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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스타트업열전] 미국-유럽 가교 '테크크런치' 유럽 철수가 남긴 것

사모펀드 인수 후 유럽팀 해산, 다양성은 어디로? 유럽 넘어 글로벌 창업 생태계에도 영향 전망

2025.06.11(Wed) 14:25:52

[비즈한국] 2025년 6월, 실리콘밸리 글로벌 스타트업 미디어의 상징이던 테크크런치(TechCrunch)가 조용히 유럽 시장에서 철수했다. 지난 15년간 운영한 유럽 지역 뉴스의 공식적인 철수 발표 없이 유럽팀 전원이 해고된 것이다. 이는 테크크런치가 지난 3월 프라이빗에쿼티 리젠트(Regent)에 인수된 후 실시한 첫 대규모 구조조정이다. 이 사실은 수년간 유럽 생태계를 취재해온 기자들이 하나둘씩 소셜미디어를 통해 퇴사 사실을 전하면서 알려졌다. 

 

실리콘밸리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언론 테크크런치. 사진=테크크런치 홈페이지 캡처


리젠트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베벌리힐스에 본사를 둔 글로벌 사모(PE) 펀드로 소매, 럭셔리 브랜드, 미디어, 기술, 자동차, 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업 인수에 주력해왔다. 투자 포트폴리오에는 발리(Bally), DIM, 클럽 모나코(Club Monaco), 에스카다(Escada)와 같은 소비재 브랜드부터 선셋(Sunset), 디펜스 뉴스(Defense News), 체다티비(CheddarTV) 같은 미디어 기업까지 폭넓게 포함되어 있다.

 

리젠트는 야후로부터 테크크런치를 인수하기 전 IDG(International Data Group)로부터 파운드리(Foundry)도 인수했다. 파운드리는 피씨월드(PCWorld), 맥월드(Macworld), 인포월드( InfoWorld), CIO, 테크어드바이저(TechAdvisor) 등을 보유한 대표적인 IT 저널리즘 그룹이며, 테크크런치는 스타트업, 벤처캐피털, 딥테크, 실리콘밸리·유럽 생태계 전반에 걸친 심층 보도로 명성을 쌓아왔다.

 

#유럽 스타트업 생태계와 테크크런치의 역할

 

테크크런치 유럽 팀은 레볼루트(Revolut), 와이즈(Wise), 빈티드(Vinted) 등 수많은 유럽 유니콘을 세상에 알린 첫 번째 창구였다. 지금은 유명한 빅테크 기업이 되었지만, 아직 정식 투자도 유치하기 전 주요 언론에서 관심도 갖지 않던 시절, 이들을 주목한 것이 테크크런치였다.

 

영국 핀테크 유니콘 레볼루트의 전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책임자 채드 웨스트(Chad West)는 링크드인에 “이것은 단순한 언론사 철수가 아니다. 유럽 생태계 전체에 날린 강력한 어퍼컷”이라며 충격을 표현했다. 

 

채드 웨스트의 링크드인. 그는 링크드인과 언론사 시프티드 인터뷰를 통해서 테크크런치 유럽 철수에 대한 충격을 표현했다. 사진=링크드인

 

핀테크 스타트업 모나이트(Monite)의 공동창업자 안드레이 코르차크(Andrei Korchak)는 시프티드와의 인터뷰에서 테크크런치가 스타트업의 성장 초기에 “미국 투자자에게 회사를 소개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영업도구”였다며 아쉬움을 표현했다. 코르차크는 링크드인에도 “미국과 중국 테크신의 성장에 비해 유럽이 취재할 것이 별로 없다는 평가인지, 유럽이 기술적으로 획기적이지 않은 시장인지, 이에 대해 유럽 스타트업 생태계는 어떤 계획이 필요한지에 대해서 논의해보자”고 토론을 제안했다.

 

핀테크 기업 모나이트의 공동창업자 안드레이 코르차크의 링크드인. 사진=링크드인

 

#유럽 뉴스는 중요하지 않다?

 

테크크런치는 미국 VC와 유럽을 연결하는 교두보 역할을 했다. 세콰이어(Sequoia Capital), 액셀(Accel)과 같은 유명 미국 VC들은 새로운 기술 기업을 찾기 위해 테크크런치를 본다고 할 정도였다. 

