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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72초간 나타났다 사라진 '와우 시그널' 정체는?

궁수자리 지나던 혜성에서 비슷한 신호 포착…새로 관측된 별 66개도 중요 실마리

2020.12.07(Mon) 10:31:34

[비즈한국] 최근 미국 유타주 사막에서 3미터 높이의 삼각기둥 조형물이 발견되었다. 그 모습은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 등장하는 모노리스를 떠올리게 한다. 마침 지구가 한창 바이러스로 고통받고 있는 시국이라, 일부 사람들은 인류보다 더 발전한 어떤 고등 외계 문명이 우리 인류에게 일종의 경고 메시지 또는 구원의 손길을 건네기 위해 설치한 모노리스가 아닐까 하며 상상력을 펼쳤다. 대체 누가 언제 어디에서 왜 이런 조형물을 가져다 놓았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다.

 

유타주 사막에 서 있던 모노리스 조형물. 사막의 야생동물을 관리하던 공무원들이 헬기를 타고 주변을 확인하다가 우연히 발견했다. 사진=Patrick A. Mackie/위키미디어

 

그런데 이번 유타주 사막에 등장한 모노리스 못지않게 지금까지도 천문학자들 사이에서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인 미제 사건이 하나 있다. 1977년 갑자기 이상한 전파 신호가 쏟아진 뒤 사라진 ‘와우 시그널’이다. 그런데 최근 이 와우 시그널의 정체로 추정되는 새로운 천체가 제기되면서 수수께끼가 풀릴 수도 있다는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게 되었다. 과연 당시 지구로 쏟아진 와우 시그널은 정말 외계 문명이 지구에 보낸 외마디 신호였을까? 

 

1977년 지구로 순간 쏟아지고 사라진 와우 시그널은 과연 정말 외계인이 보낸 편지였을까? 그 정체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게 되었다!

 

#천문학자가 남긴 빨간펜 낙서 WOW! 

 

20세기 중반 거대한 전파 안테나를 활용해 지구 밖 우주의 신호를 탐사하는 전파 천문학의 시대가 시작되었다. 처음으로 전파 우주를 바라보기 시작한 당시 초창기 전파 천문학자들은 아마 어딘가 우리처럼 나름의 문명을 갖추고 살아가는 외계 존재가 있다면 그 외계 문명 역시 우리처럼 전파를 활용해 통신을 주고받을 것이라 추측했다. 그리고 그들의 신호를 엿듣는다면 외계 문명의 존재를 입증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런 풋풋한 기대 속에서 천문학자들은 외계 지적 생명체의 신호를 탐색하는 세티(SETI, search for Extra-Terrestrial Intelligence)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후 세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오하이오 웨슬리언대학교 부지 안에 아주 거대한 전파 천문대가 건설되었다. 103미터 곱하기 33미터 크기의 아주 커다란 직사각형 모양으로 철사가 엮여 있는 형태의 안테나, 빅 이어 천문대가 지어졌다. 말 그대로 빅 이어(Big Ear), 우주 사방에서 쏟아지는 신호를 듣는 거대한 귀가 되겠다는 포부로 안테나는 우주를 엿듣기 시작했다. 

 

거대한 직사각형 모양의 빅 이어 안테나. 아쉽게도 이 전파 천문대는 나중에 매각되어 해체되었고, 현재 이 자리에는 18홀 골프장이 지어졌다. 사진=seti institute


큰 귀 천문대가 지어지고 14년이 흐른 1977년 8월 15일, 아주 흥미로운 일이 벌어졌다. 갑자기 안테나로 아주 강렬한 전파 시그널이 포착되었다. 보통 1 또는 2 정도의 미미한 노이즈만 잡히던 안테나에 갑자기 9를 넘어 알파벳으로 표기해야 할 정도로 아주 강렬한 신호가 포착되고 곧바로 사라졌다. 누군가 멀리서 의도적으로 지구를 정조준해서 전파 신호를 쏘아 보낸 것처럼 수상한 신호였다. 천문학자들은 그토록 기다렸던 외계 문명이 보낸 신호일지 모른다는 기대를 품었다. 특히 세티 프로젝트가 시작되고 그리 오래 시간이 지나지 않은 만큼, 생각보다 빠르게 세티 프로젝트가 성과를 얻을 수도 있다는 희망을 품었다. 

