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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 형님이 눈에 밟혀' 기아 스팅어에 대한 아쉬움

현대차 간섭 피하려는 듯 모호한 콘셉트…제로백 4.9초 등 고성능 매력적

2017.05.23(Tue) 18:44:34

[비즈한국] 기아자동차는 23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털 호텔에서 ‘고성능 프리미엄 세단 스팅어(Stinger)’​ 출시행사를 열고 판매를 개시했다. 기아차로서는 현대자동차의 ‘제네시스’급 신차를 발표하는 것이라 특급호텔, 공들인 브로슈어, SNS를 통한 현장 생중계 등 가능한 홍보자원을 총동원했다. 발표에 나선 임원들도 비록 자막을 읽긴 했지만 이전과 달리 경직돼 보이지 않게 무대 위에서 자유로이 거닐며 제스처를 사용했다. 무대 뒤 화면의 4K 영상은 발표자의 땀구멍까지 보일정도로 화질이 뛰어났다. 

 

23일 기아차는 ‘프리미엄 퍼포먼스 세단’ 스팅어(Stinger) 출시 행사를 갖고 판매를 시작했다. 사진=기아자동차


# 한국에서 ‘그란투리스모’가 통할까

 

기아차의 플래그십(브랜드를 대표하는 최고급 제품)은 ‘K9’이다. 그러나 2012년 출시된 K9은 현대제철의 최신 초고장력강판이 적용되지 않은 구형 플랫폼을 사용한 모델이다. 기아차로서는 초고장력강판이 절반 이상 적용된 현대·기아차의 새로운 대형 플랫폼을 사용한 최초의 모델이 스팅어다. 기아차로서는 공을 들일 만하지만, 그렇게 공을 들인 결과물이 GT(그란투리스모)라는, 익숙지 않은 차종인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후미에 패스트백 디자인을 적용한 스팅어의 옆모습(위). 디자인 총괄 그레고리 기욤 수석 디자이너가 스팅어의 모티브인 ‘​그란투리스모’​ 콘셉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아래). 사진=기아자동차·우종국 기자


영어로 ‘그랜드 투어(Grand Tour)’를 뜻하는 GT카의 일반적 특징은 ‘원하는 곳까지 빠르고 편하게 데려다준다’는 것이다. 배기량이 높은 고성능이면서, 승차감이 편안하고, 후미가 높아 짐을 많이 실을 수 있고, 패스트백 트렁크 도어로 짐을 싣기가 용이하다. 대개 4도어지만 2도어도 있다. 도심 출퇴근용으로 품격을 중시하는 세단과는 구분된다.

 

기아차로서는 판매량이 많은 대형 세단을 만들고 싶었겠지만, 현대차의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와 고객층이 겹치게 될 것이므로, 고육지책으로 ‘4인승 패스트백 대형 GT카’라는 이상한 조합이 나온 것이 아닌가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K9을 개발할 때도 현대차 에쿠스와의 간섭을 피하기 위해 5.0리터 엔진을 넣지 못했다가 판매가 저조하자 5.0 엔진을 추가한 바 있다. 제네시스와의 간섭을 피하기 위해 제네시스 쿠페처럼 2도어 스포츠 쿠페를 만들기에는 국내시장이 작다.  

 

스팅어가 경쟁상대로 지목한 BMW 3시리즈 그란투리스모(위), 아우디 A5 스포트백(아래). 스팅어보다 작은 차들을 경쟁상대로 꼽은 것은 GT카가 흔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진=BMW, 아우디


기아차는 언론과 가진 질의응답에서 경쟁차종을 BMW 3시리즈 그란투리스모, 아우디 A5 스포트백이라고 얘기했다. 이들은 BMW 3시리즈, 아우디 A4처럼 판매량이 많은 ‘세단’의 가지치기 모델인데 비해 스팅어는 GT 콘셉트로 주력 모델을 만들었다는 차이가 있다. 또한 BMW 그란투리스모, 아우디 A5 스포트백은 쏘나타보다 작은 크기인데 제네시스급의 스팅어가 경쟁상대로 삼은 것도 의아하다. 굳이 GT카를 찾다 보니 그렇게 된 듯하다. 

 

# 제로백 4.9초…가성비는 탁월

 

거꾸로 보면, 한국에 없던 새로운 모델을 만들려고 한 점은 반갑다. 다만 새롭게 만들려면 완전히 새로워야 하는데, 뒤창과 리어 숄더에서 K5, K7의 디자인을 그대로 적용한 것은 의문을 낳는다. ‘K8’을 만들고 싶었던 개발팀이 아쉬운 마음에 흔적을 남겨둔 것인가 궁금해진다. 

