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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도 버스도 앱으로만…" 노인 교통 소외, 시골 얘기가 아니다

앱으로 호출하는 택시·버스에 노인들 교통 소외 현상 확대 "노인 친화 교통 필요"

2024.06.03(Mon) 15:01:04

[비즈한국] 몇 년 전만 해도 노인의 교통 불편은 농어촌 지역에서 주로 제기되는 문제였다. 하지만 교통 서비스의 디지털화로 이제는 농어촌뿐만 아니라 도심 지역의 노인들도 교통 불편을 호소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하게 된 만큼 노인을 위한 교통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교통 서비스 부문의 디지털 가속화로 노인들의 교통 불편 문제가 커지고 있다. 사진=최준필 기자

 

#‘택시 좀 잡아달라’ 노인이 탈 택시가 없다

 

“요즘 누가 길에서 택시를 잡아요, 다 카카오로 부르지. 길에서 택시 잡으려는 건 노인네들밖에 없어요. 그런데 택시가 잡히겠어요? 그러니까 노인네들이 택시 타기가 너무 힘들어졌다는 얘기가 나오죠.” 서울에서 택시 운전을 하는 김 아무개 씨는 ‘길에서 택시 잡기가 힘들어졌다’는 기자의 푸념에 “노인들의 고충은 훨씬 크다”며 말을 보탰다.

 

김 씨는 “택시 기사들도 앱으로 손님의 콜을 받는 것이 편하다 보니 카카오 콜에 따라 움직인다. 손님들도 거의 앱으로 호출을 하니 수수료가 나가더라도 기사들이 앱을 안 쓸 수 없는 상황”이라며 “앱을 사용 못하는 노인들은 택시를 잡지 못한다며 매번 하소연이다. 자식들이 앱으로 대신 택시를 호출해줘야만 택시를 탈 수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교통 서비스 부문의 디지털 가속화가 이용자의 편리함을 키운 측면도 있지만 디지털 약자인 고령층의 소외감은 커지고 있다. 노인들은 스마트폰과 앱을 통해 이용 가능한 다양한 교통 서비스에서 배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인구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고령층을 위한 교통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택시 호출앱이 대중화되면서 길에서 손님을 태우려는 택시가 줄었고, 앱 사용이 어려운 노인들은 택시 한 번 타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약국에서 일하는 장 아무개 씨는 노인들의 콜택시를 불러주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말한다. 그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택시가 안 잡힌다며 약국으로 들어오신다. 택시 좀 불러달라는 부탁에 콜택시를 잡아드린 적이 많다”며 “날씨가 춥거나 비가 오는 날 한참 동안 택시 잡으려고 길에서 기다리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고 말했다.

 

앱으로 택시를 호출하는 일이 많아지면서 길에서 택시 잡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사진=박정훈 기자

 

#인구 20% 노인 ‘초고령사회’ 진입 “노인 친화 교통 필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농어촌 지역에서 주로 발생했던 노인 교통 불편 문제는 교통 서비스의 디지털화로 도심까지 확대됐다. 최근 신도시 교통 인프라 확충을 위해 선보이는 새로운 대중교통 서비스마저 디지털 중심으로 운영돼 노인 이용이 제한적이다.

 

경기도의 똑버스는 대중교통 이용이 취약한 지역에서 운영되는 맞춤형 버스다. 지난해 경기도가 열악한 대중교통 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해 도입했고, 현재 경기도 13개 시·군에서 158대를 운영 중이다. 하지만 똑버스는 ‘똑타’라는 앱을 통해 예약해야만 탑승이 가능하다 보니, 노인들은 거의 이용을 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경기도 화성시에서 똑버스를 운전하는 기사 A 씨는 “차량을 운행하면서 노인들이 타는 것을 거의 본 적 없다. 아무래도 앱으로 예약해야 이용할 수 있다 보니 처음 이용할 땐 젊은 사람들도 어려워한다. 어르신들이 이용하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는 노인들의 똑버스 이용이 어렵다는 지적에 전화 호출 기능도 추가했으나 현재 이천, 안산, 안성시 일부 등 소수 지역에서만 운영된다는 한계가 있다. 경기교통공사 관계자는 “노인들의 앱 호출이 어렵다는 지적에 농어촌 지역을 중심으로 지난해 7월부터 전화 호출 기능을 도입했다. 하지만 아직 전체 도입까지는 결정짓지 못했다”며 “전화 호출 기능을 운영하려면 상담원을 배치해야 하는 문제가 있고, 지자체에서 신경 쓸 일이 많아져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경기도에서 도입한 맞춤형 버스 ‘똑버스’. 앱으로 호출해 이용하는 방식이다 보니 노인층의 이용률은 매우 낮은 편이다. 사진=박해나 기자

 

허준수 숭실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오히려 어르신들이 많은 지방은 노인을 위한 교통 서비스 등이 운영되고 있다. 지자체에서 지원해 ‘1000원 택시’를 운영하거나, 전체 지역 버스를 모두 무료화 하는 등의 움직임”이라며 “내년이면 65세 이상 인구가 100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20%가 노인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이제는 고령자들도 지식 정보화 사회에서 편안하게 살 수 있도록 정책적인 보완이 필요하다. 정부는 디지털 소외 현상을 개선할 수 있는 다양한 제도와 인프라를 마련하고, 지자체도 좀 더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노인을 위한 대중교통 서비스의 안착은 고령 운전자의 면허 반납률을 높여 장기적으로는 노인 운전자 교통사고 발생을 줄이는 데 일조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현재 고령 운전자의 면허 관리는 자발적 면허 반납에만 의존하는 상황인데, 반납 후 노인이 이용할 수 있는 교통 서비스가 제한적이라는 것이 면허 반납을 막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경기연구원은 ‘고령자의 대중교통 정보 이용 격차 해소방안 연구’ 보고서를 발표하고, “고령운전자의 운전면허 자진반납을 장려하기 위해서는 운전하지 않고도 이동에 불편하지 않도록 편리한 대중교통이용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 교수도 “고령층의 면허 반납률이 떨어지는 요인 중 하나로 노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대중교통이 없다는 점이 꼽힌다”며 “고령층의 교통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교통수단의 마련이 필요하다. 노인 친화 교통은 어르신을 위한 특별 수단을 넘어 전 연령층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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