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명품 플랫폼 발란이 결국 청산 위기에 내몰렸다. 관계인집회에서 회생계획안이 가결 요건을 넘지 못한 데다, 법원이 강제인가마저 불허하면서 회생절차 자체가 폐지됐다. 업계에서는 법원의 보호 장치가 사라진 만큼 발란의 청산 가능성이 커졌다는 해석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동의율 35%에 그쳐…법원, 발란 회생절차 종료
서울회생법원은 6일 발란 회생계획안에 대한 강제인가를 불허하고, 회생절차를 폐지했다. 법원은 관계인집회에서 회생계획안이 부결되었으므로,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286조 제1항 제2호에 의해 발란의 회생절차를 폐지한다고 공고했다.
발란은 5일 기업회생 관련 관계인집회에서 제출한 회생계획안 최종 동의율이 35%에 그쳐 부결됐다. 회생계획안이 가결되기 위해서는 채권자 의결권 기준 66.7%(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이후 발란은 법원이 직권으로 계획안을 인가하는 강제인가에 기대를 걸었으나, 결국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국내 3대 명품 플랫폼 중 하나로 꼽히던 발란은 지난해 3월 말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채권자는 총 1198명, 전체 채권액은 346억 원이다.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하며 최형록 발란 대표는 “발란의 회생절차는 타 사례와 본질적으로 다르다”며 “회생절차를 통해 단기적인 자금 유동성 문제만 해소된다면 빠르게 정상화될 수 있는 충분한 가능성을 갖고 있다”고 언급했다.
발란은 회생 과정에서 투자사인 아시아 어드바이저스 코리아(AAK)를 최종 인수 예정자로 낙점한 바 있다. 하지만 AAK가 제시한 인수가는 22억 원 수준에 그쳤고, 이 금액을 재원으로 한 채권 변제율은 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발란은 회생계획안 가결을 위한 동의율 확보를 위해 변제 조건 변경을 추진했다. 회생절차 과정에서 부인권(회사가 위기 상황에서 부당하게 지출한 재산을 되찾아오는 권리)을 행사해 변제 재원을 추가로 확보했다. 이를 통해 5%였던 채권 변제율을 15.5%까지 상향 조정했다. 채권자들의 마음을 돌려 파산만은 막겠다는 절박한 조치였다.
관계인집회 기일도 여러 차례 연기하며 동의율 확보에 시간을 쏟았다. 법원 기록에 따르면 발란은 당초 2025년 11월 20일로 예정됐던 첫 관계인집회 기일을 12월 18일로 미룬 데 이어, 다시 2026년 1월 15일과 2월 5일로 총 세 차례 일정을 변경했다. 관계인집회를 이틀 앞둔 2월 3일에는 법원에 회생계획안 2차 수정안과 수정 전후 비교표를 제출하며 막판까지 조건 조정에 나섰다. 기존 계획안만으로는 가결 요건을 충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데 따른 조치다.
이러한 노력에도 최종 집회일인 2월 5일까지 최대 채권자인 실리콘투를 비롯한 주요 채권자들의 동의를 확보하는 데는 실패했다. 결국 발란의 회생절차는 법원의 강제인가 불허 결정과 함께 종료 수순을 밟게 됐다.
#법원 보호조치 종료, 사실상 청산 절차로
이번 사태는 지난해 강제인가를 통해 기사회생한 티몬 사례와 대비되며 주목받았다. 티몬은 2024년 대규모 미정산 사태를 계기로 기업회생 절차에 돌입했다. 이후 관계인집회에서 동의율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지만, 2025년 6월 법원의 강제인가 결정을 통해 회생절차를 마무리했다. 당시 인수자인 오아시스가 116억 원의 인수대금을 완납하면서, 법원은 회생계획안의 수행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업계에서는 발란 또한 인수대금이 이미 확보되고, 채권자 생계 보호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는 점에서 티몬과 같은 강제인가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발란은 지난 2일 법원에 잔금 완납 보고서를 제출하며, 인수자 AAK 측 자금이 회생계획안 이행에 차질 없이 투입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최형록 발란 대표는 관계인집회에서 “채권자의 99%인 1189명이 플랫폼을 통해 생계를 이어가는 상거래 채권자”라며 이들의 연쇄 경영난을 막기 위한 회생의 절실함을 호소했다.
하지만 법원이 티몬과 달리 발란에 강제인가를 불허한 데는 ‘청산가치 보장 원칙’이 결정적인 걸림돌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티몬은 파산 시 채권자들이 가져갈 수 있는 돈이 사실상 0원에 가까워 0.7%의 낮은 변제율로도 인가가 가능했다.
반면 발란은 재무 평가에서 다른 결과가 나왔다. 태성회계법인이 제출한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발란의 청산가치는 약 20억 원인 반면, 계속기업가치는 –5억 원대로 평가됐다. 회사를 운영할수록 오히려 가치가 깎인다는 의미다. 법원은 발란의 회생안이 채권자에게 청산 시보다 더 큰 이익을 주지 못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회생절차가 폐지되면서 발란에 적용되던 법원의 보호 조치도 종료됐다. 이에 따라 포괄적 금지명령의 효력이 사라졌고, 채권자들은 개별 강제집행에 나설 수 있게 됐다. 그동안 유예됐던 채무 변제 의무 역시 되살아나면서 발란의 자금 부담은 한층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발란이 사실상 파산 절차에 진입할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발란 측이 회생계획안을 다시 제출할 수도 있지만, 이미 법원이 청산가치 우위를 근거로 불허 결정을 내린 만큼 재신청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관측이다.
회사의 존속 가능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한때 120명 이상이 근무한 발란은 인력 이탈이 이어지며 현재는 20여 명 수준의 인원만 남은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조직 규모로는 정상적인 플랫폼 운영이나 회생계획 이행이 쉽지 않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발란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향후 일정이나 방향이 정해진 것은 없다”며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 중이고, 인수 희망자였던 AAK와도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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