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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광합성이 가능한 행성은 오직 지구뿐?

인류가 발견한 외계행성 가운데 복잡한 생태계가 존재하는 곳은 없을지도…

2021.07.05(Mon) 11:59:49

[비즈한국] 최근까지 인류는 4000개가 넘는 외계행성을 발견했다. 그 중에는 지구와 환경이 비슷할 것으로 기대되는 곳들이 100개가 넘는다. 워낙 거리가 멀어서 당장 방문할 엄두는 낼 수 없지만, 우리 지구처럼 중심 별에서 적당한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어서 액체 물로 채워진 바다와 호수가 존재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래서 이런 외계행성에는 충분히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을 것이란 낙관적인 생각이 든다.

 

그런데 실상은 그리 만만하지 않은 것 같다. 최근 한 논문에 따르면 이 100여 개의 외계행성들조차 실제로는 생명체가 거의 존재하기 어려운 환경일 가능성이 있다. 많은 사람들을 실망시키는 우울한 주장이다. 어떤 이유로 이런 추측이 나왔을까? 지금껏 발견한 외계행성 가운데에 복잡한 수준으로 진화한 생명체가 존재하는 곳은 정말 단 하나도 없는 걸까? 

 

과연 우주에는 지구와 같은 곳이 정말 거의 없는 걸까?

 

#복잡한 생태계를 위한 첫걸음, 광합성

 

단순히 액체 상태의 물, 바다가 존재한다고 해서 반드시 생명체가 존재할 거라 단정할 수는 없다. 오래전 지구에서는 가장 먼저 식물이 출현했고, 식물의 광합성 덕분에 지구 대기의 조성이 변화했다. 특히 태양 빛을 양분 삼아서 산소 분자를 만들어내는 식물들의 광합성이 있었기에, 그 산소로 숨을 쉬고 살아가는 동물들도 탄생할 수 있었다. 이렇게 산소 분자를 만들어내는 형태의 광합성을 산소성 광합성(oxygenic photosynthesis, OP)이라고 한다. 

 

식물들의 광합성 과정을 분자식으로 표현한 다이어그램. 복잡한 생태계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별빛의 빛 에너지를 섭취가 가능한 당 성분과 호흡에 필요한 산소로 변환하는 산소성 광합성이 필요하다. 이미지=Oregon Forest Resources Institute


이번 연구에서 천문학자들은 산소성 광합성이 복잡한 생명체의 탄생에 반드시 필요한 조건이라고 추정했다. 단순히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할 수 있는가만 따져보는 것이 아니라, 더 나아가서 산소 분자를 만들어내는 광합성이 가능한 조건인지까지 따져본 것이다. 

 

광합성이 충분하려면 행성을 비추는 별빛의 세기만이 아니라 그 빛의 파장도 아주 중요하다. 지구에서와 같이 산소성 광합성이 활발히 벌어지려면 700~800nm(나노미터, 10억분의 1미터) 이하의 짧은 파장의 빛이 충분히 비춰야 한다고 알려져 있다. 운 좋게 지구처럼 적당히 따뜻한 온도 조건이 갖추어진 외계행성이라 하더라도 그 중심의 별에서 방출되는 빛의 종류가 이보다 훨씬 파장이 긴 에너지가 낮은 종류의 빛이라면 광합성에는 쓸모가 없다. 별은 온도가 높을수록 별빛의 파장이 짧아지고, 별의 온도가 미지근할수록 별빛의 파장이 더 길어진다. 즉 별이 지나치게 미지근하다면, 적당한 거리에 외계행성이 있다 하더라도 그 행성에는 광합성이 진행되기에 별 쓸모없는 파장이 지나치게 긴 빛이 비춘다는 이야기다. 

 

외계행성에서 식물을 포함한 생태계가 존재하려면 별빛의 세기뿐 아니라 빛의 파장도 중요한 변수다. 이미지=NASA

 

외계행성에서 식물을 포함한 생태계가 존재할 수 있는가를 정확하게 따져보기 위해서는 별빛의 세기나 행성의 온도만이 아니라, 광합성에 필요한 적정한 파장의 빛이 얼마나 비추고 있는가를 의미하는 광합성 유효 방사(photosynthetically active radiation, PAR)를 비교해야 하는 것이다. 

