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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날릴까 말까 날릴까 말까'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

계속된 연기 끝에 2021년 발사 예정…JWST는 예정대로 우주에 오를 수 있을까

2020.01.06(Mon) 10:57:32

[비즈한국] 또 찾아온 새해를 맞이하며 작년 1월 1일 계획에서 얼마나 목표를 이루었는지를 점검하며 뿌듯하고 또 아쉬웠을 것이다. 다이어트 성공이라는 꿈, 올해는 꼭 졸업 또는 이직을 하겠다는 꿈, 애인을 만들겠다는 꿈…. 처음 계획을 세울 때 품었던 자신감에 비해 초라해진, 연기된 계획표를 접하게 되면 힘이 빠지기도 하고, 어쩌면 결국 그 꿈을 이루지 못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두려워지기도 한다. 

 

천문학자들도 그렇다. 특히 현실적인 위험과 불확실성이 가득한 우주 개발 현장에서는 발사나 탐사 일정이 당초 계획보다 훨씬 뒤로 미뤄지는 경우가 흔하다. 하지만 완성까지 해놓고도 창고에 갇힌 채 매년 발사가 미뤄진다면, 참 힘 빠지는 일일 것이다. 2019년에도 발사되지 못한 채 2020년에도 여전히 창고 안에 있는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 JWST(James Webb Space Telescope)은 천문학자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NASA 고다드 우주센터에서 점검 중인 우주망원경 JWST. 18조각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노란 주경이 커다란 해바라기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2020년 한 해, 천문학자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과연 JWST가 무사히 우주로 갈 수 있을지다. 사진=NASA/Desiree Stover

 

#‘선배’ 허블 우주망원경도 만만치 않았다 

 

현재 지구 주변을 떠돌며 활발하게 관측하는 최초의 우주망원경, 허블 우주망원경도 실은 우주로 가는 길이 참 험난했다. 원래 허블 우주망원경은 1983년 발사를 목표로 제작되었다. 하지만 불행히도 예상보다 제작 공정에 시간이 더 많이 필요했다. 게다가 1986년 우주왕복선 챌린저의 폭발 사고가 일어나면서 한동안 우주왕복선의 활동 자체가 중지되었다. 우주왕복선에 실려 우주로 올라갈 예정이던 허블 우주망원경 역시 발목이 잡혔다. 

 

여러 우여곡절 끝에 원래 계획보다 7년이나 늦어진 1990년이 되어서야 허블 우주망원경은 우주왕복선을 타고 지구 궤도에 무사히 올랐다. 하지만 발사 성공을 기념하며 터트린 샴페인 방울이 채 마르기도 전에, 천문학자들은 또 다른 난관에 부딪혔다.

 

허블 우주망원경이 우주로 올라간 지 일주일이 지나 처음 전송된 허블 우주망원경의 이미지는 너무나 엉망이었다. 지구 대기권의 방해를 받는 지상 망원경보다 훨씬 좋은 이미지를 찍기 위해 기껏 우주로 망원경을 올려보냈건만. 

 

왼쪽이 허블 우주망원경이 1993년 11월 27일 촬영한 은하 M100. 천문학자들은 뒤늦게 망원경이 잘못 제작되었다는 것을 확인하고, STS-61 원정대가 우주왕복선을 타고 가서 수리했다. 첫 수리가 끝난 직후 1993년 12월 31일 새롭게 촬영한 은하의 모습(오른쪽)은 좀 더 깔끔해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덕분에 허블 우주망원경은 수백만 광년 거리에 떨어진 30만 광년의 작은 형체도 또렷하게 구분해 볼 수 있는 능력을 되찾았다. 사진=NASA

 

엔지니어들은 애초 망원경의 거울이 잘못된 모양으로 연마되는 바람에, 상의 초점이 어긋났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허블 우주망원경 속에 탑재된 광학 기기의 거울이 원래 계획보다 약 2000나노미터 더 편평하게 연마되었던 것. 이 미세한 차이로 지상 망원경을 뛰어넘는 우주 망원경의 시대를 열고자 했던 천문학자들의 바람은 순식간에 무너지는 듯했다. 

