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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학습? 동물학대? 4년 만에 4배 증가한 실내동물원의 딜레마

'야외 방사장 의무' 규정 없애자 우후죽순 생겨…야생동물 가둬두자 이상 행동 보이기도

2021.07.16(Fri) 18:41:12

[비즈한국] “도심에서 생태 체험을 해볼 수 있으니 좋죠. 바깥 날씨는 더워도 실내는 시원하니까 아이랑 구경하기도 수월하고요. 아이가 직접 먹이를 주는 걸 재밌어해서 잘 왔다 싶어요.” 15일 서울 한 실내 동물원에서 만난 30대 신 아무개 씨는 방문 소감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바깥은 한낮 기온 33도가 넘는 폭염이었지만 대형 쇼핑몰 5층에 자리잡은 실내 동물원은 아이가 있는 가족 단위 방문객들로 북적였다.

 

서울의 한 실내 동물원에 마련된 수달 먹이 체험장에서 수달 두 마리가 먹이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강은경 기자

 

야생동물을 전시하면서 관람객이 직접 만지고, 먹이를 줄 수 있는 형태로 운영되는 실내 동물원은 최근 그 수가 크게 늘었다. 2017년 ‘동물원‧수족관법’ 제정 당시 야외 방사장을 의무적으로 확보해야 하는 규정이 빠지면서 실내 시설만으로도 동물원을 개장할 수 있어서다. 법 제정 전 12개였던 실내 동물원은 46개로 급증했다. ​이 실내 동물원도 2019년 7월 문을 열었다. 지난해 기준 전체 민간동물원 90개 중 실내동물원은 51.2%에 달한다.

 

실내 동물원들은 미세먼지와 폭염 등 날씨에 구애받지 않고 즐길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운다. 야생의 동물을 데려오지 않고(No Wild), 동물의 자연스러운 행동에 반하는 동물 쇼가 없으며(No Show), 강제적으로 동물 만지는 행위를 금지한다(No Forcing)는 3가지 원칙을 강조하기도 한다. 하지만 실내 동물원이 대형 동물원보다도 협소하고 인위적으로 조성돼 있어 야생 동물들이 생활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입장 티켓과 함께 제공되는 네 종류의 사료(위). 가족 관람객이 홍따오기와 물떼새에게 먹이를 주고 있는 모습. 사진=강은경 기자

입장 티켓과 함께 제공되는 네 종류의 사료(위). 가족 관람객이 홍따오기와 물떼새에게 먹이를 주고 있는 모습. 사진=강은경 기자

 

#사료 따라 맴도는 야생동물들


“꼭 정해진 동물에게만 선물하세요.”

 

4층에서 입장권을 구매하면 직원이 티켓과 함께 네 종류의 사료가 담긴 봉투를 건넨다. 라쿤, 투칸, 물떼새 등 습성이 각기 다른 동물들에게 알맞은 먹이를 제공하기 위함이다. 실제로 실내 동물원은 먹이체험을 중심으로 구성된 형태였다.

 

연못이 있는 구역에는 홍따오기, 물떼새, 수생거북이 살고 있었다. 열대우림처럼 사방에 풀과 나무가 무성했지만 대부분 인공적인 설치물이었고, 햇빛마저 조명이 대신하고 있었다. 새들이 있는 전시장과 관람객이 이동하는 통로는 유리벽 없이 뚫려있는 구조다. 하지만 새들은 좁은 나무 조형물 위에만 머물렀다. 부모들은 아이에게 사료를 쥐어주며 다양한 동물에게 직접 먹이를 주도록 했다. 홍따오기와 물떼새 몇 마리는 연못 밖으로 나와 사료를 들고 있는 관람객들을 따라다니는 모습이었다.

 

더 안쪽으로 들어가자 온천을 콘셉트로 한 구역이 나왔다. 미어캣과 여우원숭이는 사료를 들고 있는 관람객 앞에서 서성였다. 마지막 구역에서 본 수달은 아예 먹이를 받아먹을 수 있는 구멍에 팔을 넣고 관람객을 기다렸다. 동물원 측은 이 구조물 앞에 ‘수달 악수터’라는 이름을 붙여 놓고 수달과 악수할 수 있는 기회라고 설명했다. 전시된 동물의 종과 꾸며놓은 시설은 가지각색이었지만, 관람객이 먹이를 주고 동물이 그 주변을 맴도는 광경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온천처럼 구현돼 있는 구역 한 쪽에 카피바라가 전시돼있다. 카피바라는 긴 시간 동안 움직임 없이 누워있었다. 사진=강은경 기자