 

스팅어(아래)의 창문 및 루프라인에서 K5(위)의 흔적이 보인다. 사진=기아자동차


그럼에도 기대되는 요소들은 많다. 기아차가 자랑스럽게 얘기하듯 3.3 터보 모델의 제로백(시속 0→100km 가속시간)이 4.9초인 점은 놀랍다. 브로슈어의 깨알 같은 설명을 보면 4.9초는 ‘고급휘발유를 사용했을 때’에만 가능하지만, 수입차에서 이 정도 성능을 내려면 1억 원에 가까운 가격이라야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가성비는 뛰어나다고 할 만하다. 

 

3.3 T 사양에 적용된 고급 부품들을 보면 GT카가 아니라 스포츠카인가 싶을 정도다. 레드 캘리퍼가 달린 브렘보 브레이크, 전자제어 서스펜션이 적용됐고, 후륜 타이어는 전륜보다 폭이 30mm 더 넓다. 단종된 제네시스 쿠페에서도 앞뒤 타이어 폭을 달리 했는데, 그 차이는 20mm였다. 스팅어의 대표색상인 ‘하이크로마 레드’에 3.3T 사양을 선택한다면 GT보다는 스포츠카를 타고 있는 기분일 것이다. 

 

3.3T 중에서도 비싼 사양인 ‘GT’에는 기계식 차동기어 제한장치(M-LSD)가 적용돼 스포츠카 스피릿에 더욱 가까워진다. 3.3T 사양에는 접지력이 좋은 여름용 타이어가 출고 시 장착되며, 브로슈어에는 ‘동절기에는 스노체인을 사용하거나 겨울용 타이어로 교체주행을 권장함’이라고 되어 있다. 

 

현대·기아차 최초로 후륜구동(FR·Front engine, Rear drive)형 승용 디젤엔진이 적용된 것도 눈여겨볼 점이다. 그간 현대기아차는 FR용으로 2.0 터보, 3.3, 3.3. 터보, 3.8, 5.0 엔진을 세단에 적용해왔다. 스포츠 유틸리티 자동차(SUV)에는 3.0 디젤 엔진을 기아 모하비에 적용하고 있다. 승용차는 SUV보다 조용하고 진동이 적어야 하므로 별도의 개발을 해야 한다. 

 

스팅어에는 FR용 2.2 디젤엔진이 장착됐다. 디젤엔진이 장착된 스팅어는 가솔린 모델보다 타이어 사이즈가 1인치 작은 것을 쓰고 머플러가 4개에서 2개로 줄어 외관에서의 강렬함은 떨어지는 편이다. 최근 제네시스 G80에도 ‘2.2D’라는 배지를 붙이고 다니는 테스트 차량이 목격되고 있어 현대차도 곧 FR용 2.2 디젤 버전을 출시할 것으로 보인다. 

 

# 사전계약자 42.3%가 고성능인 3.3 터보 선택

 

스팅어는 총 3개의 엔진 라인업으로 판매된다. 2.0 터보는 프라임 3500만 원, 플래티넘 3780만 원, 3.3 터보는 마스터즈 4460만 원, GT 4880만 원, 2.2 디젤은 프라임 3720만 원, 플래티넘 4030만 원이다. 전 차종에서 전자식 사륜구동 추가는 250만 원(GT는 230만 원), 와이드 선루프 추가는 80만 원이다. 

 

외장 컬러는 레드, 네이비, 화이트, 실버, 그레이, 블랙의 6가지다. 실내는 블랙, 브라운, 레드 인테리어를 선택할 수 있지만, 레드 팩은 3.3T GT 사양에서만 선택 가능하다. 

 

스팅어 사전계약자 2000명 중 42.3%인 850명은 고성능의 3.3 터보 모델을 선택했다. 고성능에 대한 국내 소비자의 욕구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사진=우종국 기자


최신형 플랫폼, 뛰어난 가속성능, 수입차 대비 저렴한 가격대 때문인지 5월 11일 사전계약을 시작한 후 8영업일 만에 2000대가 계약을 했다. 그 중 42.3%에 해당하는 850대가 고가의 3.3T 사양을 선택했다. 고성능에 대한 소비자의 욕구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기아차는 5월부터 시작한 올해 판매목표를 8000대로, 내년부터는 월 1000대(연 1만 2000대)로 설정했다고 밝혔다. 

 

기아차는 시장 타깃을 ‘드리밍 옴므’라고 했는데, 누굴 말하는지 모호하다. 싱글남에게는 차가 너무 크다. 또는 4도어가 부담스럽다. 보통의 기혼남이라면 하반기에 나올 제네시스 G70을 기다릴 공산이 크다. 캠핑·레저용으로 쓰기엔 브렘보 브레이크와 광폭타이어가 어색하다. 그 조합은 서킷에 적당하다. 개발 콘셉트가 명확치 않았기 때문에 타깃도 모호해진 면이 있다. ​ 

우종국 기자 xyz@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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