 

하지만 다행히 허블 우주망원경은 지구 주변을 돌고 있는 일종의 인공위성이다. 애초에 우주왕복선으로 궤도에 올렸던 것처럼 다시 우주왕복선을 타고 우주인들이 직접 허블 우주망원경에 접근해 수리해볼 만한 거리에 있었다. 그래서 천문학자들은 잘못 제작된 허블의 광학기기를 보정하는 보정 렌즈 장치들을 우주로 보냈다. 우주망원경의 잘못된 시력을 보정하기 위해 벌어진, 사상 최초로 우주에서 집도된 최대 규모의 렌즈 삽입 시술이었다. 우주로 올라간 엔지니어들은 다행히 성공적으로 이 시술을 끝냈고, 새로 눈을 뜬 허블 우주망원경은 이전까지 보지 못했던 아주 세밀하고 아름다운 우주의 모습을 지금까지도 꾸준하게 보내고 있다. 

 

영화 ‘그래비티’에서 주인공들은 허블 우주망원경을 수리하기 위해 우주왕복선을 타고 우주로 올라간다는 설정이다. 만약 영화에서처럼 허블 우주망원경이 박살 난다면, 지구에 남아 있는 천문학자들은 모두 패닉에 빠졌을 것이다.

 

예정되었던 허블 우주망원경이 은퇴가 가까워지면서, 천문학자들은 허블의 뒤를 이어 더 먼 초기 우주를 보여줄 수 있는 후발주자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1996년부터 JWST의 본격적인 개발과 논의가 시작되었다. 당시 JWST는 2007년 발사를 목표로 했다. 하지만 원래 계획보다 무려 13년이나 연기되었다. 

 

사실 JWST의 망원경 제작 자체는 모두 끝났다. 2018년에도, 2019년에도 “올해는 꼭 발사할 것이다”라는 변경된 발사 계획만 발표될 뿐, JWST 완성품은 여전히 실험실 창고에서 테스트를 받으며 로켓에 실리지 못하고 있다. 가끔 시니컬한 천문학자들은 JWST가 결국 우주로 올라가지 못한 채 바로 박물관 전시물이 될 것이라는 슬픈 농담을 한다.  

 

허블 우주망원경이 1990년 4월 24일 성공적으로 발사되어 우주에서 분리되던 순간. 영상=NASA

 

현재 JWST의 발사 예정일은 다시 2021년 3월로 미뤄졌다. 대체 왜 JWST의 발사는 계속 미뤄지고 있는 것일까? 

 

#지구에서 가장 완벽한 거울, JWST의 주경 

 

우선 JWST는 허블 우주망원경보다 더 먼 초기 우주의 희미한 빛을 보기 위해 훨씬 거대한 면적 25제곱미터의 거울을 사용한다. 이는 약 4.5제곱미터에 달하는 허블 우주망원경의 거울 면적의 거의 5배에 달하는 엄청난 크기다. 덕분에 JWST는 허블이 보는 것보다 거의 25배 더 어둡고, 5배 더 먼 거리에 떨어진 천체까지도 선명하게 볼 수 있다. 

 

단일거울로 이런 거대한 거울을 만들기는 아주 어렵다. 그래서 18조각의 육각형 모양 작은 조각거울을 벌집 모양으로 모아 붙여서 큰 거울을 만든다. 육각형 모양의 조각거울들은 얇은 금을 코팅한 베릴륨 거울로, 이 조각거울들이 모여서 전체 지름 6.5m짜리의 큰 거울을 완성한다.

 

조각거울 18개가 모여서 JWST의 거대한 거울이 완성된 모습. 사진=NASA/Northrop Grumman/Ball/L3

 

지금까지 이렇게 거대한 크기의 탑재체를 로켓에 실어서 우주로 날린 적은 없다. 사실 현존하는 그 어떤 로켓도 6m가 넘는 큰 거울을 다 우겨넣을 공간이 없다. 그래서 엔지니어들은 종이접기 하듯이 이 거대한 거울을 접어서 로켓에 싣고, 우주에 날아가서 다시 접었던 거울을 펼치는 방식을 고안했다. 먼 바다로 떠난 배가 돛을 펼치듯, 로켓에서 분리된 JWST의 접혀 있던 거울이 스스로 펼쳐지면서 정확하게 광학장비와 정렬을 맞추어야 한다. 