 

천문학자들은 지구와 조건이 비슷할 것으로 기대되는 여러 후보 행성의 광합성 유효 방사의 양을 정밀하게 비교했다. 각 행성이 중심에 두고 돌고 있는 별들이 주로 어떤 파장 대역에서 빛을 방출하고 있는지, 그 빛이 광합성에 가장 적합한 대역의 파장인지, 빛의 양은 충분한지를 비교했다. 과연 지구처럼 충분한 광합성 유효 방사를 쬐고 있는 행성은 얼마나 있을까? 놀랍게도 그 결과는 참담했다. 

 

 

위 그래프의 가로축은 각 행성이 중심에 두고 있는 별의 표면 온도를, 세로축은 각 행성에 내리쬐는 광합성에 쓸모 있는 종류의 빛의 세기를 나타낸다. 그리고 이를 지구와 비교했다. 그 결과, 우리 지구가 가장 위에 찍혀 있다. 다른 외계행성들은 지구에 비해서 광합성 유효 방사의 양이 한참 부족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가 지금껏 발견한 대부분의 지구형 외계행성들은 그 온도만 보면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할 수 있는 꽤 괜찮은 조건으로 보이지만, 광합성에 필요한 적절한 파장의 빛이 충분한지를 자세히 따져보면 풀과 나무가 전혀 자랄 수 없는 환경이라고 볼 수 있다. 

 

사실 지금껏 발견된 외계행성 대부분은 태양보다 훨씬 덩치가 작고 미지근한 적색왜성과 같은 별 주변에서 많이 발견되었다. 태양에 비해서 표면온도가 절반 가까이 낮은 미지근한 별들이다. 태양계에서 ​겨우 4.3광년 떨어진, 태양계 바깥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확인된 ‘해비터블(생명체가 살 법한)’ 외계행성이 존재하는 프록시마 센타우리 별 역시 마찬가지다. 그리고 이런 왜소한 별들은 우리 태양에 비해서 훨씬 파장이 긴 원적외선과 같은 빛을 주로 방출한다. 그래서 프록시마 센타우리 b 외계행성의 하늘 역시 지구보다 훨씬 더 붉고 어두울 것이라 생각된다. 식물의 광합성에는 그닥 도움이 되지 않는 빛만 어렴풋이 비치고 있는 셈이다. 지구 식물들의 종자를 갖고 가서 이 행성에서 새로 농사를 짓겠다는 건 거의 불가능한 도전이라 볼 수 있다. 

 

프록시마 센타우리 b 외계행성의 하늘을 그린 상상도. 미지근한 별 주변을 도는 이 같은 외계행성의 하늘은 붉고 어두울 것이다. 이미지=ESO/ M. Kornmesser


그렇다고 해서 태양보다 훨씬 파장이 짧은 자외선, 감마선과 같은 종류의 빛을 주로 방출하는 별이 생명 탄생과 진화에 마냥 유리하기만 한 건 아니다. 이런 아주 뜨거운 별들은 태양에 비해서 훨씬 육중하고 질량도 무겁다. 그런데 별은 질량이 더 무거울수록 연료를 태우는 속도가 월등하게 높아지기 때문에 충분히 긴 시간 동안 빛을 내지 못하고 수억 년, 수천만 년 만에 금방 진화가 끝나버린다. 이렇게 짧은 삶을 살다 사라지는 별 주변의 행성이라면 지구 생태계처럼 복잡한 수준까지 진화할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가지기 어렵다. 이제 갓 꿈틀대는 원시적인 생명체가 살아가는 와중에 별이 폭발하면서 행성도 날아가버릴 테니 말이다. 