 

당시 출력한 기록지 위에 천문학자 제리 이먼이 남긴 와우! 표시. 1, 2 남짓의 미미한 노이즈 속에서 6EQUJ5라고 써 있는 확연하게 강한 전파 신호가 쏟아졌음을 볼 수 있다. 사진=seti institute


와우 시그널이 포착된 궁수자리 부근의 밤하늘을 표시한 지도. 사진=seti institute

   

이 와우 시그널은 궁수자리 방향의 한 하늘에서 갑자기 쏟아졌다. 하지만 당시에는 이 신호가 쏟아진 하늘 부근에서는 이런 독특한 강한 전파 신호를 방출할 만한 천체가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 텅 빈 우주 공간에서 갑자기 수상한 신호가 쏟아진 것이다. 당시 이 데이터를 처음 확인한 천문학자 제리 이먼은 너무 놀란 나머지 당시 출력한 기록지 위에 직접 빨간펜으로 표시를 해놓았다. 그가 남긴 이 ‘와우(Wow)!’라는 귀여운 표시 덕분에 이 신호는 이후 ‘와우 시그널(Wow Signal)’로 불리게 되었다. 

 

#외계인 벨튀 사건의 범인은 혜성? 

 

당시 와우 시그널은 딱 72초간 포착되고 곧바로 사라졌다. 이 신호가 72초만 포착된 것은 사실 빅 이어 안테나의 작동 방식 때문이다. 빅 이어 안테나는 자유롭게 고개를 돌리며 바라보는 하늘을 빠르게 바꾸고 특정 천체를 쭉 추적할 수 있는 형태가 아니라 바닥에 고정된 거대한 철제 안테나였다. 그래서 지구가 자전하는 동안 땅 위에 박힌 빅 이어 안테나로 보게 되는 하늘의 방향 역시 조금씩 흘러가며 변할 수밖에 없다. 지구가 자전하면서 하늘이 흘러가는 동안, 땅 위에 고정된 안테나로 궁수자리 쪽 밤하늘을 담을 수 있는 시간이 딱 72초뿐이었던 것이다. 

 

이후 천문학자들은 부랴부랴 다른 전파 망원경을 동원해서 이 와우 시그널이 날아온 궁수자리 쪽 하늘을 샅샅이 찾아봤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후로는 아무런 신호도 포착되지 않았다. 지구 바깥 먼 우주에서 날아온 신호인 것은 분명해 보였다. 하지만 시그널이 날아온 하늘에서는 당시 별다른 천체가 알려진 것이 없었다. 그렇게 와우 시그널의 정체는 지금까지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이후 다양한 후속 연구와 분석이 진행되면서 와우 시그널의 정체로 추정되는 것이 몇 가지 제안된 적이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가설 중 하나가 2016년 천문학자 안토니오 패리스 연구팀이 제시한 혜성 가설이다. 연구팀은 1977년 바로 그날 우연히 혜성 하나가 궁수자리 쪽 하늘을 지나가면서 빅 이어 안테나의 시야에 들어오면서 독특한 전파 신호가 포착되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두 혜성이 각자의 궤도를 돌다가 당시 와우 시그널이 날아온 쪽 하늘 부근을 지나가면서 우연히 이 혜성의 신호가 포착되었을 가능성이 제기되었다. 이미지=california academy of sciences

 

1977년 당시 밤하늘에서 와우 시그널이 날아온 자리와 혜성이 지나가고 있던 위치를 함께 나타낸 이미지. 이미지=california academy of sciences