 

주경에 반사된 빛은 다시 삼각 지지대 끝에 설치된 부경에 반사되어 최종 검출기에 모이도록 되어 있다. 영상은 부경이 설치되는 지지대를 접었다가 펼치는 과정을 시험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이 모든 과정이 우주 공간에서 자동으로 잘 작동해야 망원경은 빛을 초점에 잘 모을 수 있다. 영상=NASA, Mike McClare

 

하지만 JWST는 수십억 광년 거리의 먼 곳에서 날아오는 빛줄기를 모아서, 정확하게 검출기의 초점에 조준해주어야 한다. 그래서 18개의 조각거울은 수나노미터 수준의 아주 미세한 오차로 수시로 조정되면서, 정확하게 광축과 초점을 맞추도록 되어 있다. 

 

물론 이와 비슷하게 작은 조각거울들이 모여서 큰 거울의 역할을 하는 거대 지상 망원경에서, 각각의 조각거울을 조정하면서 초점을 맞추는 능동 광학(active optics) 기술은 널리 쓰이고 있다. 하지만 다양한 거대 장비를 편평한 땅 위에 건설할 수 있는 지상 망원경과 달리, 최대한 짐을 줄여서 가볍게 우주로 보내야 하는 우주 망원경으로는 시도해본 적이 없다. 

  

JWST의 주경을 구성하는 각 조각거울이 미세하게 움직여서 최종 광축과 초점을 정렬한다. 영상=NASA’s Goddard Space Flight Center

 

게다가 거울의 특성상, 이렇게 크기가 커지면 커질수록 그 무게도 급격히 무거워진다. 만약 허블 우주망원경의 거울과 동일한 소재로 JWST의 거울을 만들 경우, 그 무게는 10배 이상으로 무거워진다. 이런 육중한 탑재체를 우주로 보내기 위해서는 그만큼 더 강력한 로켓과 막대한 양의 연료가 필요하다.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JWST의 베릴륨 거울을 연마하는 과정. 영상의 약 35초부터 본격적으로 거울을 연마하는 장면이 나온다. 영상=NASA/Northrop Grumman/Ball/L3

 

실제로 거대한 지상 망원경들도 거울 자체의 중량 때문에 거울 면이 찌그러지거나 기울어지면서 왜곡되는 문제들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그래서 엔지니어들은 가급적 거울의 중량을 줄이기 위해 아주 가벼운 소재인 베릴륨으로 거울을 만든다. 덕분에 각각의 조각거울은 20kg 정도의 가벼운 중량으로 제작되었다. 하지만 베릴륨 소재는 강도가 강하기 때문에 유리 거울에 비해 매끈하게 연마하는 것도 아주 까다롭다.

 

그래서 베릴륨으로 만든 거울을 다시 반사율이 좋은 얇은 금으로 코팅해서 반사율을 훨씬 높이는 기술을 활용했다. 거대한 진공 챔버 안에 베릴륨 거울을 넣고, 챔버 안에 기체 금 증기를 채워넣었다. 챔버 안에 퍼져 있던 금 증기가 베릴륨 거울에 달라붙으면서, 거의 금 원자 한층 높이의 아주 얇은 금막이 거울에 코팅되었다. 그 결과 JWST의 거대한 거울은 총 3그램의 아주 적은 양의 금들이 넓고 얇게 코팅되어, 지구상에서 가장 크고 가장 매끈한 가장 완벽한 거울이 되었다.[1][2]

 

금으로 코팅된 JWST의 조각거울들을 모아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고 있다. 조립된 거울이 기립한 후 거울 앞에 모여 엔지니어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귀여운 모습이 담겨 있다. 영상=NASA/Mike McClare

 

#더 나은 관측 위한 기술이 되레 발목을 잡아 

 

우주 망원경은 지구의 대기 난류로 인해 시상이 나빠지는 지상 망원경의 문제에서 자유로운 점 외에 또 다른 중요한 장점이 있다. 바로 지구 대기권에 의해 흡수되거나 차단되는 다양한 파장의 빛을 대기권 바깥에서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지구 대기권은 눈으로 볼 수 있는 가시광선과 파장이 아주 긴 전파를 제외한 적외선, 자외선, 감마선 등 다른 대부분의 빛을 흡수하거나 차단한다. 그래서 지상에서는 가시광선과 전파로만 우주를 볼 수 있다. 지상 망원경만으로는 우주가 방출하는 빛의 아주 일부만 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우주망원경들이 우주에 올라 지상에서는 볼 수 없는 다양한 파장의 빛을 관측한다. 

