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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급 중증장애인 활동보조사, 부모가 하면 왜 안 되나

개정안 국회 계류 중 청와대 청원까지 올라…부정수급 우려에 장애인 단체마저 신중론

2019.05.31(Fri) 15:50:58

[비즈한국] A 씨에게는 중학교 1학년 아들이 있다. 안타깝게도 아들은 자폐 1급 판정을 받은 중증장애인이다.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며 아이의 치료비를 마련하는 A 씨에게 ‘장애인 활동지원 제도’는 무용지물로 느껴진다. 활동보조사를 구하기 쉽지 않을뿐더러, 어렵게 구하더라도 아이 옆을 늘 지킬 수밖에 없어서다. 활동보조사들이 중증장애인을 돌보기 꺼리고, 아이가 낯선 사람을 무서워하기 때문이다.

 

혼자서 발달장애 아들을 키우는 B 씨도 같은 고민이다. B 씨는 “활동보조사가 있어도 직계가족인 보호자가 없으면 안 되는 일이 상당히 많다. 특히 활동보조사들이 담당하는 장애인을 알아가기까지 기간이 오래 걸린다”며 “중증 발달장애인을 둔 가족은 모든 일을 내던지고 장애인 자녀를 돌봐야 한다. 중증장애인을 자세히 알 수 있는 것은 아빠와 엄마뿐이다. 직계가족이 직접 자녀를 돌볼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토로했다.

 

중증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들 사이에서 직계가족도 활동보조사를 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가 거세다. 본인의 자녀를 돌보고 그에 따른 활동비를 받게 해달라는 주장이다. 이 내용을 담은 청원은 31일 15시 기준 1만 400명을 돌파했다. 그러나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는 물론 장애인 단체들끼리도 찬반이 엇갈린다.

 

중증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들 사이에서 직계가족도 활동보조사를 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가 거세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임준선 기자


2011년부터 시행된 장애인 활동지원 제도는 신체적·정신적 이유로 일상생활이 힘든 장애인에게 자립 생활을 지원하고, 장애인 가족의 부담을 줄이자는 취지로 도입됐다. 만 6세 이상부터 만 65세 미만의 1~3급 장애인이 제도 신청 대상이다. 활동보조사는 장애인의 신체, 가사활동 등을 보조하는데, 활동비로 시간당 1만 2960원을 받는다. 활동보조사가 밤 10시~새벽 6시 사이에 서비스를 제공했다면 야간 요율을 적용해 시간당 1만 9440원이 지원된다.

 

이 제도는 활동지원사가 배우자, 직계혈족, 형제·자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게 한다. 그러나 예외는 있다. 섬, 외딴곳 등 보건복지부 장관이 정하는 활동지원기관이 부족한 지역에 살거나 서비스 대상자가 감염병에 걸린 경우다. 다만 이때는 활동보조사에게 지급되는 활동비 액수가 절반으로 깎인다.

 

일부 장애인 가족들은 해당 제도가 현실과 괴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앞선 사례에서도 언급됐지만 활동보조사를 구하기 쉽지 않고, 또 활동보조사를 어렵게 구한다고 하더라도 결국 가족이 돌볼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중증장애인의 경우 가족이 아니면 돌보기 까다로워 활동보조사들이 중도에 그만두는 경우도 많다는 전언이다. 다니던 직장까지 그만두며 장애인 자녀에게만 매진하는 부모들은 ‘활동보조사를 구하기 어려운 경우만이라도 직계가족이 활동보조사로 활동하게 해 달라’고 호소한다. 

 

# 부정수급 우려 장애인 단체조차 신중론…관련 법안은 계류 중

 

이들 부모의 요구가 제도에 반영될 가능성은 현재로선 높지 않다. 우선 장애인 서비스 업무를 담당하는 보건복지부가 회의적이다. 복지부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부정수급 문제다. 아이를 방치하고 활동비만 가로챌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장애인 가족의 돌봄 부담을 덜어준다는 제도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심지어 장애인 단체 사이에서도 찬반이 엇갈린다. 지난해 11월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회의에서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와 한국척수장애인협회, 한국지체장애인협회 등은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가족에 의한 활동지원급여 제공 전면 허용은 중증장애인의 자립생활 지원이라는 제도의 취지를 왜곡하고 중증장애인의 권리를 후퇴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발의된 ‘장애인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은 국회에 계류 중이다. 법안에는 가족에 의한 활동지원급여 수행을 전면 허용하거나, 중증장애나 정신·발달장애, 여성 등 활동보조사를 구하기 어려운 경우에도 가족이 활동보조사로 활동할 수 있도록 허용하자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열린 제364회 국회(정기회) 제11차 법안심사소위에서, 이 법안들은 결국 ‘보류’됐다. 당시 회의에 참석한 권덕철 전 복지부 차관은 “현재 장애인 활동지원인력의 휴게시간에 대해 가족에 의한 활동지원급여를 제공하는 시범사업을 운영 중에 있다”며 “향후에 그 결과를 보고 (활동지원급여) 대상과 범위를 제한적으로 할 것인지 추진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장애인 가족들의 부담을 줄이겠다는 정부의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제도의 세부적인 내용을 다듬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3월 광화문 광장에서 전국발달장애부모연대 회원들이 발달장애아 지원대책을 호소하는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이종현 기자


# “활동보조사 구하기 힘들 경우 일부 허용돼야” 반론

 

전문가들은 장애인 가족들의 부담을 줄이겠다는 정부의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제도의 세부적인 내용을 다듬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애인 활동지원 제도의 개정이 더뎌지면서 장애인 가족들의 고충만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범중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사회복지나 사회보장제도의 틀은 나쁘지 않다. 그러나 세부적으로 부실한 부분이 있다”며 “물론 ‘도덕적 해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가족들끼리다 보니 서비스를 제공하지도 않고 했다고 얘기할 수 있다. 그러나 발생하더라도 100% 중 5% 정도에 불과할 것으로 본다. 여러 가지 장치를 의논해가며 소수의 부정수급 사례를 어떻게 없앨지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독일에서는 가족이 장애인을 직접 돌볼 수 있도록 하고 거기에 맞게 급여를 지급한다. 또 취업활동을 해야 하는 시기에 가족을 돌봤다면 연금가입자로도 인정해준다”며 “현실을 고려해 (활동보조사를 구하기 힘든) 장애인 가족들이 활동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고, 활동비를 조금 적게 지급하는 게 타협점이 될 수 있다”말했다.

 

장기적으로 장애인 가족들의 부담을 줄여나가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돌봄 인력을 늘릴 수 있도록 정부가 활동보조사 교육기관을 늘리고 활동보조사에 대한 처우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정재훈 교수는 “단기적으로는 중증장애인의 가족이 활동보조사로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사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장애인 가족도 그들의 일상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활동보조사는 힘든 일을 하면서도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현상을 개선하고 정부에서 어떻게 하면 활동보조사를 늘릴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명선 기자 line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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