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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규모 생각해야" vs "현금 부자용"…'총선용' 예금자보호한도 '1억' 논쟁

여야 한도 상향에 한 목소리…뱅크런·PF 사태 예방 효과는 글쎄

2024.03.15(Fri) 09:00:00

[비즈한국] 여당인 국민의힘은 4월 총선 공약 중 하나로 예금자보호한도를 현행 50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상향하는 안을 내놓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찬성 의사를 밝히며 22대 국회에서 예금자보호한도가 인상될지 시선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정부와 금융당국은 예금자보호한도 상향에 대해 난색을 보이고 있다.

 

최근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위기로 발생할지 모를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 사태)을 막기 위한 안이라는 정치권의 입장이지만, 정부와 금융당국은 예자금보호한도 상향조정이 오히려 부동산 PF 상황을 악화시키는 것은 물론 뱅크런 발생 확률을 더욱 높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예금자보호한도 상향이 자칫 부동산 PF 위기를 금융시장으로 전염시키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4월 총선 공약 중 하나로 예금자보호한도를 현행 50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상향하는 안을 내놓았다. 사진=연합뉴스


그동안 각종 정책에서 이견을 드러내던 여야가 4월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예금자보호한도 상향에는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민의힘은 1월 30일 예금자보호한도를 50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올리는 내용을 포함한 ‘서민·소상공인 새로 희망’ 공약을 발표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는 사흘 뒤인 2월 2일 “예금자 보호한도 상향은 이미 지난해에 우리가 제안한 바 있다”며 “정부 여당이 마음만 먹으면 곧바로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추진 의사를 밝혔다.

 

여야가 예금자보호한도 상향 조치에 같은 입장을 보인 것은 현재 5000만 원이 한도가 23년 전 정해져 현재의 경제 규모에 맞지 않다는 점이 크다. 예금자보호제도는 1995년 예금자보호법 제정으로 시행됐으며 초기에는 2000만 원까지가 보호대상이었다. 이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2001년 보호한도는 현재와 같은 5000만 원으로 정해졌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경제 규모와 국민 소득이 그사이 몇 배 불어났음에도 예금자보호한도는 제자리걸음이라는 지적이 있어 왔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인당 국민소득은 2001년 1482만 원에서 2023년 4405만 원으로 증가했다. 정치권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보호한도가 낮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국회에 따르면 예금자보호한도(은행기준)가 미국의 경우 25만 달러(약 3억 2800만 원), 영국은 8만 5000파운드(약 1억4300만 원), 일본은 1000만 엔(약 8900만 원)으로 우리나라보다 2~6배가량 높다. 이 때문에 지난해 3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이후 국회에는 뱅크런 사태를 방지를 내세운 예금자보호한도 상향 조정 법안이 11개 제출된 상태다.

 

그러나 정부와 금융당국은 여야가 한목소리로 내는 예금자보호한도 상향 요구에 뜨뜻미지근한 반응이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미적거리는 가장 큰 이유는 현재 5000만 원으로도 예금자보호가 충분한 상황에서 부자들을 위한 특혜라는 비판이 나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은행 예금자 중 예금자보호한도인 5000만 원 이하 예금자 비율이 97.8%에 달한다. 상호저축은행에서도 보호예금자 대상 비율이 97.2%나 된다. 보호한도를 상향 조정할 경우 전체 예금자의 2% 정도인 예금 부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것이다. 반면 보호한도 상향에 따른 전체적인 부담은 다른 모든 사람이 지게 된다.

 

또 정부와 금융당국은 정치권이 주장하는 예금자보호한도 상향의 뱅크런 억제 효과에도 의문을 갖고 있다. 과거와 달리 디지털 금융 발달로 은행을 찾지 않아도 예금 인출이 가능한 상황에서 예금자보호한도 상향이 뱅크런을 막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 미국은 예금자보호한도가 25만 달러지만 SVB 사태 당시 스마트폰을 이용한 디지털 뱅크런에 25만 달러 이하 예금도 줄줄이 빠져나갔다. 미국 정부와 금융당국이 예금 전액 보장을 약속하고 진화에 나서야 할 정도였다. 미국보다 디지털 금융이 더 발달한 우리나라의 경우 SVB와 비슷한 일이 벌어지면 디지털 뱅크런이 훨씬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예금자보호한도 상향이 금융기관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를 불러와 2011년 저축은행 사태나 2023년 새마을금고 사태와 같은 상황이 재발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대상이다. 2011년 저축은행 사태와 2023년 새마을금고 사태는 모두 부동산 PF 대출이 문제였는데 예금자보호한도 상향으로 이자율이 은행보다 높은 저축은행과 새마을금고에 돈이 몰릴 경우 부실 대출이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2023년 3분기 말 현재 은행 대출 중 건설업·부동산업 비중은 24.9%인데 비해, 저축은행은 50.0%, 새마을금고와 같은 상호금융은 46.8%다. 이로 인해 부동산 PF 연체율은 은행의 경우 0.00%인데 반해 저축은행은 5.56%, 상호금융은 4.18%이다. 간신히 잡아 놓은 부동산 PF의 위기가 예금자보호한도 상향으로 인해 금융시장 전반으로 확대될 수 있는 것이다.

 

경제계 관계자는 “안정성 강화를 위한다는 예금자보호한도 상향이 금융시장 불안의 트리거가 될 수 있다”며 “예금자보호한도 상향은 공약이라며 밀어붙일 문제가 아니라 제1금융권과 제2금융권 등의 건전성, 여신관리·심사능력, 리스크 관리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서 단계적으로 추진해야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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