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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O·IEO·STO…암호화폐 불법 수신 기승에도 '노터치'?

법무부·기획재정부·검찰청·국세청·금융위원회 등 기관 책임 떠넘기기 와중 피해자 양산

2019.05.03(Fri) 16:09:03

[비즈한국] “STO 아시죠? 단지 코인(암호화폐)을 사는 게 아니라 우리 회사를 사는 겁니다. 여러분은 부자 될 겁니다.” 지난 3월 말 서울 역삼동 강연장에서 열린 투자설명회. 자신을 한·일 합작 화학업체의 이사라고 소개한 연사가 200여 명의 투자자들을 상대로 열강을 펼쳤다. 

 

이 회사는 STO(Security Token Offerings·증권형토큰발행)를 통해 투자금을 모을 계획이며, 원금과 함께 배당금을 지급하겠다며 투자자들을 유혹했다. 그러나 이 회사는 아직 한국에 법인이 없을 뿐만 아니라, 제시한 기술도 국제학회에서 검증되지 않은 상태. 더구나 증권상품을 공모로 판매하려면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 STO는 불법 소지가 짙다는 뜻이다.

 

최근 암호화폐를 통한 불법적 자금 모집이 다시 성행하고 있다. 2018년 1월 27일 서울역광장에서 암호화폐 채굴사기 사건의 피해자들이 채굴기 위탁업체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최준필 기자


최근 암호화폐(가상화폐)를 통한 불법적 자금 모집이 다시 성행하고 있다. 정부의 암호화폐 규제가 주춤한 사이,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시세의 바닥론이 고개를 들고 있어서다. ICO(initial coin offering·가상화폐공개)를 대체하는 IEO(Initial Exchange Offering·거래소공개)·STO 등의 자금 모집 방법이 등장하면서 제대로 된 사업 모델도 없이 자금을 모집하려는 사람도 늘고 있다. 

 

지난 2일 수서경찰서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상 사기,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암호화폐 업체 ‘코인업’ 관계자 5명을 구속했다. 이들은 20원짜리 암호화폐가 10만 원까지 오를 것이라고 투자자들을 현혹해 투자금을 끌어모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밖에도 T 코인·G 코인·H 코인 등 ICO를 거친 수십 개 코인업체가 검찰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상장과 함께 자사 코인의 시세가 폭등할 것이라고 꼬드겨 투자자를 모집한 뒤 투자금 반환을 요구하는 투자자들의 요구를 묵살하고 있다. 일부 업체는 내부자들에게 발행가의 10분의 1 시세로 코인을 판매한 뒤 세력과 결탁해 시세조종을 한 뒤 차익을 실현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자산가들 사이에서는 자산을 암호화폐로 바꿔 해외로 빼돌리거나 불법 승계하는 사례도 포착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법무부와 기획재정부·검찰청·국세청·금융위원회 등 수많은 관계기관이 걸려 있지만, 이에 대한 규제 움직임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정부 관계자들은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 바쁘다.

 

국세청은 자신은 집행기관일 뿐 세제를 만드는 기획재정부가 주도해야 한다고, 기획재정부는 암호화폐의 법적 규정이 없다며 법무부로 공을 넘긴다. 법무부는 국회가 논의할 문제라며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세제 차원으로 보면 암호화폐는 소득과 법인·부동산·자산 등 모든 분야에 맞물려 있다. 

 

게임 아이템의 경우 우연적 요소보다 시간과 땀의 대가라고 법원은 자산으로 인정했지만, 암호화폐에 대한 법적 규정은 없는 상태다. 국회에서는 블록체인을 활용한 디지털 콘텐트와 온라인 머니, 포인트, 게임 아이템 등 경제적 가치가 있는 것들을 ‘디지털 자산’으로 규정하는 법안을 마련 중이지만 국회 공전으로 논의가 진척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암호화폐를 이용한 사기가 기승을 부리는 등 블록체인은 무법천지가 되고 있다. 검찰·경찰만이 불법 행위에 대한 수사를 벌이지만, 법적 규정이 없어 진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접수된 신고를 수사하거나 거액의 사기만 차단하는 수준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암호화폐 전반에 대한 방치가 사기 등 범죄행위로 이어지고 있다”며 “명확한 규정이 없어 여러 위법적 행위를 묵인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서광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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