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이재명 대통령의 당선이 대만에는 마냥 반가운 소식은 아니다. 현재 대만 집권당인 민주진보당(민진당)은 진보 정당으로 분류되지만, 대외정책 노선에서는 한국의 보수 정권과 유사한 기조를 보여왔다. 실제로 민진당은 지난 2024년 12월 한국의 비상계엄을 지지하는 글을 SNS에 올려 논란을 빚었다.
그렇다면 이재명 정부 출범을 바라보는 대만 내부의 시선은 어떨까. 비즈한국은 대선 직후인 6월 5일, 중국 본토와 불과 2km 떨어진 대만의 접경 섬 진먼을 찾아 국립진먼대학교 국제관계 전문가들을 만났다. 진먼은 냉전기 양안 간 포격전이 벌어진 군사적 상징지로, 지금도 대만 내 안보 인식과 대중국 외교 기류가 가장 먼저 반영되는 지역이다.

국제·중국대륙문제학과 류페이이(劉佩怡) 주임은 “한국 대선은 최근 3년간 정세 변화의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그는 “윤석열 전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의 3불 정책(사드 불확대, 미국 MD 불참, 한미일 군사동맹 불참)을 따르지 않고, 친미-반중 노선을 분명히 했다. 그런데 이번에 그 윤석열을 이재명이 꺾었다”고 말했다.
류 주임은 미국과 한국의 관계가 대만에 중요한 시사점을 남겼다고 지적했다. 류 주임은 “윤석열 정부는 분명한 친미 정책을 폈지만, 그 결과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25%였다. 한국의 친미 정책이 효과가 없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이게 바로 대만이 지금 고민해야 할 대목”이라고 강조했다.
류 주임은 “한미 관계는 대만과 미국의 관계를 생각하게 하는 중요한 지점이다. 앞으로 대만이 미국과 관계를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지 보여준다. 결론적으로 이번 대선의 함의는 윤석열 정부의 친미 성향이 매우 분명했음에도 미국이 한국에 준 것은 ‘25%의 관세’라는 점과 친미 정책을 펼치던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탄핵된 후 이재명 대통령이 당선됐다는 것이다”고 짚었다.

류 주임은 대만과 한국의 상황이 긴밀하게 연동된다고 봤다. 류 주임은 “대만과 한국은 대표적인 친미 국가다. 이 친미는 단순한 관계가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다. 두 국가 모두 미국에 군사적, 경제적, 문화적으로 의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광경영학과 교수이자 교무처장인 차이쭝셴(蔡宗憲) 교수는 이런 까닭에 이재명 정부 출범을 위협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차이 교수는 “이재명 대통령 당선이 대만에 위협적이라고 보지 않는다. 결국 대만과 한국은 미국의 압박을 함께 받는 운명 공동체라고 생각한다. 다만 윤석열 정부 시절엔 대만과 한국 정부 간 비공식적인 소통이 있었는데,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가오루이신(高瑞新) 부총장 역시 “한반도에 문제가 생기면 대만도 영향을 받고, 대만에 문제가 생기면 한반도도 위태로운 상황에 빠진다. 한반도와 대만 해협이 연동된 것이다. 전략적인 중요성이 높은 만큼 이 지역을 평화롭게 만들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류페이이 주임은 한국이 친미 정책을 펼친 원인을 중국의 대응으로 꼽았다. 류 주임은 “윤석열 정부가 미국에 의존하고 중국에 저항한 가장 중요한 요인은 중국 정부가 북한을 효율적으로 통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국의 대응이 (한국을) 미국에 기대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대만 역시 민족 문제로 인해 중국과 멀어지고 미국에 의존하려는 구조적 요인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정부가 어떤 외교전략을 선택할지도 대만엔 초미의 관심사다. 가오루이신 부총장은 “대만에서 중국에 가고, 한국에서 북한에 갈 수 있는 길을 어떻게 뚫을 수 있을 것인가가 현재의 과제라고 생각한다. 미국에서 오는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쉽지 않다. 이재명 정부는 윤석열 정부와 달리 미국에 과하게 의존하지 않고, 중국과의 협력 관계를 통해 북한 문제를 해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방향이 앞으로 대만 정책에 어떤 변화를 줄지도 관심사다”고 말했다.
대만문화를 전공한 류밍펑(劉名峰) 주임은 “삼성은 중국에 반도체 공장을 세우는 등 투자를 확대하길 원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못하게 압박할 때 한국 입장이 어떨지도 중요하다. 대만과 한국은 안보 문제뿐 아니라 반도체 산업 문제도 공유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류페이이 주임 역시 “한국이 중간자 외교 전략을 어떻게 쓰느냐는 대만에 정말 중요한 문제다”고 강조했다.
전다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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