패리스의 연구팀은 지구 근처를 지나가는 여러 혜성의 궤도를 추적해, 각 혜성이 1977년 8월 15일 와우 시그널이 포착된 바로 그날 지구의 하늘 위 어느 자리에서 목격되어야 하는지를 확인했다. 그 결과 266P/크리스텐슨 혜성과 335P/깁스 혜성, 이 두 주기 혜성이 당시 와우 시그널이 포착된 지점에서 겨우 2도 이내의 가까운 영역을 지나고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두 혜성은 2006년과 2008년에 발견되었다. 만약 이 혜성들이 정말 와우 시그널의 진범이라면 당시에 왜 신호의 정체를 바로 알 수 없었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천문학자들은 이 혜성들이 정말 와우 시그널과 연관되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후속 관측을 진행했다. 마침 두 혜성은 2016년 11월과 2017년 2월 지구의 밤하늘에서 목격되며 지나가고 있었다. 이 기간에 천문학자들은 와우 시그널 때와 같은 1420MHz 주파수 대역의 전파가 두 혜성에서 관측되는지를 확인했다. 그리고 흥미롭게도 두 혜성 중 크리스텐슨 혜성에서 이 주파수 대역에 해당하는 전파가 방출되는 것을 확인했다. 

 

#단 1분 만에 끊겨 버린 신호의 의문점 

 

그렇다면 아쉽게도 와우 시그널은 외계인이 보낸 편지가 아니라 그저 우연히 지나가던 (당시엔 존재를 알지 못했던) 혜성의 낚시였을까? 물론 와우 시그널의 정체가 혜성이었다는 주장도 흥미롭기는 하지만, 이 혜성 가설에도 한 가지 치명적인 반론이 남아 있다. 

 

빅 이어 안테나는 양옆에 거대한 철제 안테나가 하나씩 서 있는 형태로, 사람의 귀로 치면 오른쪽과 왼쪽에 거대한 귀가 하나씩 총 두 개의 귀가 있는 셈이다. 그래서 먼저 한쪽 귀로 전파가 포착되고 약 1분 30초의 간격을 둔 다음에 다시 다른 쪽 귀로 전파를 포착하게 된다. 즉 와우 시그널의 정체가 당시 천천히 지구의 밤하늘을 지나가는 혜성이었다면, 72초 동안 먼저 한쪽 안테나로 혜성의 전파가 관측되고 1분 30초 정도 사이를 둔 다음에 다시 다음 72초 동안 다른 쪽 안테나로 혜성의 전파가 관측되었어야 한다. 

 

1977년 포착된 와우 시그널의 세기를 시간에 따른 변화로 표현한 그래프. 와우 시그널은 단 72초의 짧은 시간만 포착됐다. 이미지=seti institute/위키미디어

 

그런데 1977년 실제로 포착된 와우 시그널은 한쪽 안테나로만 72초간 포착되고 곧바로 사라졌다. 와우 시그널의 정체가 혜성이었다면 이렇게 한쪽 안테나로만 신호가 포착되었을 리가 없다. 즉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전파를 방출하는 평범한 자연 현상이라기보다는 굉장히 빠른 속도로 신호가 끊기는 부자연스러운 상황이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현재까지는 혜성이 아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많은 외계인 팬들이 기대하는 것처럼 정말로 지구에서 우연히 포착된 외계인의 편지였을 수도 있고, 아니면 아주 불규칙하게 급변하는 감마선 폭발 천체와 같은 현상이었을 가능성도 있다. 여전히 정확한 결론은 내릴 수 없는 상황이다. 

 

#뒤늦은 답장을 보낼 수 있을까

 

그런데 최근 이 와우 시그널의 정체를 풀 새로운 실마리가 될 만한 흥미로운 분석이 시도되었다. 이번 분석은 우리 은하의 가장 세밀한 별 지도를 그려나가고 있는 가이아 미션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다. 가이아 미션은 2013년 우주로 올라가서 우리 은하 속 별들의 정밀한 공간 분포 지도와 별들의 움직임을 관측하고 있다. 지금까지 13억 개가 넘는 별들의 지도를 완성하며 역대 가장 방대한 데이터를 축적했다. 