 

하지만 역사상 첫 우주망원경으로 우주로 올라간 허블 우주망원경은 첫 도전이었던 만큼, 대부분 가시광선의 영역에서 관측을 한다. 약간의 자외선 영역도 함께 관측하는 덕분에 그나마 우주망원경으로서의 체면을 좀 더 차릴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새롭게 올라갈 JWST는 허블 우주망원경과 달리, 아주 넓은 영역의 적외선 영역의 빛을 관측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JWST의 거울을 하나하나 세밀하게 검수하는 모습. 사진=NASA/Northrop Grumman/Ball/L3

 

적외선은 온도, 열이 있는 모든 물체에서 방출되어 나온다. 밤에도 사람의 체온이나 물체의 온도를 감지해 모습을 볼 수 있게 해주는 열영상 감지 카메라가 바로 이 적외선을 감지하는 원리다. 마찬가지로 JWST도 먼 우주에서 차갑게 식은 별 먼지나 먼 외계행성의 미지근한 온도에서 방출되어 나오는 적외선 빛을 감지하기 위해 우주로 올라간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우주망원경 몸체에서도 기계가 작동하느라 열이 방출된다. 컴퓨터도 오래 사용하면 발열이 심해지는 것과 같다. 게다가 JWST는 관측 가능한 우주의 거의 끝자락에서 날아오는 아주 희미한 빛을 감지하기 위해 제작된, 아주 민감한 검출기로 빛을 모으기 때문에 몸체 자체에서 나오는 미열도 관측 데이터에 치명적인 흔적을 남길 수 있다. JWST는 달에 있는 작은 꿀벌의 온도까지 감지할 수 있는 매우 민감한 검출 능력을 갖고 있다. 그래서 온전히 우리가 관측하고자 하는 먼 천체의 적외선만 감지하기 위해서는 망원경 몸체를 거의 절대 영도에 가깝게 냉각해야 한다. 

 

총 다섯 겹으로 이루어진 태양 가림막의 모습. 두께도 아주 얇기 때문에 테스트를 할 때도 조심해야 한다. 사진=NASA/Northrop Grumman/Ball/L3

 

특히 태양계에서 가장 뜨거운 열원인 태양 빛의 방해를 벗어나야 한다. 그래서 엔지니어들은 JWST에 태양 빛을 차단할 수 있는 아주 거대한 태양 가림막을 만들었다. 각각 사람 머리카락 두께만 한 아주 얇은 막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가림막이 총 다섯 겹 겹쳐져 만들어졌다. JWST가 궤도에 올라가면, 이 거대한 태양 가림막이 태양 쪽으로 돌아 자리하게 되고 자세를 잡는다. 궤도를 도는 내내 가림막으로 태양빛을 차단한 채, 그 반대쪽에 있는 거대한 거울과 검출기로 관측을 지속한다. 

 

2014년 JWST의 거대한 태양 가림막, 선실드(Sun sheid)가 자동으로 펼쳐지는 과정을 테스트하고 있는 모습. 태양 가림막의 크기가 아주 큰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영상=NASA/Northrop Grumman/Ball/L3

 

또 가능한 낮은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JWST의 몸체 곳곳으로 아주 차가운 액화 헬륨 냉매가 돌아다니게 된다. 마치 냉장고 속 파이프를 따라 냉매가 돌아다니면서 차가운 온도를 유지하는 것과 같다. 하지만 거실 냉장고에서도 냉매를 돌리는 장비에서 계속 강한 진동이 발생하는 것처럼, JWST의 냉각 장치에서도 무시하기 어려운 진동이 발생한다. 이러한 미세한 진동은 특히 우주 공간에서 정밀하게 자세를 제어해야 하는 망원경에게는 아주 치명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오직 JWST만을 위한, 초저진동 냉매 펌프 기술이 개발되었다. 

