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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추경 11.7조 원, '눈먼 돈' 될 가능성은?

관광상품권·휴가비는 거짓 인증 가능성…임대료 지원은 건물주에 혜택

2020.03.06(Fri) 14:54:22

[비즈한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세계 경제가 타격을 입으면서 세계 각국이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추가 예산을 마련하고 있다. 미국 의회는 5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긴급 예산 요청에 따라 83억 달러(약 9조 8000억 원)규모의 긴급 예산법안을 통과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초 요청했던 25억 달러(약 3조 원)보다 3배 이상이 많은 액수였다.

 

한국과 함께 코로나19 발병자가 급증한 이탈리아도 5일 75억 유로(약 9조 9000억 원)을 긴급 투입하기로 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및 가계 지원 등을 위해 36억 유로(약 4조 8000억 원)의 추경을 편성할 예정이었으나 피해 규모 확대에 추경 규모를 2배 이상 늘렸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의 조속한 통과를 요청하는 시정연설을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우리 정부도 4일 국무회의에서 11조 7000억 원 규모의 ‘코로나19 파급영향 최소화와 조기극복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을 심의·의결했다. 현재 코로나19 상황 상 여야 모두 조기 추경안 통과에 이의를 제기하기 어려워 총선(4월 15일) 전에 통과시킬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자연재해나 전염병 발생 시 편성된 추경안의 국회 통과가 빨랐다는 점에서도 조기 통과는 확실한 상황이다.

 

이처럼 추경안 조기통과가 확실하지만 문제는 국회를 통과한 추경 예산을 제때, 제대로 사용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과거 자연재해나 전염병 발생 시 정부는 위기 극복용 추경을 투입했지만, 집행률을 보면 추경을 효과적으로 활용했는지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정부가 미집행한 예산이 추경 규모를 넘어서는 경우가 허다했던 탓이다. 

 

그동안 자연재해나 전염병으로 추경이 편성된 해는 2002년과 2003년, 2006년, 2015년 등 4차례다. 2002년에는 태풍 루사에 따른 피해 복구를 위해 4조 1000억 원, 2003년에는 태풍 매미 재해 복구용으로 3조 원의 추경이 마련됐다. 2006년에는 태풍 에위니아와 집중호우 피해 복구를 위해 2조 3000억 원, 2015년에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대응을 위한 11조 6000억 원의 추경이 편성됐다.

 

추경을 편성할 때를 보면 상당히 급박한 분위기였다. 2002년 당시 정부는 추경 전에 루사 응급 복구를 위해 예비비 1500억 원을 지출하고, 피해지역인 김해·합천·함안 3개 면을 특별재해지역으로 선포했다. 또 한국통신주식 매각 수입 등을 통해 추경 재원을 마련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였다.

 

하지만 실제 예산 집행을 보면 추경 편성이 무색하다. 2002년 정부 결산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추경을 포함해 2002년에 182조 7912억 원을 집행하겠다는 계획을 마련했다. 그러나 실제로 이 해 사용한 예산은 173조 481억 원으로 당초 집행 계획보다 9조 5431억 원 적었다. 추경보다 2배나 넘는 금액을 사용하지 않고 묵힌 셈이다.

 

2003년에는 정부는 합동조사단 현지 실사 결과 태풍 매미로 인한 인명피해가 131명(사망 119명, 실종 12명)이고, 재산 피해는 4조 2000억 원에 달한다며 신속한 지원을 위해 추경 편성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3조 원 규모의 추경이 마련됐고, 2003년 예산규모는 198조 원으로 확대됐다. 하지만 실제로 그해 집행된 예산은 188조 원으로 당초 정부가 내놓았던 계획보다 10조 원 적었다.

 

이런 상황은 2006년에도 반복됐다. 당시 정부는 태풍 에위니아 피해에 따른 복구에 3조 5000억 원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하면서 2조 3000억 원 규모의 추경을 마련했다. 수해 복구에 1조 7600억 원을 사용하고 향후 재해 대해 대비에 3000억 원을 배정했다. 추경 덕분에 206조 7000억 원이었던 2016년 예산은 209조 원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2006년 실제로 사용한 예산은 계획보다 4조 1000억 원 적은 205조 9000억 원이었다. 이처럼 예산이 남아돌았다는 것은 추경 예산을 다른 사업에 투입했을 가능성이 큼을 의미한다. 정부는 추경 예산이 구성되면 추경 예산부터 우선적으로 소모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추경 예산 자체가 의미 없이 소진되는 경우도 있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12조 원의 추경을 편성하면서 그 해 총 예산은 384조 7000억 원으로 늘었다. 그러나 사용한 예산은 372조 원으로 계획보다 12조 7000억 원이나 덜 썼다. 또 침체된 공연산업을 돕는다며 공연티켓 ‘1+1’ 사업에 300억 원을 투입했지만, 극단들이 불법적으로 보조금을 빼돌려 21명이 기소되는 일이 발생했다.

 

올해 코로나19 추경도 흐지부지 되거나 자칫 눈먼 돈이 될 예산들이 적지 않다. 지역축제·관광명소 방문·숙박 인증 시 6만 명에게 10만 원 국민 관광상품권을 지급하는 안이나 근로자 휴가비 매칭 지원 확대(9만→12만 명), 착한 임대인 자발적 임대료 인하 시 정부 절반 분담 등이 대표적으로 집행되지 않거나 눈먼 돈이 될 가능성이 높은 사업으로 지목된다.

 

방문·숙박 인증이나 휴가를 거짓으로 인증할 수 있고, 임대료 인하도 허위로 보고할 수 있는 탓이다. 또 임대료 인하는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건물주들에게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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