 

이번 철수는 테크크런치를 인수한 사모펀드 리젠트의 결정이다. 리젠트가 ‘국제 뉴스 보도’를 ‘핵심적이지 않은 영역’으로 판단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유럽 기자팀 전체가 해산된 것이다. 미국 사모펀드가 유럽 생태계의 언론적 가치보다 단기 수익성과 구조조정 논리를 우선한 결정이었다.

 

테크크런치에 유럽 소식을 기고하던  마이크 부처(Mike Butcher)는 18년의 여정이 급작스럽게 마무리되는 과정을 링크드인 기사를 통해 밝히면서 아쉬움을 표했다. “지난 18년 동안 테크크런치에 스타트업과 투자자에 대한 6500편이 넘는 기사를 기고하면서 (전 기간 동안 거의 매일 한 편씩) 나는 정말 많은 것을 보고 경험했다. 그 과정에서 나는 영국 최초의 스타트업을 위한 공동 작업 공간을 시작했고, 비영리 단체 세 곳과 The Europas를 만들었고, 몇 개의 Top 100 목록에 올랐고, WEF에서 연설했고, 많은 TV 채널에서 토크쇼 진행자로 활동했고, 저널리즘과 기술 분야에 기여한 공로로 MBE 훈장을 받았고 (중략) 테크크런치는 내 경력이자 유럽 생태계의 동반자였다. 지금 이 이별은 내가 원한 게 아니다.”

 

테크크런치의 대규모 네트워킹 행사에 참여한 마이크 부처(오른쪽). 사진=링크드인(Dan Taylor, Heisenburg Media)


부처의 활동을 통해 알 수 있듯, 테크크런치는 단순히 언론을 넘어 유럽 기술 생태계를 이끌어 가는 마중물 역할을 했다. 앞으로 유럽 기술 생태계가 어떤 영향을 받을지 많은 이들이 걱정하는 대목이다. 

 

마이크 부처뿐만 아니라 선임 기자였던 로맹 디예(Romain Dillet)도 링크드인을 통해 “리젠트의 결정에 강력히 반대한다”며 테크크런치의 해외보도로 인해 글로벌 기술 생태계가 성장할 수 있었음을 강조했다.  

 

15년 경력의 스타트업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이자 앤젤 투자자인 캐이시 화이트(Cathy White)는 “이제 미국의 눈이 유럽을 볼 방법이 하나 줄었다”며 이것이 단순히 유럽 생태계에만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많은 이들이 얘기하는 것처럼 유럽 스타트업 생태계는 지금 한 가지 중요한 자산을 잃었다. 하지만 이것이 비단 유럽만의 이야기일까? 테크크런치는 특히 미국 VC들이 유럽 시장을 바라보는 창구였다는 점에서 국제적 연결고리로서의 역할이 막대했다. 스타트업 생태계의 중요한 요소를 ‘다양성’이라는 것으로 본다면, 이는 글로벌 테크 생태계에도 큰 손실이다.

 

수익을 최고 가치로 여기는 사모펀드가 미디어 자산을 수익화 및 재구성 대상으로 간주하는 것은 최근 흐름에서 당연해 보인다. 테크크런치의 유럽 철수는 글로벌 기술·스타트업 보도에서 ‘편집권보다 수익성이 우선’이라는 변화된 투자 지형을 드러낸 상징적 사례로 주목된다. 

 

그러나 창업 생태계를 어떻게 기억하고, 기록하고, 증명할 것인가. 숫자로, 수익으로만 단순화한다면 이 생태계가 가진 입체적인 면모는 보기 어려울 것이다. 테크크런치 사례를 미디어 회사의 구조조정 혹은 민간 기업의 전략 변경으로 봐야 할까, 아니면 창업 생태계를 기록하는 ‘한 줄의 기사가 만들어내는 무수한 꿈들에 대한 위협’으로 봐야 할까. 답은 다음 창업 이야기를 써 내려갈 이 생태계 구성원들의 몫이다. 

 

필자 이은서는 한국에서 법학을 전공했고, 베를린에서 연극을 공부했다. 예술의 도시이자 유럽 스타트업 허브인 베를린에 자리 잡고 도시와 함께 성장하며 한국과 독일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잇는 123factory를 이끌고 있다.​​​​​​​​​​​​​​​​​​​​​​​​​​​​​​​​​​​​​​​​​​​​​​​​

이은서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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