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전기차 시장에서 ‘살 만한 차’의 기준은 단순히 주행거리나 옵션표가 아니다. 같은 300km대라도, 같은 열선시트라도, 최종 결제 버튼을 누르는 순간엔 숫자가 다시 정렬된다. 실구매가(보조금), 체급(차체·휠베이스), 상품성(기본옵션), 그리고 ‘브랜드 프리미엄·마이너스 프리미엄(잔존가치·A/S 신뢰)’까지 한 줄로 놓고 계산하게 된다.
BYD ‘돌핀’이 딱 그 계산기를 흔든다. 출발점은 파격적으로 보인다. 기본형 2450만 원, 상위 트림 ‘돌핀 액티브’ 2920만 원(세제 혜택 적용 기준)이라는 가격표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자연스럽게 비교 대상이 현대차 캐스퍼 일렉트릭으로 붙는다. 그런데 돌핀은 가격대만 캐스퍼 라인에 걸쳐 있을 뿐, 차체·구동계 숫자를 꺼내는 순간 비교 축이 기아 EV3 쪽으로 향한다. 다만, 캐스퍼 값으로 EV3 체급을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차익을 ‘중국차’라는 리스크가 가져간다.
#가격표는 캐스퍼, 차체는 EV3…돌핀이 만들어낸 ‘중간지대’
체급부터 보자. BYD 돌핀(국내 카탈로그 기준)은 전장 4290mm, 축거 2700mm다. 캐스퍼 일렉트릭은 전장 3825mm, 축간거리 2580mm로 도심형 패키지에 맞춘다. EV3는 전장 4300mm(GT-Line 4310mm), 축거 2680mm다.
전장만 놓고 보면 돌핀(4290mm)은 캐스퍼(3825mm)보다 465mm 길고, EV3(4300mm)와는 사실상 같은 줄이다. 축거도 돌핀이 2700mm로 EV3(2680mm)와 겹친다.
즉 돌핀은 “경차 전기차 대체재”라기보다, 소형 전기차(해치백·크로스오버) 체급을 가격으로 찍어 누른 차에 가깝다.
주행거리도 마찬가지다. 캐스퍼 일렉트릭은 트림에 따라 복합 278km(42kWh), 315km(49kWh)로 제시된다. 돌핀은 기본형 307km(49.92kWh), 돌핀 액티브 354km(60.48kWh)다. EV3는 스탠다드가 350km(17인치)지만, 롱레인지는 501km(17인치)로 간격을 크게 벌린다.
여기서 재미있는 지점이 나온다. 돌핀 액티브(354km)는 캐스퍼의 상단(315km)을 넘어 EV3 스탠다드(350km)와 겹친다. ‘캐스퍼 대항마’로만 보면 평면 비교가 되지만, 실제 숫자는 EV3 입구까지 침범한다.
구동계에서 돌핀의 성격이 가장 선명해진다. 캐스퍼 일렉트릭(항속형 기준)은 최고출력 84.5kW, 최대토크 147Nm다. 돌핀은 기본형 70kW, 액티브는 150kW·310Nm로 점프한다. EV3는 스탠다드·롱레인지 2WD가 150kW·283Nm다.
정리하면 이렇다. 돌핀 액티브는 가격대는 캐스퍼 근처인데, 출력은 EV3와 같은 150kW급이다. 그래서 시내 주행감, 추월가속, 고속 주행 여유 같은 ‘차급 체감’이 캐스퍼와 다른 구간으로 올라간다. BYD가 보도자료에서 액티브 트림 0→100km/h 7.0초를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 있다.
#“이 가격에 이걸 기본으로?”가 돌핀의 무기
돌핀의 상품성 포인트는 ‘옵션표를 간단하게 만드는 방식’이다. 카탈로그 기준으로 돌핀에는 T맵 내비게이션, 무선 폰 프로젝션(카플레이/안드로이드 오토), 디지털키(NFC 카드), 외부 V2L, 3D 서라운드뷰 모니터, ACC·ICC(차선 중앙 주행 보조 포함 표기) 등 ADAS 패키지가 두 트림 공통 혹은 높은 수준으로 촘촘히 들어가 있다.
반대로 캐스퍼 일렉트릭은 상위 트림에서 후측방 모니터·서라운드뷰 모니터 같은 편의·안전 체감 옵션을 가져갈 수 있지만(구성은 트림/패키지에 따라 달라진다), 기본 접근은 ‘작고 가볍게, 도심에서 편하게’에 맞춰져 있다.
EV3는 급이 다른 쪽으로 간다. 카탈로그와 가격표에서 고속도로 주행보조 2(차로변경 보조 포함), 9에어백(1열 센터 포함), 대형 디스플레이·커넥티드, 실외 V2L 등 ‘준중형급 전기차 패키지’를 정석으로 깔아놓고 시작한다.
