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새 스마트폰이 발표될 때마다 전 세계가 숨죽이고 지켜봤던 십 수 년 전에는, 운영체제 이름 하나도 대중으로부터 큰 관심을 끌었다. 특히 구글의 안드로이드(Android) 운영체제는 버전마다 달콤한 디저트 이름을 ABC 순으로 코드명을 붙이기로 유명했다. 이는 단순한 명명법을 넘어 안드로이드라는 플랫폼의 정체성과 유머 감각, 대중성을 상징하는 문화적 요소로 자리잡았다.
안드로이드의 디저트 코드명 전통은 2009년 안드로이드 1.5 컵케이크(Cupcake)에서 시작됐다. 이후 도넛(Donut), 에클레어(Eclair), 프로즌 요거트(Froyo), 진저브레드(Gingerbread), 허니콤(Honeycomb), 아이스크림 샌드위치(Ice Cream Sandwich), 젤리빈(Jelly Bean), 킷캣(KitKat), 롤리팝(Lollipop), 마시멜로(Marshmallow), 누가(Nougat), 오레오(Oreo), 파이(Pie)까지 알파벳 순서대로 14개 버전이 이어졌다.

대부분은 서양에서 즐겨 먹는 간식으로, 구글은 이를 단순한 코드명 이상으로 적극 활용했다. 실제로 안드로이드 공식 마스코트는 해당 디저트의 형상을 본뜬 조형물로 만들어져 구글 본사 마당에 설치되었고, 사용자들도 새로운 버전이 공개될 때마다 “이번엔 어떤 디저트일까”를 궁금해하는 일종의 놀이 문화가 형성됐다. 특히 안드로이드 4.4 킷캣(KitKat)은 넷슬레와의 브랜드 협업 사례로도 주목받았다.
그러나 2019년 안드로이드 10(Android 10)부터 구글은 기존의 전통을 멈추고 코드명을 숫자 중심으로 바꿨다. 이유는 명확했다. 안드로이드가 전 세계 수십 개 언어권에서 사용되면서 ‘디저트 이름’이 오히려 인식과 발음에 혼선을 준다는 점, 그리고 글로벌 브랜드로서의 통일성과 명확성을 위해서였다. 그 결과 안드로이드 10부터는 단순히 숫자만으로 운영체제가 발표되었고, 공식적으로 디저트 이름은 더 이상 사용되지 않게 됐다. 다만 이 전통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구글 내부 개발팀은 여전히 각 버전마다 디저트 이름을 붙이고 있었고, 비공식 루트를 통해 그 이름들이 공개되기도 했다.
안드로이드 10부터 현재까지, 각 버전의 내부 코드명은 마치 은밀한 팬 서비스처럼 이어져 오고 있다. 우선 안드로이드 10은 퀸스 타르트(Quince Tart)다. 퀸스는 모과에 가까운 서양 과일로, 생으로는 먹기 힘들지만 조리하면 풍부한 향과 단맛을 낸다. 그래서 주로 유럽의 가정식 디저트로 만들어지며, 안드로이드 10의 ‘기능의 무게감’을 상징한 듯 단단하고 진한 맛이 특징이다.
안드로이드 11은 레드 벨벳 케이크(Red Velvet Cake)다. 미국 남부에서 시작된 클래식 케이크로 우리나라 제과점이나 카페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진한 붉은색 케이크 시트와 하얀 크림치즈 프로스팅이 시각적으로도 강렬한 느낌을 주는 디저트다. 안드로이드 11은 대화 기능 개선, IoT 제어, 스크린 녹화 기능 등 사용자 경험을 화려하게 개선했는데, 레드벨벳처럼 ‘겉과 속이 모두 풍부한’ 업데이트라는 평가를 받았다.
안드로이드 12의 내부 코드명은 스노 콘(Snow Cone)이다. 무더운 여름철 얼음을 갈아 달콤한 시럽을 얹어 먹는 이 디저트는 서양식 빙수로 보면 이해하기 쉽다. 안드로이드 12 역시 ‘머터리얼 유(Material You)’라는 디자인 개편으로 인터페이스를 시원하게 정리했으며, 테마 색상 자동 적용 기능을 통해 마치 스노 콘 위의 다양한 시럽처럼 사용자에게 맞춰지는 점이 닮았다.
안드로이드 13은 모두가 다 아는 이탈리아 대표 디저트 티라미수(Tiramisu), 안드로이드 14는 업사이드다운 케이크(Upside Down Cake)로 각각 명명됐다. 업사이드다운 케이크는 우리에겐 다소 생소한데, 팬 바닥에 과일(주로 파인애플)을 깔고 반죽을 부은 뒤 구워서 뒤집어내는 케이크다.

최근 삼성전자는 과거 모델에 안드로이드 15 기반의 ‘원 UI 7.0(One UI 7.0)’ 업데이트를 시작했다. 갤럭시 S24 시리즈를 시작으로, 갤럭시 Z 플립 5와 Z 폴드 5 등 플래그십 기기에 순차 적용되고 있는 상황. 새롭게 디자인된 인터페이스, 배터리 관리 기능, 그리고 갤럭시 AI 기반의 개인화 서비스들이 포함됐다. 이러한 안드로이드 15의 코드명은 바닐라 아이스크림(Vanilla Ice Cream)이다.
설명이 필요 없는 가장 기본적이고 대중적인 아이스크림. 깔끔하고 균형 잡힌 맛은 어떤 토핑이나 디저트와도 잘 어울린다. 안드로이드 15 업데이트 역시 위성 통신, 블루투스 LE 오디오, 백그라운드 앱 최적화 등 기본 성능을 단단히 다지는 업데이트로, ‘기본에 충실한’ 바닐라 아이스크림과 절묘하게 겹쳐져 눈길을 끈다.
다만 6월 발표될 것으로 예상되는 안드로이드 16의 코드명은 터키를 대표하는 유명 디저트 바클라바(Baklava)로 알려졌다. 순서대로라면 W가 와야 맞지만 구글은 개발 프로세스 변경 및 운영체제 재정비 기조에 따라 다시 A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안드로이드 15의 코드명을 A로 바꾸고, 이어 다음 버전은 16을 바클라바로 정했다는 후문. 다만 바뀐 A로 시작되는 디저트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비록 이제는 공식 발표에서 디저트 이름을 찾아볼 수는 없지만, 이러한 문화와 개발자 정신은 여전히 안드로이드 내부 한 켠에 자리잡고 있다. 코드명은 단지 개발의 편의를 위한 식별 도구를 넘어, 한 시대의 감성과 브랜드 철학, 그리고 기술과 재미가 결합된 상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봉성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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