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한국전력공사(한전),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등 발전 공기업 노조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수원 노조는 정부 조직 개편에 따라 환경부로 이관되는 것을, 한전 노조는 발전 자회사 구조조정 계획을 반대하고 있다. 특히 한수원 안팎에서는 환경부로 이관될 경우 국내 원전 사업이 위축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산업부 에너지 떼어서 환경부와 통합, 재생에너지에 집중
행정안전부는 9월 7일 정부 조직 개편안을 발표했다. 개편안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 분야 조직과 환경부를 통합한 ‘기후환경에너지부’를 신설할 계획이다. 환경부를 환경·기후변화 및 에너지 등 탄소중립 관련 핵심 기능을 수행하는 기후환경에너지부로 개편한다는 것이다. 다만 산업통상자원부에 자원산업 및 원전수출 기능은 두고 명칭은 산업통상부로 변경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한전, 한수원 등 발전 공기업은 기후환경에너지부 산하 공기업으로 이관될 예정이다. 이를 놓고 한수원 내부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환경부 특성상 원전 사업을 반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국내 주요 환경단체들은 대부분 탈원전 정책을 지지하고 있다. 환경부로선 환경단체의 요구를 마냥 외면하기는 어렵다.
한수원 노동조합은 △산업부의 에너지 기능을 환경부로 이관하는 방안 즉각 철회 △에너지 정책은 산업·경제·환경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국가 전략 차원에서 추진 △산업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되는 충분한 논의 과정 보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한수원 노동조합은 “정부가 추진하는 에너지 정책의 환경부 이관은 산업과 에너지를 분리해 국가경쟁력을 약화시키고, 노동자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졸속 결정”이라며 “에너지 정책의 잘못된 이관이 단순한 행정 개편을 넘어 국가 경제를 뒤흔드는 심각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원자력학회 역시 보도자료를 내고 “원전 건설·운영을 환경 규제 중심의 부처에 맡기는 것은 안정적 공급보다 규제를 앞세워 필연적으로 원자력 산업의 위축을 초래할 것”이라며 “이는 급증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는커녕 공급 능력을 후퇴시키는 시대착오적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심지어 여당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9월 8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어째서 이런 중요한 문제를 이렇게 급히 밀어붙이게 되었는지 매우 유감스럽다”며 “에너지 패권 경쟁 시대에 산업 경쟁력의 핵심인 에너지를 규제 부처인 환경부로 이관하는 것도 우려가 큰데, 자원과 원전 수출은 또 산업부에 남긴다니 산업 현장과 현실을 모르는 발상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원전보다는 재생에너지를 통한 전력 공급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9월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원전은 지을 곳이 없고, 지금 지어도 실제 가동까지 15년이 걸린다”며 “당장 엄청난 전력이 필요한데 신속하게 공급할 수 있는 에너지 시스템은 재생에너지”라고 말했다.

#2040년까지 석탄발전소 폐지 위해 구조조정 방식 결정
정부는 한전 산하 발전 공기업의 구조조정도 추진하고 있다. 김성환 환경부 장관은 9월 9일 기자간담회에서 “2040년까지 석탄발전소를 모두 폐지하는 대선 공약을 현실화하려면 5개 발전 공기업을 어떤 방식으로 구조조정해야 할지 조기에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전은 현재 한수원, 한국남동발전, 한국중부발전, 한국서부발전, 한국남부발전, 한국동서발전 등 6개 발전 자회사를 갖고 있다. 원전을 담당하는 한수원을 제외하면 모두 석탄화력 발전 위주의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따라서 한수원을 제외한 5개 한전의 발전 자회사가 구조조정 대상으로 거론된다.
한전 발전 자회사 구조조정을 진행할 경우 이 역시 내부 반발이 예상된다. 전국전력산업노동조합연맹(전력노조)은 “충분한 공론화장이 있었음에도 절차적 과정이 생략된 채 갑작스러운 발표로 특정 공공기관을 구조조정 대상으로 지목하는 방식은 매우 유감스럽다”며 “한전과 발전 공기업을 화석연료 시대의 구시대적 유물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전기 에너지의 공공성을 전제로 이들의 역할을 어떻게 강화할 것인지, 분할이 아닌 통합적 구조를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주호 한수원 사장과 김동철 한전 사장은 모두 윤석열 정부 시절 선임된 인사다. 이들이 이재명 정부 정책에 협조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다만 황주호 사장은 이미 임기가 만료됐고, 한수원은 조만간 신임 사장을 선임할 예정이다. 반면 김동철 사장은 임기가 2026년 9월까지로 약 1년 남았다.
이처럼 한전과 한수원 내부에서는 이재명 대통령 정책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으로서는 한수원과 원전업계의 반발을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리더십에 영향이 갈 수 있다. 한전과 한수원은 회사 차원의 공식 입장은 내지 않았다. 하지만 노조의 반발을 마냥 무시할 수는 없는 만큼 정부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조직 개편이 완료되면 김성환 장관이 한전과 한수원을 담당하게 될 전망이다. 김 장관의 대응이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셈이다. 노조의 우려에 대한 대책은 아직까지 나오지 않았다. 김 장관은 9일 “기후에너지부를 독립해 환경부와 함께 하려는 이재명 정부의 약속은 대국민 약속이고 대통령 판단”이라며 “원자력 산업 위축 우려는 별도로 잘 협의해 풀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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