 

이런 태양 가림막과 냉매 덕분에, JWST가 활동하게 될 우주 궤도의 온도는 거의 100도 정도로 뜨겁지만 JWST의 거울과 검출기는 거의 영하 220도 정도의 절대영도에 아주 가까운 낮은 온도를 유지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워낙 까다로운 기술인 탓에 아이러니하게도 JWST가 우주로 떠나지 못하게 발목을 잡는 주요 원인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태양 가림막이 자동으로 펼쳐지는 것을 테스트하는 실험 중에, 가림막을 펼치는 장비의 속도가 어긋나면서 가림막 한 장이 찢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엔지니어들은 다시 처음부터 가림막을 제작하고 우주망원경에 설치하는 일을 반복해야 했다. 

 

JWST의 조각거울들과 부경, 그리고 태양 가림막이 작동하는 과정을 담은 애니메이션 영상. 이 모든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돼야 JWST가 제대로 된 관측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영상=NASA/Northrop Grumman

 

#고장 나면 고칠 수도 없는 최악의 도박  

 

천문학자와 엔지니어들이 가슴 졸이면서 매년 JWST의 발사를 미루는 가장 큰 이유는 JWST가 너무나 먼 곳으로 날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JWST에 앞서, 우주망원경 시대를 열어준 허블 우주망원경은 그나마 지구 주변 가까운 궤도를 돈다. 그래서 허블 우주망원경을 발사하고 난 뒤에야 광학 장비가 애초에 잘못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았지만, 우주인들이 우주왕복선을 타고 올라가서 망원경을 수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JWST의 경우는 이야기가 전혀 다르다. 현재 계획한 JWST의 궤도는 달 너머 아주 먼 곳에 있는 우주 공간에 망원경이 맴돌 수 있게 되는 라그랑주 다섯 번째 지점이다. 이 지점은 지구와 달, 그리고 태양의 중력이 서로 딱 균형을 이루어, 망원경이 우주 공간의 허공 주변을 계속 맴돌 수 있게 되는 아주 오묘한 지점이다. 열에 아주 민감한 적외선 관측을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지구와 달, 태양 등 가까운 열원에서 가능한 멀리 떨어져야 한다.[3] 

 

JWST가 가게 될 라그랑주 포인트는 달보다 더 먼 곳이다. JWST는 지구와 달, 태양의 중력으로 만들어진 이 오묘한 균형점을 중심으로 허공 주변을 맴돌며 궤도를 유지하게 된다. 영상=NASA/Northrop Grumman

 

예정된 일정에 따르면 JWST는 지구에서 발사된 후 약 보름을 날아간 끝에 최종 관측 지점에 도착한다. 그런데 이렇게 달보다 더 먼 거리로 날아가게 되면, JWST는 허블 우주망원경과는 달리 망원경 수리를 위한 원정대를 보낼 수 없게 된다. 만약 허블 우주망원경에서 벌어졌던 흑역사처럼, 발사까지 다 하고 나서야 뒤늦게 설계 또는 제작상의 문제가 발견된다면 이번에는 고치러 갈 수 없다. 막대한 예산으로 모든 천문학자의 꿈을 가득 싣고 날아간 JWST는 그대로 우주 쓰레기가 되어버릴 뿐이다. 

 

그래서 더더욱 신중할 수밖에 없다. 단 한 번의 실수도 용납되어서는 안 되는 엄청난 도박이기도 하다. 실제로 JWST는 그간 우주로 발사되는 많은 인공위성들이 거쳐야 하는 다양한 발사 전 기본 테스트를 진행했다. 발사 과정에서 로켓에 발생하는 강한 진동을 JWST가 온전히 버티지 못하는 등 문제가드러나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 적이 많다. 그렇게 테스트를 거치고 문제를 발견하기를 반복한 끝에, 발사 일정은 현재 2021년으로 미뤄졌다.[4] 

 