 

가이아 위성으로 추적한 우리 은하 별들의 운동 방향과 속도를 표현한 영상.

 

가이아 미션을 통해 이전까지는 존재조차 몰랐던 새로운 별이 지도에 추가되었다. 또 각 별의 정밀한 움직임을 추적하게 되면서, 그 움직임을 거꾸로 추적해 과거에는 이 별들이 어디에 자리하고 있었는지도 알 수 있다. 이러한 분석을 통해서 1977년 와우 시그널이 포착된 순간, 궁수자리 부근 바로 그 방향에서 새로운 별 66개가 확인되었다. 그 중에는 표면온도나 크기 등 전반적인 특징이 우리 태양과 아주 비슷한 쌍둥이 태양 별도 존재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새로운 후보 별들은 그 곁에 외계행성이 맴돌고 있는지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따라서 추가 관측을 통해 이 별들 곁에 생명체가 살 법한 외계행성이 존재하는지, 또 지금까지도 이 별들에서 과거 와우 시그널 때와 비슷한 종류의 전파 시그널이 포착되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면 와우 시그널 논란의 종지부를 찍을 아주 중요한 실마리가 될 것이다. 

 

이번 분석에서 새롭게 제시된 후보 별 중 하나. 지구에서 약 1800광년 떨어진 태양을 닮은 2MASS 19281982-2640123 별이다. 이미지=PanSTARRS/DR1

 

앞서 소개한 유타주 사막의 모노리스가 대체 언제 누구에 의해 설치된 것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위성 사진을 뒤져봤다. 그런데 놀랍게도 무려 4년 전인 2016년 10월에 해당 지역을 찍은 위성 사진에서 최근 발견된 이 모노리스로 추정되는 조형물이 서 있는 것이 확인되었다. 즉 무려 최소 4년 전에 이런 조형물이 사막에 세워졌고 지난 4년간 아무도 몰랐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모노리스의 존재가 알려진 이후 며칠 지나지 않아, 돌연 또 이 모노리스가 갑자기 사라져버렸다. 뒤늦게나마 인증사진을 찍기 위해 방문한 관광객들은 땅에 남아 있는 삼각형 모양의 자국만 확인한 채 아쉬운 발걸음을 돌렸다. 

 

갑자기 나타나서 갑자기 사라진 이 모노리스의 정체 역시, 결국 속 시원하게 풀리지 않은 미해결 에피소드로 남게 될 것으로 보인다. 1977년 돌연 포착되었다가 갑자기 사라진 와우 시그널, 또 이번 사막에 등장했다가 사라진 모노리스, 그리고 그 사이에 지구로 쏟아진 다양한 흥미로운 전파 신호들…. 어쩌면 그 중에는 정말 우리가 알아듣지 못했던 외계 문명이 보낸 메시지가 섞여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쉽게도 우리가 그 메시지를 알아듣지 못해서 의도치 않게 외계 문명의 편지를 읽씹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언젠가 우리가 뒤늦게나마 그들의 편지를 해독하고 다시 답장을 보낼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을까? 

 

만약 그런 날이 온다면, 부디 우리의 읽씹에 서운해하지 않고 뒤늦은 답장을 너그럽게 받아줄 수 있는 그런 넓은 마음의 외계인이었기를 바라야 할 것 같다.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연세대학교 은하진화연구센터 및 근우주론연구실에서 은하들의 상호작용을 통한 진화를 연구하며,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하고 있다. ‘썸 타는 천문대’, ‘하루 종일 우주 생각’, ‘별, 빛의 과학’ 등의 책을 썼다.​​​​​​​​​​​​​​​​​​​​​​​​​​​​​​​​​​​​​​​​​​​​​​​​​​​​​​​​​​​​

지웅배 과학칼럼니스트 galaxy.wb.z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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