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기후 위기가 오고 있다는 말은 이제 진부하다. 기후 위기는 이미 전 세계에서 다양한 양상으로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 동시에 기술은 멈추지 않고 폭주한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인공지능(AI)은 전통적인 산업과 일상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마치 기후 위기라는 강력한 폭풍과, AI라는 문명의 대지진이 동시에 발생하는 형국이다. ‘꿀벌, AI 그리고 브랜드 – 절대 실패하면 안 되는 100년짜리 실험의 시작’은 이 두 강력한 흐름의 교차점에 서 있는 브랜드들에게 무엇을 할 것인지, 어떻게 변화를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저자는 브랜드가 단지 상품을 팔고, 소비자를 설득하는 것 이상이라고 주장한다. 브랜드는 언제나 삶의 방식을 제안해왔다. 1950년대 플라스틱 사용을 권장했던 마케팅이 소비자들의 일상 전체는 물론 지구의 운명까지 뒤집었던 것처럼 말이다. 브랜드는 사람들의 욕망을 만들어내고, 습관을 바꾸고, 결국 삶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지금 우리가 마주한 환경 위기 역시 브랜드가 앞장서서 해결해야 할 과제이며, 브랜드만이 할 수 있는 독특한 방식으로 풀어가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특히 이 책은 두 가지 상징을 통해 명료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꿀벌'은 지구 생태계에서 필수적인 존재이자, 기후 위기 속에서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상징한다. 반면 AI는 빠른 혁신과 발전을 상징하면서도, 동시에 에너지 소비 등 환경에 대한 부담을 증폭시키는 기술적 딜레마를 안고 있다. 두 양극단 사이에서 브랜드는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하고, 양자를 조화롭게 연결할 책임이 있다. 기술의 무조건적인 수용도, 환경 보호의 표면적인 선언도 아닌,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해결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책은 최근 기업들이 환경이라는 주제를 얼마나 창의적으로 풀어내는지 다양한 사례를 통해 잘 보여준다. 가령 ‘리퀴드데스’라는 브랜드는 건강과 환경을 강조하지만, 흔히 연상되는 요가와 샐러드가 아니라 헤비메탈과 펑크록의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웠다. 페트병 대신 알루미늄 캔에 물을 담아 환경을 보호하는 동시에, 페스티벌을 즐기는 메탈 팬들에게 친환경적 소비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했다. 이 브랜드는 소비자들이 가진 기존의 편견을 깨뜨리며, 환경이라는 메시지를 강력한 문화적 코드와 연결함으로써 그 힘을 극대화했다.
전통적인 럭셔리 브랜드인 ‘에르메스’가 버섯 가죽이라는 친환경 소재를 도입한 이야기도 흥미롭다. 에르메스는 이 소재를 단지 동물 가죽의 대체품으로 보지 않고, 고급스러움과 차별성을 강화할 수 있는 또 하나의 혁신적 소재로 바라봤다. 즉, 착한척 하려고 했던 것이 아니란 말이다. 이처럼 친환경은 더 이상 싸고 대체 가능한 선택지가 아니라, 고급화와 차별화의 전략적 핵심이 될 수 있다. 이는 브랜드가 환경 보전을 단순한 윤리적 책임이나 부수적 요소로 보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의 본질적 가치를 재정의하는 중요한 요소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메시지가 위 사례에 잘 담겨 있다.
책은 현재 브랜드가 마주한 도전을 ‘절대 실패하면 안 되는 100년짜리 실험’이라고 정의한다. 이 표현이 주는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브랜드들은 더 이상 망설일 여유가 없으며, 환경 위기와 기술적 혁신의 압력을 창의적이고 과감한 실험으로 풀어가야 살아남을 수 있다. 기후 위기의 긴급성과 기술 발전의 불가피성을 동시에 인정하며, 브랜드가 소비자와 사회를 지속 가능한 미래로 이끌어야 한다는 강력한 요구도 떠안아야 한다.
단순히 변화를 받아들이라는 권유가 아니다. 지금 브랜드는 절벽의 끝에 서 있으며, 앞으로 내딛는 한 걸음이 다음 100년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다는 경고다. 기후 위기와 기술 혁신이라는 거대한 힘이 충돌하는 이 시대에 브랜드는 단순한 생존을 넘어, 지속 가능한 미래를 이끄는 힘을 가져야 한다는 충언이다. 아울러 시대를 바꾸는 브랜드의 담대한 도전에 보내는 찬사이자, 앞으로 반드시 성공해야만 하는 ‘100년짜리 실험’에 대한 절박함이다.
봉성창 기자
bong@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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