2017년 11월 18일 NASA 존슨 우주센터의 진공 챔버 안에 들어가서 극저온 테스트를 마친 직후의 JWST. 우주 환경에서 마주하게 될 극저온의 상황에서 망원경의 전자 장비들이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테스트했다. 사진=NASA/Chris Gunn

 

1990년 허블 우주망원경의 성공적인 발사 덕분에 인류는 완전히 새로운 우주를 만날 수 있었다. 이전까지 볼 수 없었던 우주 끝자락의 수많은 은하들을 목격했고, 빅뱅 직후 초기 우주의 모습을 상세히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다. 지상 망원경으로는 아무리 보정하고 후처리를 해도 만들 수 없는, 대기권을 거치지 않은 선명한 영상을 얻었다. 

 

허블 우주망원경의 성공 이후, 자외선, 적외선, 엑스선 등 다양한 파장의 관측을 위한 우주망원경들이 줄 지어 우주로 올라갔다. 이제 인류는 눈으로 보는 가시광선 이외의 다양한 파장으로 우주를 관측하는 다중파장 관측의 시대를 한껏 즐기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런 우주망원경들 역시 수명이 정해진 기계들이다. 결국 시간이 지나 연료가 떨어지고 내구성이 다하고 나면 관측을 더 이상 할 수 없다. 올해로 서른 살 생일을 맞게 될 허블 우주망원경도 처음 발사 당시 예정한 활동 기한을 훨씬 넘었다. 원래는 진즉에 태평양 한가운데 아무것도 없는 바다로 추락시켜서 폐기해야 했지만, 후발 주자인 JWST의 발사가 예상보다 너무 지체되는 바람에 반강제로 임기가 연장됐다. 

 

JWST(왼쪽)와 허블 우주망원경(HST, Hubble Space Telescope)을 비교한 그림. 사람과도 비교해볼 수 있다. JWST가 성공적으로 우주에 올라가 관측을 시작한다면, 가장 거대한 우주망원경이 된다. 이미지=NASA/ESA

 

하지만 허블 우주망원경도 이제 한계가 가까워지고 있다. 이미 여러 번 허블 우주망원경의 자세를 제어하는 자이로 휠 장치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많은 천문학자들은 허블 우주망원경이 올해를 넘기기 어려울 것이라는 안타까운 예측을 하고 있다. 결국 2020년에 더 이상 작동을 못하게 된 허블 우주망원경이 바다로 추락하고 JWST이 2021년에도 발사되지 못한다면, 인류는 한동안 제대로 된 우주망원경이 없는 초유의 시기를 버텨내야 할 것이다. 

 

재작년 JWST의 제작에 참여한 미국 노스롭 그루먼(Northrop Grumman)의 연구진이 우리 학교를 방문해 짧게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반복되는 발사 연기와 여러 테스트로 인해 연구진 역시 JWST의 정확한 발사 일정과 전망을 확신하지 못했다. 다들 불안하고 지친 모습이었지만, 단 한 번의 실수 없이 반드시 성공하고 말겠다는 장인 정신도 함께 느낄 수 있었다. 

 

과연 JWST는 빠른 시일 안에 허블 우주망원경의 빈자리를 채워줄 수 있을까? 아니면 우리는 당분간 지상 망원경에만 의지한 채 우주를 보는 시대로 돌아가게 될까? 부디 올해에는 JWST가 모든 테스트를 잘 버텨주기를 바랄 뿐이다. 

 

[1]https://www.sciencemag.org/news/2018/06/nasa-s-webb-telescope-delayed-2021

[2]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18-05567-2

[3] https://jwst.nasa.gov/content/status/index.html

[4] https://www.esa.int/Science_Exploration/Space_Science/New_launch_date_for_James_Webb_Space_Telescope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연세대학교 은하진화연구센터 및 근우주론연구실에서 은하들의 상호작용을 통한 진화를 연구하며,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하고 있다. ‘썸 타는 천문대’, ‘하루 종일 우주 생각’, ‘별, 빛의 과학’ 등의 책을 썼다.​​​​​​​​​​​​​​​​

지웅배 과학칼럼니스트

galaxy.wb.z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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