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국내 첫 소액단기전문 보험사이자 펫 보험 전문 보험사가 출범을 앞두고 있다. ‘반려동물만 생각하는 보험’을 슬로건으로 내건 업체 ‘마이브라운’은 최근 금융위원회로부터 소액단기전문 보험업 본허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지난 정부가 펫 보험 시장 활성화를 추진했지만 실패한 가운데, 전문 보험사 출범이 시장을 키울지 주목된다.

마이브라운은 2024년 3월 설립된 신생 회사다. 2024년 9월 금융위로부터 동물 보험 특화 소액단기전문 보험사로 예비인가를 받았다. 이후 인적·물적 시설 요건 등 세부 기준을 충족하면서 6월 11일 보험업 본허가를 받는 데 성공했다. 오는 7월 중 정식 론칭을 앞두고 있다.
마이브라운의 본허가 취득 소식은 시장의 화제가 됐다. 먼저 소액단기전문 보험업 제도를 도입한 이래 본허가까지 획득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다. 마이브라운은 “현재 국내에서 소액단기전문보험업으로 예비허가 및 본허가를 받은 곳은 마이브라운이 최초”라고 강조했다.
소액단기전문보험은 가입 기간 1년, 최대 보험금 5000만 원에 그치는 상품으로 일명 ‘미니보험’으로 불린다. 동물 보험, 레저·여행 보험, 날씨 보험 등 맞춤형 보험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금융당국이 2021년 6월 보험업법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진입의 길이 열렸다. 당시 정부는 국내 반려동물 수가 약 860만 마리(가구 기준 640만)에 달하지만 가입 동물은 0.25%(약 2만 건)에 불과한 현실을 지적하며 펫 보험사 육성에 나섰다.
기존 보험업법에선 신규 종합보험사를 설립하는 경우 자본금은 50억~300억 원이 필요했지만, 소액단기전문보험사는 자본금 20억 원으로 출범할 수 있다. 취급 종목은 생명, 손해(책임·비용·동물·도난·날씨·유리), 제3 보험(질병·상해) 등 대부분 허용된다. 다만 장기 보장(연금·간병), 고자본(원자력·자동차 등) 필요 종목은 취급할 수 없고, 생명-손해보험 겸업은 불가능하다.
마이브라운의 출범은 대형 보험사의 지분 투자가 성과를 내는 사례라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마이브라운은 2024년 삼성화재, 삼성생명 등으로부터 130억 원대 투자를 받아 설립한 회사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삼성화재는 마이브라운에 약 13억 원을 출자해 지분 9.91%를 보유했고, 삼성생명은 9억 원을 출자해 지분 6.81%를 가진 것으로 명시됐다.
삼성화재는 “마이브라운과 자사는 별개의 회사”라며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지만, 마이브라운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마이브라운의 상표는 삼성화재가 출원해 보유하고 있으며, 이용환 마이브라운 대표와 이성철 감사는 삼성화재 출신이다.
게다가 삼성화재는 꾸준히 반려동물 관련 상표를 출원하며 사업 확장의 의지를 보여 왔다. 삼성화재는 2024년 3월 애완동물 보험업 등의 상품 분류로 출원한 ‘우다다’에 이어 5월에는 동물훈련업, 동물용 백신, 애완동물 돌보기업 등이 포함된 ‘오모오모 프렌즈’를 출원했다.
삼성화재는 2024년 11월에도 ‘테일플래닛(Tail Planet)’ 상표를 출원했다. 테일플래닛은 05류, 09류, 29류, 31류, 35류, 36류 등 광범위한 상품 분류로 등록됐다. 적용 업종을 보면 △의료용 동물사료 △반려동물 보험 판매 관련 소프트웨어 △건강보조식품 △동물 훈련업 △동물식별용 전자장치 △애완동물 보험업 △동물을 위한 위생 및 미용업 등 반려동물 산업 전반이 해당한다.

전문 보험사의 등장이 펫 보험 시장 활성화의 불씨가 될지도 주목된다. 주요 손보사 중심으로 상품은 있지만, 펫 보험 가입률은 여전히 1%대(2024년 상반기 기준 1.7%, 보험연구원)에 그치기 때문이다. 현재 펫 보험 시장을 이끄는 건 메리츠화재다. 메리츠화재는 2018년 국내 보험사 중 처음으로 반려동물을 위한 장기(3년 갱신) 실손의료비 보험인 ‘펫퍼민트’를 출시해 선두주자로 자리 잡았다. 그밖에 DB손해보험(펫블리, 라이펫), KB손해보험(금쪽같은 펫보험), 삼성화재(위풍댕댕), 현대해상(굿앤굿우리펫) 등도 펫 보험 상품을 내놨다.
윤석열 정부가 국정과제로 ‘펫 보험 활성화’를 내세웠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조기 퇴진을 맞은 것도 문제다. 다만 이재명 정부에서도 보험 활성화 기조는 이어질 전망이다. 아직 국정 과제는 나오지 않았으나, 이 대통령 후보 시절 발표한 중앙 공약집에 ‘반려동물 치료비 경감을 위한 표준수가제 도입 및 인프라 개선으로 보험 활성화’가 포함됐다.
마이브라운에 이은 후발주자의 등장 여부도 기대를 모은다. ‘파우치보험준비법인’은 메리츠화재에서 펫퍼민트 개발을 맡았던 이들이 설립한 회사다. 펫 전문 보험사를 표방하며 올해 첫 상품을 출시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인슈어테크 회사 ‘스몰티켓’은 2019년 ‘건강 증진형 펫 보험 리워드 서비스’로 금융 샌드박스에 지정된 회사로, 펫 전문 보험사 후보로 꼽혔다. 스몰티켓은 2023년 2월 교보생명의 자회사인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으로부터 투자를 받았다. 다만 이들 모두 예비인가 신청 소식조차 들리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펫 전문 보험사로서 첫 사례가 될 마이브라운이 시장에 무사히 안착할지 주목된다. 마이브라운은 동물병원 전자 의료기록(EMR) 기반의 보험상품과 자동심사 프로세스를 개발하고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혁신적인 청구 프로세스를 도입해 기존 펫 보험 시장의 불편을 해소하겠다”라며 “반려인이 느끼는 펫 보험 가입의 진입 장벽을 낮춘 차별적인 상품을 선보일 것”이라고 전했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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