 

#별이 너무 뜨거워도, 너무 미지근해도 문제

 

두 가지 조건이 서로 경쟁하는 탓에, 지구처럼 복잡한 수준의 식물과 동물이 어울려 살아가는 생태계가 존재하는 행성은 아주 희박할 것이라고 이번 연구는 추정했다. 최근까지 인류가 존재를 확인한 지구형 외계행성 대부분은 안타깝게도 광합성에는 딱히 쓸모 없는 종류의 빛만 방출하는 미지근한 별 주변을 돌고 있기 때문이다. 막연한 기대와 달리 생명체가 존재하기 위한 조건은 생각보다 훨씬 더 까다로울 수 있다는 말이다. 

 

다양한 환경의 행성마다 각자 적응해 살아가는 전혀 다른 방식의 생태계가 존재하지 않을까. 하지만 많은 천문학자들은 지구와 유사한 조건의 외계행성에서만 고도로 진화한 생태계가 존재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 단순한 고정관념이라고만 뭉뚱그려 비판하기에는 어려운 합리적인 근거들이 있다. 이미지=NASA


이번 논문의 분석을 보면서 누군가는 이렇게 반문할지 모른다. (내가 글을 쓰고 강연을 할 때마다 줄기차게 듣는 질문이다.) 액체 상태의 물이 필요하고 식물들이 광합성을 해야만 한다는 추정은 지구 사례만을 근거로 단정한 것이 아니냐, 이 넓은 우주에 지구와 완전히 다른 조건에서 전혀 다른 방식으로 진화하고 살아가는 생명체가 당연히 존재할 수 있지 않겠냐, 천문학자들이 지구의 사례만 가지고 편협한 시각으로 보는 것 아니냐고. 

 

얼핏 들으면 다양한 가능성을 포용하는 합리적인 비판처럼 들린다. 하지만 이는 과학적인 고민이 덜 된, “지구랑 다른 조건에서도 생명체가 있겠지!”라는 식의 단순한 비판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천문학자들이 그토록 액체 상태의 물에 집착하고, 지구와 유사한 환경의 외계행성을 찾는 데에는 나름대로 굉장히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 단순히 우리가 지구에서 살고 있어서 지구와 같은 조건에만 생명체가 있을 것이라고 추정하는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 인류는 지구와 유사한 환경으로 의심되는 지구형 외계행성들을 100여 개 발견했다. 이미지=NASA


다양한 가능성을 모두 열어놓고 고민한 결과, 액체 상태의 물이 생명 활동에 필요한 너무나 독보적인 요소이기 때문이다. 또 지구처럼 산소가 존재하는 대기권과 식물들의 광합성 등을 추가 조건으로 고려하는 것 역시 굉장히 합리적인 근거를 갖고 있다. 천문학자들이 지구와 유사한 환경의 외계행성을 찾는 것은 지극히 ‘합리적인 고정 관념’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이야기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더 자세하게 다룰 예정이다. 기대하시라!) 따라서 막연하게 “지구와 전혀 다른 조건에서도 생명체가 있겠지!”라는 식의 의문이 역설적이게도 무책임한 고정 관념이라고 볼 수 있다. 

 

지구와 같이 복잡한 생태계가 존재할 수 있는 ‘스위트 스폿’은 우주에서 아주 드물까? 지구와 유사할 것이라 기대된 100여 개의 후보 행성 가운데에 실제로 복잡한 생태계가 존재하는 곳이 있을까? 이 암울한 결과와 함께 밤하늘을 바라보니 왠지 우주가 더 외롭게 느껴진다. 

 

참고 

https://academic.oup.com/mnras/article/505/3/3329/6278213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연세대학교 은하진화연구센터 및 근우주론연구실에서 은하들의 상호작용을 통한 진화를 연구하며,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하고 있다. ‘썸 타는 천문대’, ‘하루 종일 우주 생각’, ‘별, 빛의 과학’ 등의 책을 썼다.​​​​​​​​​​​​​​​​​​​​​​​​​​​​​​​​​​​​​​​​​​​​​​​​​​​​​​​​​​​​​​​​​​​​​​​​​​​​​​​​​​​

지웅배 과학칼럼니스트 galaxy.wb.z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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