 

전문가들은 야생동물에게 먹이를 주는 체험이 사람의 즐거움을 위해 동물을 이용하는 잘못된 전시 형태라고 말한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좁은 우리에 갇혀 관람객에게 계속 노출되는 상황은 동물에게 큰 스트레스다. 심리적으로 위축돼 있는 동물들은 아무 의욕 없이 웅크려 있는데, 그나마 먹이를 주면 관람객에게 몸을 일으켜 가까이 온다. 관람객의 즐거움만을 위한 이벤트”라며 “야생동물은 사냥을 해서 자기가 필요한 만큼만 먹는다. 사람이 주는 먹이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면 정기적으로 충분한 양의 영양이 공급되는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의미 없는 반복적 이상행동…생태 습성 외면

 

‘정형행동’을 보이는 동물도 발견됐다. 정형행동은 동물들이 스트레스를 극복하기 위해 이상행동을 반복하는 것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비좁은 사육장과 관람객으로 인한 소음, 본 서식지와 전혀 다른 사육환경으로 인해 유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공 연못 한쪽에는 다람쥐를 전시해놓은 공간이 있다. 두 개의 작은 전시장을 철망 통로가 연결하는 구조다. 이 철망에서 다람쥐 한 마리가 약 50cm의 구간을 반복해서 오갔다. 다른 두 마리의 다람쥐가 전시장 안쪽 구조물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사막여우가 전시돼 있는 공간에는 유리 울타리가 설치돼 있었다. 청각이 예민한 사막여우를 위해 큰 소음을 주의하라는 문구가 붙어있다. 사진=강은경 기자


정형행동까지는 아니어도 일부 동물의 경우 움직임 없이 몸을 웅크리고 있거나 구석으로 몸을 숨겼다. 사막여우도 마찬가지였다. 사막여우는 소음에 예민하고 스트레스에 취약해 인공적으로 사육되기에 적합하지 않은 개체로 꼽힌다. 사막여우 전시장이 마련된 협곡 구역 곳곳에는 ‘손을 뻗어 만지지 마세요’와 ‘목소리를 조금만 낮춰주세요’ 같은 문구가 붙어 있었지만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였다. 큰 소리로 웃고 떠드는 소리가 이어졌지만 관람객의 접촉이나 소음을 막는 장치는 약 40cm 높이의 유리 울타리 뿐이었다.

 

조희경 대표는 실내 동물원의 공간적인 한계를 지적하며 “정형행동은 그 자체로 서식환경의 문제를 보여준다. 야생동물의 야생성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데 현재의 서식환경이 본능과 생태 습성을 뒷받침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생태교육’이란 허울은 걷어내고…등록제 아닌 허가제로

 

해당 실내 동물원은 ‘울타리 없는 교감형 애니멀 테마파크’를 표방하며 생태교육장의 역할을 강조한다. 하지만 동물보호단체들은 실내 동물원은 적절한 생태교육 현장이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동물권행동 카라 신주운 정책팀장은 “활동영역이 큰 동물인지와는 관계없이 좁은 울타리 안에 전시하고 사료를 받아먹는 모습만 보여준다면 동물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붉은 협곡 구역 2층에 마련된 작은 전시장에 파타고니아 마라 두 마리가 누워있었다. 사진=강은경 기자

 

대다수 실내 동물원은 위의 사례보다 열악하다. 위 사례조차 소독이나 동물 접촉과 관련해서는 기존의 한계를 개선했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다. 최소한의 조건도 갖추지 못한 실내 동물원들이 우후죽순 생겨난 배경으로 등록제를 핵심으로 하는 ‘동물원‧수족관법’이 지목된다. 현행법이 동물원의 설립과 운영기준만 명시했을 뿐 사육환경과 관리 등에 관한 구체적인 기준은 제시하지 않고 있어서다.

 

이에 환경부는 동물원 관리종합계획을 마련하고 올해 안에 동물원을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바꾸는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동물원 허가 여부는 국립생태원, 국립생물자원관, 야생동물질병관리원 인력과 동물원 업계 종사자 중 전문검사관을 지정해 판단하도록 할 계획이다.

 

신주운 카라 정책팀장은 “그동안 정부가 동물전시 산업을 방치해 온 측면이 있다. 정부 허가가 있어야 동물원 운영이 가능하도록 하는 안은 시민사회단체가 요구해왔던 기초적인 부분”이라며 “진입장벽을 높이는 것과 동시에 선언적인 정책으로 끝나지 않도록 관리‧감독도 지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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