업 관리도 중요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동국제강도 포스코처럼 미국 현지 공장 설립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기한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상황을 신중하게 보고 있다”며 “아직까지 특별한 투자 계획은 없다”라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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