즉 옵션만 놓고 보면 돌핀은 ‘수입 보급형이지만 기본 사양을 두껍게 넣어 체감 가치를 끌어올리는’ 방식이고, EV3는 플랫폼·패키지 자체가 한 단계 위다. 캐스퍼는 그보다 아래에서 도심형 효율을 파고든다.
돌핀의 논리를 흔드는 건 보조금이다. ‘출고가가 싸면 실구매가도 싸다’가 전기차에선 항상 성립하지 않는다. 돌핀은 국고 109만 원(기본형), 132만 원(액티브) 수준이 거론됐고, 서울 기준 합산(국고+지방비)도 141만 원(기본형), 171만 원(액티브) 정도로 알려진다. 이대로면 서울에서 단순 계산 실구매가는 기본형 2309만 원, 액티브 2749만 원이 된다.
캐스퍼 일렉트릭은 가격표가 프리미엄 2740만 원, 인스퍼레이션 2990만 원, 크로스 3190만 원이다. 서울 기준 보조금 합산이 약 637만 원)으로, 실구매가는 한 번 더 내려간다. EV3는 가격표가 (세제혜택 후 기준) 스탠다드 3995만 원, 롱레인지 4415만 원(에어)에서 시작한다. EV3는 국고 보조금이 스탠다드 469만 원, 롱레인지 555만 원으로 언급되며, 지역 보조금까지 합치면 서울에서도 실구매가가 3000만 원대 중후반으로 내려오는 시나리오가 제시된다.
경기도는 시·군별 편차가 큰데, 성남시 기준으로는 돌핀 보조금 합산이 기본형 205만 원, 액티브 249만 원 수준이다. 이 경우 실구매가는 기본형 2245만 원, 액티브 2671만 원이다.
#‘중국차’ 마이너스 프리미엄-싸게 샀는데, 더 싸게 팔리면?
돌핀이 끝까지 넘어야 하는 허들은 결국 ‘중국’ 브랜드라는 점이다. 수입차는 기본적으로 잔존가치(중고가)·A/S 접근성·부품 수급이 가격표만큼 중요하다. BYD코리아는 보증을 기본 6년/15만km, 고전압 배터리 8년/16만km로 내세운다. 서비스 네트워크도 현재 17개에서 연내 26개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이 보도됐다.
다만 ‘보증기간이 길다’는 것과 ‘수리 경험이 누적돼 신뢰가 만들어졌다’는 것은 다른 문제다. 초기엔 센터 수가 늘어도 부품 리드타임, 사고수리 프로세스, 리콜·무상수리의 커뮤니케이션 같은 실전 요소에서 체감이 갈릴 수 있다. 전기차는 특히 배터리·구동계 이슈가 발생할 때 대응 속도가 브랜드 신뢰를 결정한다. 이 지점이 ‘중국차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가격에 붙는 이유다.
정리하면 돌핀은 ‘캐스퍼 대항마’라기보다, 캐스퍼 가격대로 EV3 체급의 문턱을 밟는 차다. 다만 그 문턱을 넘는 마지막 열쇠가 보조금과 잔존가치다. 돌핀이 잠재 고객에게 소구하는 점은 무엇일까.
첫째, “작은 전기차”가 아니라 EV3급 공간감(축거 2700mm)과 150kW급 성능을 원하면서도, EV3로는 예산이 부담인 사람. 둘째, 옵션을 일일이 고르기보다 내비·V2L·서라운드뷰·ADAS가 한 번에 들어간 ‘기본 구성의 단순함’을 중시하는 사람. 셋째, 거주지 보조금과 출고 조건까지 확인했을 때 실구매가가 캐스퍼 상위 트림과 충분히 겹치거나(혹은 더 내려오거나), 체급 차이를 돈으로 환산해도 이득이라고 판단되는 경우다.
반대로 망설여야 하는 쪽도 명확하다.
첫째, 전기차 구매에서 ‘최저 실구매가’가 최우선이면, 보조금 구조상 돌핀은 기대만큼 싸지지 않을 수 있다. 둘째, 3~5년 뒤 중고 처분을 전제로 할 때 잔존가치 리스크를 감당하기 싫다면, 국산 대안(캐스퍼·EV3)이 마음 편한 선택이 될 가능성이 높다. 셋째, ‘검증’을 신뢰의 기준으로 두는 소비자라면, BYD가 제시한 보증·네트워크 확대 계획이 실제 운영 품질로 증명되는지를 조금 더 지켜보는 게 합리적이다.
결국 돌핀은 가성비가 아니라 ‘리스크 프라이싱’으로 읽어야 한다. 가격표는 공격적이지만, 그 차익의 일부는 보조금과 잔존가치가 다시 가져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돌핀 액티브처럼 150kW급 성능과 EV3급 차체를 2000만 원대에 걸쳐놓은 선택지는 흔치 않다. “캐스퍼냐 EV3냐”에서 고민하던 소비자에게, 돌핀은 대안을 제시한다. 다만 그 선택지에는 ‘중국차’라는 단서가 굵게 붙어 있다.
우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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